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책 발표 이후 조합원 실망감 역력… 법 개정 위한 국회 협조와 추가 금리인상 변수
고물가‧금리인상 등 거시적 지표부터 안정돼야… 가격 하락 연착륙 위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

지난달 말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지난달 말 국토부가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달 말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이 그동안 침체됐던 재건축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을지 업계와 조합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대를 기록하게 되면서 업계‧조합원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29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8월 중순에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 방안’의 후속조치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우선 재건축 부담금이 면제되는 초과이익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또한 재건축 부담금의 부과율이 차등 적용(10~50%)되는 초과이익 구간을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조정해 구간 폭을 확대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는 10~50%까지 재건축 부담금을 감면해주고 만 60세 이상인 1세대1주택 고령자에게는 상속·증여·양도 등 해당 주택 처분시까지 부담금 납부를 유예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이 향후 재건축 시장을 살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전망을 내놓은 상태다. 

◇ 김효선 수석위원 “정부 대책, 재건축 시장에 드라마틱한 변화 주지 못할 것”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일단 정부가 발표한 대책이 재건축 시장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 대책은 지난 2006년 제정돼 오래 세월 유지됐던 재건축 관련 법령(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을 현실에 맞춰 합리적으로 개선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며 “해당 법령이 만들어진 뒤 재건축 부담금 부과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고 심지어 유예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대책 발표 후 재건축 조합원들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반면 일반 국민들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강해 양측간 입장차가 큰 편”이라며 “다만 정부가 전국 84개 재건축 단지 중 38개 단지의 부담이 줄어든다고 예측한 만큼 일부 재건축 효과가 발생할 듯 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하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과 고물가로 인한 공사비용 증가 등으로 인해 당장 재건축 활성화는 어려워 보인다”며 “금리인상과 같은 거시적인 변수들이 안정화되야지만 비로소 재건축 활성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뉴시스
오랜 기간 재건축 결정이 지연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뉴시스

◇ 임병철 팀장 “서울 강남·강북권 및 경기 외곽지역 등 일부 지역 수혜 기대”

정부의 대책으로 인해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는 가격 상승 등 긍정적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은 “재건축 부담금 면제 금액이 1억원으로 상향 조정되고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이 조합설립 인가일로 변경됨에 따라 재건축을 진행하는 주요 단지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재건축 추진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그는 “특히 매매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울 강북권과 경기 외곽지역 재건축 단지는 부담금이 면제되고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도 부담금이 크게 감소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병철 팀장은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매물이 회수되고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동시에 지방에서는 최근 규제지역 해제와 맞물려 조합원 지위 양도 등 거래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재초환법) 개편안은 법률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면서 “여야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만이 여전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5%p 올리기까지 했다”며 “사업 추진이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고 (정부 대책이)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 박원갑 수석위원 “대책 시행 위해 법 개정 필요… 금리인상도 최대 변수”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이번 대책이 막혀 있는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부여해 일부 재건축 단지는 숨통을 트이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조합원들은 유예 혹은 폐지를 희망하고 있어 재건축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국민 여론과의 기대차가 있다. 또 정부 대책을 시행하려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통과 여부가 가장 큰 변수”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금리인상 공포 국면으로 개발재료에 둔감한 구조이기에 재건축 시장 반전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대감으로 일부 재건축 단지는 호가가 상승할 수 있으나 지속적인 상승 흐름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수석위원은 금리인상이 재건축 시장 활성화의 최대 변수로 꼽았다.

그는 “금리인상이 현재 부동산 시장 내 모든 변수를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허나 윤석열 정부가 ‘도심주택 공급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어 재건축 기대감은 크게 이탈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과거에는 일반아파트에 대한 기대심리에 비해 재건축 기대심리가 더 크게 빠졌으나 최근에는 기대심리 하락폭이 역전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결국에는 최대 현안인 금리인상으로 인해 재건축 시장 가격이 떨어지면 기대심리도 더 많이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0.5%p 인상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장/한국은행
지난 12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0.5%p 인상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장/한국은행

◇ 우병탁 팀장 “추가 금리인상으로 가격 하락폭 더 커질 것… 연착륙 위한 대비책 필요”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은 “대책 발표 전에는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으나 발표 후에는 미진하다는 의견이 대세”라며 “여기에 대책 발표 후 재건축 시장의 가격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며 정부 대책이 하락 분위기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최근 한은이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데 이어 추후 3.5%까지 추가로 금리를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정부 대책이 가격 하락 분위기를 역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대책 발표 이전 시장에서는 높은 기대심리 주를 이뤘는데 발표 이후에는 미흡하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심리적 타격이 큰 편”이라며 “한마디로 재건축 조합원들은 폐지수준을 기대했는데 정작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완화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병탁 팀장은 한 발 더나아가 재건축 시장 가격 하락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해 앞으로 가격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라며 “만약 현재 속도로 가격이 하락할 경우 경착륙 수준의 하락세를 보일 위험이 큰 만큼 이를 연착륙 수준으로 낮추기 위한 대비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 재건축 부담금 합리화 방안 / 국토교통부, 2022년 9월 29일

-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 인터뷰

-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 팀장 인터뷰

-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 인터뷰

-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 부동산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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