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국민들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 또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하는데 이권 카르텔에 쓰여 개탄스럽다”고 태양광 사업 비리를 지적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국민들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 또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하는데 이권 카르텔에 쓰여 개탄스럽다”고 태양광 사업 비리를 지적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내사업장 RE100(Renewable Energy 100%) 가입을 선언한 가운데 취약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원자력발전 에너지를 확대하고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는 정책을 쓰고 있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이 도마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가전·휴대전화를 담당하는 DX부문은 2030년,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은 2050년을 목표로 탄소 중립 계획을 세웠다.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는 삼성전자 같은 제조업체에서 RE100에 참여하는 것은 큰 부담이지만,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떠오르면서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들이는 등의 방식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판매하는 인증서(REC)를 구매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장기 계약을 맺고 전력을 공급받는 전력수급계약(PPA) 추진 등의 계획을 밝혔다. 단,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RE100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원전 발전’은 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

RE100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태양광, 풍력, 수력, 해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에너지 등과 같은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나이키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에서도 SK와 삼성, LG, 한국수자원공사, 네이버 등이 참여하고 있다. RE100에 참여한 기업들은 전 세계 거래 상대에게 RE100 목표 이행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요건에 맞지 않으면 거래를 단절하고 있기 때문에 신무역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발목을 잡던 분야가 RE100이다. 첫 대선후보 4자 TV토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가 “RE100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 생각이냐”고 묻자 “그게 뭐죠?”라며 이해하지 못했다. 이 후보가 “재생에너지 100%”라고 설명하고 나서야 “저는 재생에너지 100%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답한 사례가 있다. 당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꾸준히 재생에너지의 현실적 한계와 주민 수용성 문제를 지적하며 전임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수정해왔다.

◇ 송전요금 지원까지 나서는 대만

1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전략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정책위의장은 “국내 기업 중 RE100을 선언한 업체는 현재까지 22개였는데, 삼성전자의 참여로 국내 RE100 기업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는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총량이 너무도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 에너지의 약 7% 수준으로 OECD 국가 중 꼴찌”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를 3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이 마저도 윤석열 정부는 2030년 목표치를 21.5%로 낮추겠다고 한다. 한전 발전 자회사들은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도 낮추겠다고 선언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라이벌 업체인 TSMC를 지원하는 대만 정부와 우리 정부를 직접 비교했다. 김 정책위의장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삼성전자의 라이벌 업체인 TSMC의 RE100 달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소에서 가져오는 송전요금의 90%를 부담하기로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첫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의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들어 재생에너지 지원사업 예산 3,161억 원을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전세계 RE100 캠페인을 총괄하는 샘 키민스 클라이밋그룹 대표는 며칠 전 한 언론에 직접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축소하면 한국기업이 수조 원대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며 “RE100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가 5년간 원전에 올인하느라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리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주요 수출기업들은 RE100 달성이 불가능해지고, 그만큼 한국 경제는 경제적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홀로 원전 최강국을 외치고 있을 때, 전 세계는 재생에너지가 정답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에너지 정책의 제고를 요청했다.

◇ 도마 위에 오른 태양광 이권 카르텔

윤석열 정부가 지난 13일 문재인 정부가 태양광 발전 활성화 등 전기산업 발전·기반조성을 위해 진행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의 운영실태 표본 점검을 벌인 결과, 위법·부당 행위로 2,600억원이 넘는 혈세가 낭비됐다고 공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조사 내용이 전 정권 에너지정책을 압박한다는 인식이 있다’는 지적에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 또 그분들을 지원하는 데 쓰여야 하는데 이권 카르텔에 쓰여 개탄스럽다”며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 처리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대기업이 반도체 등을 납품하는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고객사에서 국내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네덜란드 연기금 등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압력이 들어오면서 국내 산업 현장이 차례로 RE100 선언을 하는 시점에 오히려 정부에서 전 정부 지우기에 매진해 재생에너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영환 민주당 대변인은 윤 대통령의 ‘이권 카르텔’ 발언에 대해 “소상공인을 위한 지역화폐 전액 삭감이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태양광 정책의 발목을 잡는 것은 전 정부의 정책 지우기를 넘어서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검찰 수사·감사원 감사 등의 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홍근 원내대표 또한 “만약 진짜 위법적 선정 절차가 있었다면 문제고 그건 바로 잡아야 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고 정책적 차원에서 뭔가 그런 의도를 갖고 이 문제를 접근한다면 시대 역행의 발상이 아니냐 싶어 염려된다. 전 정부 탓, 환경 탓 핑계 대지 말자고 얘길 했는데 여전히 검찰·검사의 시각에서 본인들의 무능이나 실정을 덮기 위해 전 정부의 어떤 정책까지도 이 잡듯 뒤지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로드맵에 수정이 없을 경우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원전 중심 정책을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장섭 원내부대표는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면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며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국회에서 동의 받도록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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