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대표가 이끄는 롯데렌탈의 주가가 부진을 거듭한 끝에 최근 3만원대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김현수 대표가 이끄는 롯데렌탈의 주가가 부진을 거듭한 끝에 최근 3만원대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해 8월 상장 이후 줄곧 기대에 못 미치는 행보를 이어온 롯데렌탈의 주가가 급기야 3만원대마저 무너졌다. 미국발 금리인상 등 주식시장 전반을 위축시킨 악재로부터 롯데렌탈 역시 자유롭지 않은 모습이다. 다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얼마 전 주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는 점에서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이사가 더욱 불편한 가시방석에 앉게 됐다.

◇ 상장 1년 2개월여 만에… 5만9,000원→3만원 아래로

지난 13일, 롯데렌탈 주가는 2만9,200원에 장을 마쳤다. 하루 전인 지난 12일 장중 한때 3만원의 벽이 무너진데 이어 종가 기준으로도 3만원을 밑돌게 된 것이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연속 역대 최저 주가를 갈아치우며 무기력한 행보를 이어간 모습이다.

롯데렌탈이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것은 지난해 8월 19일이다. 하지만 주가는 첫날부터 위가 아닌 아래로 향했다. 시초가부터 공모가(5만9,000원)보다 낮은 5만7,500원에 형성됐고, 잠시 동안 공모가를 조금 상회했을 뿐 줄곧 밑돈 끝에 5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이후에도 롯데렌탈 주가는 상장 나흘째에 5만원대가 깨지고, 한 달 보름이 채 안 돼 4만원까지 무너지는 등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 뒤로는 때때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오래가진 못했고, 결국 상장 1년 2개월여 만에 3만원대마저 허물어지게 됐다.

하지만 이처럼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한 원인은 롯데렌탈에서 찾기 어렵다. 롯데렌탈은 상장 후에도 줄곧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왔으며, 미래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의 실적은 물론, 미래 성장성에 있어서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측면이 많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평가는 냉담했고, 여러 악재로 주식시장이 크게 위축되기까지 하면서 롯데렌탈의 주가는 무기력한 행보를 면치 못했다.

그렇다고 상장 이후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주가 부진을 가벼이 넘길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가의 중요성의 강조한 바 있는데다, 롯데렌탈의 주가가 지니고 있는 의미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사장단 회의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시가총액을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로 제시하며 “자본시장에서 우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원하는 성장과 수익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큰 틀에서 그룹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신동빈 회장이 주가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더욱이 롯데렌탈은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주가가 지니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룹의 최대 당면과제라 할 수 있는 호텔롯데 상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동빈 회장은 앞서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지배하에 놓인 구조를 해소하는 한편, 복잡하게 얽혀있던 지배구조 역시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지배구조 개선은 이뤄졌으나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것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롯데그룹이 일본 지배하에 놓인 구조를 해소하는 방안은 바로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그런데 호텔롯데는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다. 때문에 호텔롯데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성공적으로 상장하는데 있어 롯데렌탈 지분가치가 상당히 중요하다. 롯데렌탈 주가가 그룹 내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부진을 거듭하고, 급기야 3만원대까지 무너지면서 중책을 안고 취임했던 김현수 롯데렌탈 대표는 더욱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당장 연말 인사 시즌이 가까워진 가운데, 그의 거취를 둘러싸고 물음표가 붙는 것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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