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내 비토 여론과 관련해 “자리와 권한에 연연해본 적 없이 정치를 해왔다”며 “의원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쿨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윤 비대위원장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재선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오늘 오후에 초선의원들 간담회까지 한 뒤에 거취를 결정하겠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의 출범 이후부터 대선 패배 당시 당내 지도부였던 윤 위원장이 새로운 비대위의 사령탑이 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퇴진 요구를 받아왔다.

이에 윤 위원장은 앞서 4선 이상 의원·3선 의원과 간담회를 가졌고 이날 오전에는 재선의원들과의 간담회, 오후에는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열어 향후 비대위의 거취와 대선 패배 수습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 설명과 입장 표명을 했다.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그는 “지방선거 준비와 당의 쇄신을 동시에 하면서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한 각종 협상과 인사청문회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당 지도부가 결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 수석대변인은 “(입장 표명에 대한) 기한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며 “윤 위원장이 중진, 3선, 재선 간담회까지 했다. 초선 간담회까지 마치고, 시간을 끌지 않고 빨리 결론 내리겠다는 말씀을 했다”고 덧붙였다.

◇ 원내대표 비대위장 두고 찬반 팽팽

민주당 내에서도 윤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고 수석대변인은 이날 간담회에 대해서도 “약 17명이 발언을 했는데, 몇 분은 아주 분명하게 (윤 위원장의 사퇴) 입장을 피력했고, 몇 분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누가 (비대위원장을) 하는 중요성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하신 분 등 의견이 고르게 분포돼 있었다”고 전했다.

이 자리에서 박용진, 정춘숙 의원 등은 오는 25일 새로 선출되는 원내대표에게 비대위 재구성 권한을 일임하자고 제안됐다. 하지만 이제와서 윤호중 비대위를 교체하긴 어렵다는 ‘현실론’이 주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비대위원장의 거취와 관련된 내홍은 민주당 초선 모임에서 비대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을 윤 위원장에게 전달하기로 한데 이어 민주당 86그룹 출신으로 구성된 의원모임 ‘더좋은미래’(더미래)가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당 쇄신 흐름과 맞지 않다며 사퇴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더미래는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평가와 우리의 할 일’이란 주제로 제181차 전체회의를 열어 ‘윤호중 비대위’에 대한 의견을 모았고, 윤호중 사령탑 체제에 회의적인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아울러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박홍근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원내대표 출마에 대한 구상을 밝히며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뾰족한 대안 없어… 당의 안정화가 우선”

중진 그룹에서는 현실적으로 윤호중 비대위를 유지하면서 지방선거를 치르자는 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의원은 본인의 SNS를 통해 “분명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거듭나기의 첫 번째 과정은 당면한 지방선거를 앞둔 당의 안정화”라며 비대위를 감싸기도 했다.

차기 당대표 후보군으로도 거론되는 우 의원은 “윤호중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대위가 당의 안정화를 꾀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인재 발굴, 혁신 공천은 조기에 선대위를 구성해 보완해야 할 문제”라며 “당은 비대위와 조기 선대위 양대축을 통해 안정 속에서 혁신과 지방선거 승리를 동시에 모색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비대위 자격 시비에 대한 대안으로 지방선거 선거대책위원회의 조기 출범을 제안했다.

정치권에서는 사실상 윤호중 비대위 체제와 관련, 뾰족한 대안이 없는 만큼 윤호중 체재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비대위원을 맡은 조응천 의원은 앞서 CBS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윤 위원장 자신도 고사했으나 당무도 제대로 알고 선거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맡았다고 한다. 거의 독배”라며 “현실적으로 (윤 위원장이 퇴진한다면) 외부에서 모셔와야 하는데, 모셔오는 데 공감대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김두관 의원이 이재명 상임위원의 등판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칩거에 들어간 이 상임위원이 지금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또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모두를 이끌기에는 무게감이 부족하고, 코로나19 증상 악화에 일정을 이어 가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재명 후보도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비대위에 힘을 실어서 확실히 바꿀 수 있게 해달라”면서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민주당 내 세력싸움은 필연적이다”며 “야당으로 전락한만큼 치열하게 고민하고 지선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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