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 위기 관리 부실로 발생한 사고에 국가 행정력 동원… 정부, 기업의 시녀 역할 자처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 15일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앱 카카오톡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때 카카오T와 같은 연계 서비스마저 접속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대다수의 국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보인 정부와 국회의 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하자 안전안내 메시지를 통해 “카카오T‧카카오맵 등 생활밀접 서비스 다수 이용 가능, 메일‧톡서랍 복구 중”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국민들에게 전송했다.

한술 더 떠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 소속 일부 의원들은 정부가 긴급 재난문자메시지를 통해 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알리지 않았냐며 성화를 냈다.

안전안내 메시지 및 긴급 재난문자 메시지는 지진‧수해‧폭설‧전쟁 등 국민의 생명과 재산 피해에 직결된 재난 등을 국민들에게 신속히 알리고자 사용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난 수준도 아닌 일개 민간기업의 서비스 장애에 행정력을 동원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상 일부 대형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안전안내 문자를 사용해 카카오를 홍보하는 등 세금낭비에 앞장섰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비판을 의식했는지 정부는 최근 “재난안전법 상 재난은 국민과 국가에 피해를 주거나 줄 수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며 “자연재해가 아니라도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만큼 재난문자를 발송할 근거가 충분하다”고 부랴부랴 해명했다.

한편 20일 SBS가 입수한 카카오와 SK C&C 양사의 내부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는 화재 발생 44분 이후에서야 사고를 인지했다.

15일 오후 3시 19분 화재가 발생했고 오후 3시 27분 카카오톡이 일제히 먹통됐다. 이때 카카오는 서비스 장애 사실은 알았지만 화재 발생 사실은 전혀 알지도 못했다. 3시 52분 접속 장애를 공지했으나 이때도 화재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결국 오후 4시 3분에서야 SK C&C에 유선 연락 후 화재 사실을 알게 됐다.

즉 화재 경보기가 울린지 44분이 경과하고 나서야 먹통 사태의 주 원인인 화재 사고를 알게된 것이다. 복구 작업도 10분이 지난 오후 4시 13분에서야 시작됐다.

여기에다 카카오와 SK C&C 두 회사간 정보공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의 주요 원인은 민간기업의 관리 부실 및 방만한 위기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사고 전반과 관련해 가장 먼저 파악하고 이를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즉시 알려야 할 주체는 정부가 아닌 카카오, SK C&C 등 민간기업이라는 소리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규제 완화 및 시장 개입 최소화를 통한 민간기업의 자율 경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는 정작 정부가 개입해 민간기업의 실수를 대신 처리해줬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까지의 정책기조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민간기업들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되, 관련 규정 등의 철저한 이행이 선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정부와 국회는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 문자메시지 발송을 가지고 다툴 것이 아니라 이번 사태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기 위한 정부 조사단 구성, 민간기업의 방만한 위기 관리 실태 조사,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법안 마련 등에 집중해야 한다.

 

근거자료 및 출처

 

-불나고 44분 지나서야…카카오, 골든타임 놓친 이유 / SBS 2022년 10월 20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938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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