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 “(경찰이나 소방의 대응으로) 사고를 막기에 불가능했다는 게 아니라 과연 그것이 원인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 이상민 행전안전부 장관

“이 장관 발언의 취지는 현재 경찰에 부여된 권한이나 제도로는 이태원 사고와 같은 사고를 예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한다.” - 대통령실 관계자

“많은 반론이 있다.” “예년보다 조금 더 많은 경찰 인력이 투입됐다는 걸 설명하는 취지 아닌가 생각한다.” - 한덕수 국무총리

“현장을 정확하게 파악한 게 아니어서 (책임소재는) 경과를 파악하고 말씀드리겠다.” - 오세훈 서울시장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사망자 155명, 부상자 152명. 30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의 소식이 전해질수록 충격이 더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의 명동, 핼로윈의 이태원은 특정 주최자는 없지만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그 분위기를 즐겨온 명소였다. 이런 장소에서 그저 ‘사람이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길을 걸어가던 시민들이 참변을 당했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또 다른 충격은 행정안전을 총괄하겠다고 약속한지 반년 밖에 되지 않은 장관의 안전사고에 대한 인식이다. 집합금지, 실외마스크 등이 해제된 후 많은 인파가 몰릴 수 있었다는 점은 예상된 일이었고, 사고 직전에도 위험성이 제기됐으니 미리 경찰력을 곳곳에 배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미 나왔다. 대통령실에서 두둔한대로 제도상 대응하기 어려웠다고 이해하더라도 사고 직후 첫 브리핑에서 경찰이나 소방의 문제가 아니라고 책임부터 회피하는 것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세인지 묻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약식 기자간담회도 중단하고 국가적 참사에 말을 고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실과 국무총리 모두 이상민 장관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짐에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보기보다 ‘그런 말이 아니었다’며 부처간에 서로 해명하고 감싸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부적절한 발언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며칠이 지나서야 겨우 이 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국민들께서 염려하실 수도 있는 발언을 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직후 브리핑을 기다리면서 당연히 예상했던, ‘이유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사고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믿음직한 한마디를 듣기가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장관이라는 자리가 개인의 영달과 본인 커리어를 위해 존재하는 자리였다면 국회에서 본인은 물론 가족의 재산내역까지 공개해가며 청문회를 거칠 필요가 있을까. 행정안전 전반의 권한을 가지는 동시에 그에 준하는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그토록 깐깐한 청문회를 거친 것이다.

'훌륭한 리더는 결과가 나쁠 때에는 창문밖이 아니라 거울을 들여다보며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성공했을 때는 거울이 아니라 창문 밖을 내다보며 다른 사람들과 행운에 찬사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안전을 총괄하는 리더는 이번 참사에서 창문 밖을 봤는가, 거울을 들여다 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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