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수소자동차 넥쏘(사진)의 판매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 현대자동차
대전시가 무공해차량 구매자들 가운데 수소전기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해서만 ‘대전 2년 의무 거주’를 규정하고 있어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을 호소한다. 사진은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수소전기자동차 넥쏘. / 현대자동차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전국 광역시 가운데 대전시가 수소전기자동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해서만 ‘대전 2년 의무 거주’를 강요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시비)이 지급됐으니 혜택을 받은 소비자는 해당 지역에 2년 동안 거주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에는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게 대전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동일하게 보조금이 지급되는,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BEV)에 대해서는 관련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수소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만 옥죄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 관련 피해자 10여명, 소비자 “이해불가”… 전기차는 의무 거주 조항 없어

제보자 A씨는 최근 대전시에서 수소전기차 의무운행기간 미준수로 인한 시비 보조금 환수처분 통지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19년 10월, 대전에 거주를 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를 구매했다. A씨는 그간 대전에서만 10여년을 전세로 거주하다 생애 최초 내 집 마련에 성공해 2020년 10월 세종시로 이사를 하게 됐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2년의 의무운행기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게 대전시의 주장이다.

대전시는 A씨에게 시비 보조금 715만원 환수를 통지했다. A씨가 넥쏘를 구매할 당시 지원받은 시비 보조금은 1,300만원이다. 세종에 자가를 마련하면서 이사를 가는 바람에 지원금의 절반 이상을 환수 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A씨는 보조금 환수처분 통지를 받은 게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는 “대기환경보전법 상 의무운행기간(2년)은 저공해차량의 사용기간을 정한 것이지, 특정 지자체에 의무거주기간을 정한 것이 아니”라며 “이 규정을 의무거주기간으로 가져다 쓴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A씨와 같은 사유로 최근 대전시로부터 보조금 환수통지서를 받은 소비자는 10여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하나같이 대전시의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일하게 시비가 지급되는 전기차에 대해서는 대전시가 타 시·도 전출과 관련해 규제를 하지 않고 있으면서, 수소전기차에 대해서만 ‘대전 2년 의무거주’를 의무 조항으로 마련한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전시의 2022년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시행공고에 따르면 ‘특이사항(의무준수 사항)’으로 ‘의무운행기간 내 차량소유주가 타 지자체로 전출 시 보조금 미환수’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수소전기자동차 보급사업 공고에서는 ‘관외 전출 시 보조금 환수’라는 내용을 강조했다. 근거로는 ‘환경부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및 충전소 설치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들었다.

그러나 올해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사업 업무처리지침에서는 관련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환경부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업무처리지침 문서에는 지자체의 의무 거주와 관련된 내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비슷한 내용으로는 ‘관할 지자체 내 일정 기간 거주조건(최대 3개월 내에서 지자체 여건에 맞게 조정 가능) 등 자격조건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는 보다 많은 보조금을 얻어 무공해차량을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일부 위장전입자들을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소비자가 무공해차 구매 전 최대 3개월 정도는 해당 지자체에 거주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며, 차량 구매 후 의무 거주와는 무관하다.

전국의 주요 지자체에서는 무공해차 구매자에 대해 전출과 관련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은 대전시가 운영 중인 대전 신대 수소충전소. / 대전시청

◇ 거주·이전의 자유 침해 여지… 주요 지자체, 무공해차 구매자 전출관련 규제 없어

결국 대전시는 자의적으로 환경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왜곡해 시민들의 불편을 야기하는 모습으로 비쳐지며, 나아가 헌법 제14조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으로 보일 수 있다.

환경부 측에서도 이러한 지자체의 규제를 두고 “거주지 이동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환수를 규정으로 정할 수는 없다”면서 “국민들의 거주지 이전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대전과 함께 전기차·수소전기차 구매자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자체는 울산광역시와 제주도가 있다. 제주도는 수소전기차와 함께 일반 전기차에 대해서도 ‘도내 2년 의무 운행’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대전과 울산, 제주도에 거주하면서 넥쏘 모델을 구매한 이들이 2년 이내 타 지역으로 전출 시 차량은 지역 내 거주자에게 매도한 후 전입 지역에서 다른 차량을 새롭게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경우 부대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문제도 상존한다.

위 지역을 제외한 서울·부산·인천·대구·광주·세종 등 주요 광역단체에서는 전출과 관련한 규제가 없다. 경기도의 주요 도시인 수원시와 성남시 등에서도 자유로운 전출을 허용하고 있다.

무공해차 구매자의 전출을 규제하지 않는 도시에서는 ‘의무운행기간 내에 이사·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차량사용본거지를 변경(전출)한 경우, 해당사항의 위장전입 여부를 점검해 의심사항이 없을 시 보조금 환수를 면제하며, 의심사항이 있을 시에는 보조금을 환수조치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또한 해당 지자체의 관계자들은 무공해차의 의무 운행 기간에 대해서는 “차량의 운행 기간을 최소 2년으로 정한 것일 뿐 지역 거주와는 무관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대전시 미래에너지산업팀 수소차 담당 주무관은 “대전시에서 수소전기차 구매자에게 시비 보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지역 내 2년 의무 거주 기간을 정해뒀다”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에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의무 운행 기간 보조금 환수율에 따라 보조금을 환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서울시에서도 지난 2020년까지는 대전처럼 전기차 구매자가 2년 이내 서울 외 타 지역으로 전출 시 시비 보조금을 환수한 바 있으나, 직장 이직이나 이사 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해당 규정을 폐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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