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부산=이선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 이틀을 남겨두고 부산에서 마지막 지역 유세에 나섰다. 부산 중구 창선 삼거리에는 이 후보를 보기 위해 5,000명(주최측 추산, 경찰추산 2,000명)의 인파가 모였고, 민주당 관계자들도 이정도 규모는 오랜만이라며 들뜬 기색을 보였다.

7일 첫 일정으로 제주를 다녀온 후 부산 시민들을 만난 이 후보는 “여기가 가덕도 신공항 만들고, 재개발 신속하게 하고, 2030 세계 엑스포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이 맞느냐”며 “여기 대한민국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의 수도 맞느냐. 제일 중요한, 김영삼, 노무현, 문재인이라는 정치 거목을 키워주신 곳 맞느냐”고 인사를 시작했다.

부산은 보수 진영의 텃밭이었으나 최근 선거에서 스윙보터로 간주됐다. 이번 대선에서도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접전을 벌이다 윤 후보가 기세를 잡으면서 앞서왔다.

실제로 부산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이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근처에 볼 일이 있어서 나왔다가 이 후보의 유세를 보게 됐다는 김모 씨는 <시사위크>의 인터뷰 요청에 본인은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주변에서는 다 2번을 찍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부산에서는 안 될 것 같다. 내 한표가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택시 운전을 하는 이모 씨도 “부산은 2번인 분위기”라면서 “누가 ‘샤이 이재명이 있다’하던데 지금 부산에서 이재명 지지자는 다 샤이다. 분위기가 2번에 잡아먹혔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부산 중구 창선삼거리에서 유세를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 부산 지지자들 5000명 운집

하지만 유세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다. 이 후보 도착 1시간 전부터 유세차 근처에서 검찰공화국을 반대하는 부산 교수모임이 ‘교수들도 뿔났다. NO검찰공화국 YES민주공화국’이라는 플랜카드를 들고 이 후보지지 연설을 하는 등 지지자들이 모여들었다.

이 후보가 오기 30여분 전부터 광복로는 유세차 앞뒤로 운집한 지지자들로 꽉 찼고,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연단 위로 올라오자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춰 인파는 더 늘어났다. 차에서 내린 이 후보가 연단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시민들이 도열해 하이파이브를 하며 응원의 말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후보는 “우리가 황무지에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해왔는데 앞으로는 세계 5대 경제 강국으로, 국민소득 5만불, 주가지수 5,000 포인트를 향해 함께 가야하지 않겠냐”며 “부울경 메가시티도 신속하게 만들고, 남부수도권 경제수도 확실하게 만들어 부산에서 나고 자란 청년들이 부산에서 자기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 함께 만들 준비 되셨냐”고 물었다.

이어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저는 공약 이행율 95%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며 “올 여름 휴가 때는 부산으로 휴가도 많이 오고, 자영업 하시는 분들 소상공인들 골목 장사도 잘 되고, 경제도 회복 돼야 하지 않겠냐. 제가 대통령 되면 이번 여름 가기 전까지 민생회복 경제회복 확실히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코로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코로나도 진화를 했으니까 우리의 방역 정책도 진화해야한다”며 “유연하고 스마트한 방역정책으로 신속하게 전환해서 기저질환자나 중증환자는 핀셋 방역하고, 다시 일상 경제 활동 가능하도록 제가 확실히 해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분도 아시는 것처럼 코로나 대응 제가 제일 잘했다고 자부한다”며 “위기극복은 이재명 전문 아니겠냐. 이 대내외적 위기를 극복하고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도약과 성장 기회로 만들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 지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또한 “저에게 대한민국 경영 책임을 맡겨주시면 추경이든 긴급 재정 명령이든 뭘 해서라도 50조원 확보해 코로나 때문에 진 빚과 신용불량 문제, 코로나 때 희생했지만 보상받지 못한 부분, 확실하게 다 지원‧보상 하겠다”며 “코로나 때문에 진 빚은 국가가 채권을 인수해서 채무 조정‧탕감해 일상 회복하게하고, 코로나 때문에 신용불량 되신 분들의 신용 대사면도 책임지겠다”고 했다.

◇ “부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 모일지 몰랐다”

이 후보는 연설이 끝난 뒤 연단에서 내려와 잠시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녹취록 공개 관련 입장 발표를 했다. 그는 “무려 4만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만든 부산저축은행 사건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며 “당시에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피해가 훨씬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대장동 사건의 진실도 함께 드러나고 있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짧게 발표한 뒤 자리를 떴다.

연단 가까이서 이를 지켜보던 한 지지자에게 <시사위크>가 연설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질문하자 “어제 대장동 녹취록을 보고 회사에 휴가를 쓰고 이 후보를 보러 왔다”며 “오늘 이 후보가 연설에서 그 이야기를 하며 윤 후보를 향해 욕이라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별다른 말 없이 내려와서 짧게 발표만 하고 가는 게 참 인상적이다”고 답했다.

그는 ‘샤이 이재명’에 대해서도 “저 같은 사람 보고 하는 말 아니겠냐”며 “회사에서 정치 이야기 하면 그냥 조용히 웃고 넘긴다. 주변에 다들 윤석열을 찍겠다고 하니 나만 혼자 이재명을 찍는 것 같은 기분에 오늘 유세장이 썰렁할까봐 나온 것도 있는데, 부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 몰랐다. 다 저 같은 사람 아니겠냐”고 말했다.

부산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결집한 효과가 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남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시사위크>의 인터뷰 요청에 “이렇게 누가 온다고 하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평일 낮에 장사가 잘 되는건 오랜만이다”며 “코로나 이후로 평일에는 한 테이블 정도 있을까 말까 한데 오랜만에 바쁘다”고 말했다.

최씨는 “누가 되든 소상공인들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며 “윤석열이 돼야 나라가 좀 바뀔 것 같은데 와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유튜브로 좀 봤더니 확실히 소상공인들 챙겨주고, 코로나 끝내 주는 건 이재명일거 같다. 막판까지 고민 중이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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