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CMA, 양사 합병 유예… 한국∼영국 노선 독과점 문제 지적
영국항공, 코로나19로 인천∼런던 노선 단항… 韓 FSC 2개사 독과점 현상
대한항공 “버진 애틀랜틱 항공 또는 영국항공 인천∼런던 취항 시 해결될 문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영국 경쟁 당국인 경쟁시장청이 합병을 유예하고 추가 보완 자료를 요구했다. /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영국 경쟁 당국인 경쟁시장청이 합병을 유예하고 추가 보완 자료를 요구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합병을 두고 영국 경쟁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런던 노선 독과점을 우려하면서 합병을 유예했다. 이에 따라 영국 CMA는 대한항공 측에 오는 21일까지 보완 자료를 추가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며 해당 자료를 오는 28일까지 추가 검토한 후 대한항공의 제안을 수용할지, 제2차 합병 조사에 착수할 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영국 CMA는 지난 14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유예했다.

영국 CMA가 합병 유예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한국에서 영국 런던 노선을 직항으로 운항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단 두 곳만 존재해 양사가 합병을 하게 되면 해당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선택지가 줄어들고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거나 서비스 질 하락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CMA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영국(인천∼런던) 노선에 대한 고객 수요가 감소했지만 사실상 대한항공이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런던 직항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운항 중이며 해외 항공사 루프트한자·핀에어·에어프랑스-KLM·에티하드항공·에미레이트항공 등은 인천∼런던 노선에 직항이 아닌 환승노선을 운항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합병 후에도 한국∼영국 노선에서 점유율 5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CM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독과점 문제가 나타난 이유는 앞서 인천∼런던(히드로 공항) 노선을 운항하던 영국 국적 항공사인 영국항공(브리티시 에어웨이)이 코로나19로 인해 수요 감소로 해당 노선을 단항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양국을 직항으로 잇는 항공사는 한국에서만 2개, 영국에서 1개가 존재했는데 영국항공이 발을 빼면서 국내 FSC 2개사의 독과점이 시작된 셈이다.

현재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으로 우려되는 독과점을 깨기 위해서는 영국항공이 다시 취항을 하면 여객 독과점 문제는 해소된다.

이 외에 CMA는 양사 합병 시 화물 시장 독과점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영국 노선의 항공화물 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데, 3위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절반 크기에 불과해 독과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영국 CMA는 대한항공 측에 오는 21일까지 합병을 납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28일까지 추가 자료를 검토한 뒤 ‘Phase 2’의 이름으로 제 2차 합병 조사에 착수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승인을 받은 국가는 필수 신고국가로 터키·대만·베트남·한국·태국 5개국과 임의 신고국가 말레이시아·싱가포르·호주·필리핀 4개국 등 총 9개국이다.

양사의 합병을 승인한 국가는 대부분이 조건 없는 기업결합 승인을 내렸는데, 양사의 합병이 독과점 우려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합병 승인 국가는 대부분이 동남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취항이 가능한 지역이라는 이유가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인 국가는 필수 신고국가인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4개국과 임의 신고국가인 영국까지 총 5개국이 남은 상태다. 양사의 합병은 필수 신고국가 외에도 임의 신고국가까지 모두 허가를 받아야 해당 국가로 취항을 할 수 있는데, 한 국가라도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합병의 의미는 퇴색된다.

대한항공은 영국 CMA 측에 빠른 시일 내로 추가 자료를 제출해 합병을 순탄하게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천∼런던 노선 독과점 해소 방법으로는 앞서 인천∼런던 노선을 운항했었던 영국항공이 다시 운항(복항)하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으며, 또 스카이팀 항공 동맹인 버진 애틀랜틱 항공과 코드셰어 방식을 이용해 신규 항공사의 인천∼런던 취항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영국은 임의신고국가임에도 합병과 관련한 신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내용을 보강한 자료를 추가 제출해 독과점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항공은 1988년 9월 런던∼김포 노선을 앵커리지와 일본(도쿄 및 오사카) 경유하는 방식으로 취항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IMF 경제 위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해 1998년 철수한 후 2012년 런던∼인천 노선에 다시 취항했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로 인해 또 한 번 수요가 급감하자 다시 한국 노선을 단항 했는데, 취항과 단항을 반복하는 모습에 비쳐보면 내년쯤 수요가 늘어나면 다시 복항할 가능성이 짙다.

또한 영국 국적 항공사인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지난 9월말, 글로벌 항공 동맹인 ‘스카이팀’에 내년부터 합류하기 위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한다고 밝혔다. 버진 애틀랜틱 항공이 스카이팀에 합류하게 되면 대한항공과 공동운항(코드셰어) 방식으로 한국에 취항할 가능성이 높다. 허브 공항도 런던 히드로 공항과 맨체스터 국제공항 두 곳으로, 영국이 우려하는 독과점을 해소할 수 있다.

한편,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스카이팀 가입 배경에는 스카이팀 의장직을 맡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영국을 방문해 적극적인 의견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근거자료 및 출처
영국 경쟁시장청(CMA),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유예
2022.11.14 영국 정부 발표
버진 애틀랜틱 항공, 스카이팀 신규 회원사 가입
2022.09.27 스카이팀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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