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정치자금 혐의와 관련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불법 정치자금 혐의와 관련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증언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되고 정진상 민주당 정책조정실장이 출국금지 조치됐다.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위해 민주당 중앙당사에 발을 들였듯 두 측근을 겨눈 칼끝이 결국 이 대표까지 겨눌지 이목이 집중된다.

◇ 검찰, 민주당사 기습 진입

이 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최고위원회의 직전에 다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하겠다고 우리 중앙당사에, 아마도 직원 출근을 가장해서 같이 밀고 들어온 것 같다”며 “지금 현재 민주연구원실 해당층 앞에서 집행을 하겠다고 하는 모양”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내일이 대통령 시정연설인데 ‘오늘 이렇게 압수수색을 또 다시 강행하겠다’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상식적으로 납득을 하기가 조금 어렵다”며 “이제 정치는 사라지고 지배만 남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도의는 사라지고 폭력만 남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성준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5분 경 검사 등 17명은 민주당사를 들어오면서 정상적으로 ‘압수수색을 나왔다’고 고지하지 않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출근하는 직원들 틈에 끼어서 기습적으로 민주연구원 부원장실까지 침입했다.

검찰 측에서는 “적법절차에 따라 건물 1층에서 관리 직원들에게 영장을 제시하고 집행 사실을 고지한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도착했다”고 반박했지만, 박 대변인은 “군사작전 하듯 침탈해 놓고 기습 진입이 사실이 아니라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고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실제로 공개된 영상에는 검찰 측에서 영장을 제시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박 대변인은 “영장 제시 없이 힘으로 밀고 들어온 모습이 모두 기록됐다. 그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 십여 명이 당사 경비원을 둘러싸고 삿대질하고 윽박질렀다”며 “검찰이 사건을 조작하더니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층 민주연구원실 앞에서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을 기다린 검찰은 2시 20분부터 4시 30분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박 대변인은 “압수 물건은 없었다”며 “문서파일을 가져갔는데, 형식상 6개지만 3개가 동일해서 실제 문서 파일은 4개를 가져갔다. 이 4개의 문서파일은 범죄 혐의와 무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야당 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야당 탄압 규탄 및 보복수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민주당 “뿌리는 대통령실” 

검찰이 민주당 중앙당사 8층에서 압수수색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오전 시간에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항의 방문을 결정했다.

오영환 대변인은 긴급의총이 끝난 뒤 “국정감사의 정상적인 진행을 방해하고, 파행을 유발하는 검찰의 기습적인 야당 당사에 대한 침탈에 대해, 대통령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야당을 압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왜 대검이 아니라 용산 대통령실로 항의 방문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감사원의 표적감사와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이 별개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를 비롯한 50여 명의 민주당 의원들은 오전 국정감사 일정을 연기하고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향해 ‘검찰독재 신공안통치 민주당사 침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감방해 규탄한다’ ‘당사침탈 규탄한다’는 손팻말을 들었다.

박 원내대표는 “저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께 말씀드렸다.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국회에 오기 위해서는 먼저 지난 뉴욕 행사장에서 했던 그 막말에 대한 사과를 국민과 국회에 먼저 하시라고, 그리고 국정감사 기간에 야당 중앙당사를 침탈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를 하라고 말씀드렸다”며 “그런데 돌아온 것이 바로 군사작전을 방불케 중앙당사를 기습적으로 침탈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야당에 대해서 단순히 협치를 거부하는 정도가 아니라 ‘야당을 말살하고야 말겠다’는 그런 뜻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한민국 검찰 윤석열의 검찰이 우리의 협조의사마저 내팽개친 채 이렇게 강제적으로 국민들 앞에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을 자행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저희로서는 이제는 협치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이 모든 것의 진두지휘는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이라고 저희는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3일 박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시정연설 전 우리 국회를 ‘이 XX’라고 지칭한 것과 중앙당사 압수수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24일 오전 출근길 약식문답에서 “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이나,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한 뒤 정부의 시정 연설을 하도록 듣게 돼 있는 규정에 추가 조건을 붙인다는 건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고 거절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정진상까지 출국금지… 시정연설 보이콧

아울러 같은 날 오후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모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했고, 정 실장은 피의자들과 공모한 의혹을 사고 있다.

정 실장은 성남시청에서 정책실장(별정직 6급)이었지만,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는 평가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남욱 변호사가 건넨 불법 자금 5,000만 원을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정 실장은 민주당 출입기자들에게 “제가 불법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저는 이미 검찰, 경찰의 소환에 응하여 수차례 조사를 받았다. 지난 9월 16일에는 압수수색을 당해 핸드폰 등도 빼앗겼고 출국금지도 당했다”며 “검찰이 추가로 조사할 것이 있어서 소환하면 언제든지 당당하게 응하여 성실하게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 복귀했지만, 다음 날 있을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영환 대변인은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김용 부원장이 불과 세 시간 머물렀던 민주연구원을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은 민주당이 압수수색 받는 모습을 연출하여 국민 앞에 조리를 돌리겠다는 정치적 술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헌정사에 야당 국회의원들을 ‘XX’라 부르는 대통령은 없었다. 헌정사에 국정감사 기간에 제1야당 중앙당사를 침탈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야당탄압을 일삼으면서 대통령 시정연설에 들어와 박수라도 치라는 말이냐”며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을 정적으로 규정하고 말살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 신공안정국에 온몸으로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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