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이태원 참사 이후 국회가 정쟁을 자제하고 협력으로 진상 규명을 해나가자고 약속했지만, 여야의 진상규명 방식에 이견이 생겼다.

국민의힘에서는 앞서 여야정과 전문가의 ‘이태원사고조사특별위원회’와 같은 공동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사 대상인 정부에게 ‘셀프 조사’를 맡기기에는 국민 공분이 임계점을 넘었다. 수사의 대상이 수사를 담당하고 심판받아야 할 자들이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이에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국정조사요구서’를 조속히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의 불안과 분노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과 함께 진상규명에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며 “안일한 경찰인력 배치, 112 신고 부실대응, 늑장 보고, 민간 사찰 등 지금까지 나온 의혹만으로도 사유는 차고 넘친다. 민주당은 성역 없는 국정조사로 국가가 국민을 내팽개친 1분 1초까지 밝히겠다”고 했다.

또한 “여당도 철저히 원인 규명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동의한다면 정의당까지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제출할 뜻도 있다”며 “신속한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반드시 내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요구서를 처리해야 한다”고 시한을 정했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여야정 협의체 제안 받은 바 없다

여당에서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가 없다고 전했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정책조정회의가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여야정 협의체를) 언론에는 얘기하고 구체적으로 민주당에 제안한 바는 없다”며 “진상조사와 관련해 초당적으로 해야겠지만, 문제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함께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언론에만 이야기하지 말고 여야가 모여 조속히 논의의 첫발을 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여당에서 국정조사요구를 거부할 경우 강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정쟁처럼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며 “입법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가 자료를 내지 않고 숨기려 한다면 국회의원이 나서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초당적으로 협력하자고 한 만큼, 국정조사 요구에도 참여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특검이 아닌 국정조사를 요구한데 대해 그는 “지금은 수사가 들어간 상황이고 국정조사를 통해 사실을 빠르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며 “국정조사를 넘어서는 특검 필요성이 부각된다면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먼저 국정조사를 꺼낸 정의당도 박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추진 계획을 환영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긴급 대표단 회의에서 “원인 규명의 책임을 더는 정부에 맡길 수 없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원인 규명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며 “수백 명 시민들의 생사가 오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왜 경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는지, 그리고 이 같은 사실이 제때 보고가 되기나 한 것인지, 용산구청은 이제껏 해왔던 안전대책을 왜 시행하지 않았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정의당은 철두철미한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 계획이 나오자 이 원내대표는 “이제 공은 집권여당 국민의힘에 넘어갔다.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는 것에는 정진석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도 뜻을 같이 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이 국정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여당의 협력을 촉구했다.

정진석(왼쪽)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3차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정진석(왼쪽) 한일의원연맹 회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43차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 국민의힘, 국정조사보다 검수완박 개정 먼저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야권의 요구에 ‘검수완박’의 결과라며 역공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SNS를 통해 “이태원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이 입법독재로 통과시킨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검찰은 이태원 사고를 수사할 수 없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라는 사법 체계를 무너뜨린 ‘검수완박법’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부끄러움도 없이 경찰의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를 요구했다”며 “경찰을 못믿겠다며,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무슨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냐. 민주당이 169석 의석으로 지금까지 한일이 무엇이냐. 민생은 방기하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막이’에 급급하지 않았느냐. 검수완박법을 바로잡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0여년간 대한민국의 대형비리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의 손발을 묶어두고 진실 규명하자면 누가 믿겠느냐”며 “경찰이 제 식구 수사하는 사법체계를 그대로 둘 거냐. 1999년 옷로비 사건 국정조사로 밝혀진 것은 故 앙드레 김 선생님의 본명이 김봉남이었다는 웃지 못 할 일화가 전부였다. 지금의 국회에서 그런 소극이 다시 재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거듭 “대형사고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검수완박법 개정하자”며 “국정조사보다 그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행 검수완박법으로도 경찰의 책임 유무를 따지는 수사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야권은 현 국면에 어울리지 않는 검수완박 논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156명의 소중한 생명을 잃은 이 사건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범위나 시기,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 긴급현안질의 상황 등을 고려해 수용 여부와 시기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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