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프놈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현지시간) 프놈펜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14세 아동의 집을 찾아 건강상태를 살피고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한 김건희 여사를 두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논란은 야권 일각에서 김 여사가 선천성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캄보디아 소년 가정을 방문한 것을 비꼬면서 시작됐다. 해당 사진이 배우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해당 장면을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하자, 국민의힘도 격분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가 ‘금도를 어겼다’고 보고 역공에 나선 모양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유례 없는 ‘대통령 부인 스토킹’ 정당이 돼버렸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김 여사가 해외 순방에서 심장병 어린이 환자를 찾아 위로한 것은 역대 어느 정부의 대통령 부인도 다 했던 소외계층을 돌보는 봉사활동”이라며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사실을 세상이 잊을까봐 이러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영부인의 순수한 봉사활동을 폄훼함으로써 윤석열 대통령 일이라면 무조건 비난부터 하고보는 민주당의 삐뚤어진 심보가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김 여사에 대한 공격이 도를 넘는다. 완전 스토킹”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의 반발은 앞서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김 여사의 봉사활동을 ‘빈곤 포르노’에 빗대면서 증폭됐다. 장 최고위원은 전날(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여지없이 또 외교 참사가 발생했다”며 “김 여사의 빈곤 포르노 화보 촬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 최고위원은 김 여사의 이러한 일정이 개최국이 요청한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간 것이라는 점을 공략했다. 그가 '외교적 결례'이자 '의료취약 계층을 홍보수단으로 삼은 것'이라고 비판한 까닭이다.

조현동 외교부 차관이 전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개최국의 ‘앙코르 와트 방문 요청’은 공식 일정이 아닌 ‘권고 프로그램’이라며 외교결례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민주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빈곤 포르노’란 표현을 ‘인격 모욕적이고 반여성적’이라고 규정한 것에 대해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라고 응수했다. 

◇ ′비공개 일정′ 날 세운 민주당

논란은 ‘외교적 결례’ 차원을 넘어서는 모습이다. 김 여사의 이번 일정 자체가 ‘비공개’에 ‘개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영부인으로서 가는 자리라면 해외에서 무슨 활동을 하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국민이 알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통령의 성과까지 묻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과거 ‘봉하마을 방문’을 비롯해 ‘팬클럽 일정 유출’ 등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다는 점도 이번 사태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비밀외교를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일정을 제대로 공개하고, 언론과 함께 공개적으로 하지 않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여사의 일정을 누가 개입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영부인의 일정 그리고 앞으로 활동들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대통령기록물로 남길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기록과 공개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논란이 더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선 김 여사의 행보가 ‘선한 영향력’이라고 두둔하는가 하면, 민주당의 공세가 ‘억지’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를 위해 전 영부인의 행보를 끌어오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위해 영부인의 자리를 악용한 정숙 씨에 비하면 김건희 여사의 이번 선행 행보는 천 번 만 번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빈곤 포르노’ 단어를 꺼낸 장 최고위원에 대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장 위원의 빈곤 포르노라는 아주 왜곡되고 잘못된 발언에 대해 품위 손상을 이유로 제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서도 “민주당은 장 위원을 당헌당규 따라 조속히 징계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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