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보복수사 및 언론·야당탄압 등을 규탄하고 있다./뉴시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정치탄압대책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보복수사 및 언론·야당탄압 등을 규탄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받지 못한 공소장을 언론이 미리 입수한 것은 검찰이 이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흘렸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지난 11월 8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며 “그리고 다음 날 9일 오전 5시 조선일보가 ‘이재명 측근 김용·정진상·유동규, 김만배에게 428억 받기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공소장의 핵심적 내용이 담긴 단독 보도였다”고 했다.

이어 “정작 김용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은 공소장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며 “변호인 측에 따르면 9일 오후 5시 30분까지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부조차 공소장을 전달받지 못했다. 담당 변호인들은 이틀이나 공소장을 받지 못해 난처한 상황이었음에도, 심지어 재판부에도 공소장이 전해지기 전에 언론에 공소장이 누설된 것이다. 기사 작성 시간을 고려하면 사실상 8일 기소 직후에 언론에 바로 공소장을 건네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지난달 25일에 공무상 비밀누설죄 검토에 착수한다고 밝히면서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긴급 체포된 10월19일 이후 지난 달 23일까지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발' 단독보도가 무려 144건 쏟아졌다”며 “하나같이 검찰이 수사 중인 사안을 언론에 흘리지 않았으면 보도할 수 없는 내용들”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수사상황이 외부에 알려지는 경로는 다양해 구체적 근거 없이 단정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영장 사본을 당사자도 교부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수사 관련 보도를 놓고 검찰 수사상황을 특정 언론에 흘리고 있다고 단정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측은 검찰의 해명에 대해 “대장동 사건을 지휘하는 고형곤 4차장검사는 이런 악질 범죄에 대해 거짓말까지 늘어놓았다”며 “‘검찰 발’ 단독보도임이 명백한 상황에서 적반하장 격으로 피고인 측에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이다. 변호인에게 전달되지도 않았던 공소장을 피고인 측이 어떻게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이냐. 아니면 공소장에 발이라도 달렸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 무죄추정의 원칙 무시된 채 ‘낙인효과’

‘공무상 비밀누설’은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법안이다. 어떤 목적에 의해 알린 것 뿐만 아니라 본인이 인지하지 못하고 비밀을 누설한 것도 포함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에서 의도적으로 공소장 내용을 언론에 흘리면서 ‘무죄추정의 원칙’하에 보호받아야 하는 피의자를 극악무도한 죄인으로 만들고, 그와 관련된 이재명 대표에게 범죄자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 측에서는 “입증되지도 않은 혐의사실을 언론에 유출해 수사 당사자들을 사실상 범죄자로 규정하고, 이러한 압박을 통해 없는 죄도 토해내게 만들려는 심산”이라며 “검찰이 수사가 아니라 언론플레이, 여론재판에 몰두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김 전 부원장의 사례를 들며 “이틀간 공소장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김용 전 부원장 측은 방어권을 상실한 채 쏟아지는 무차별적인 폭로를 감내해야 했다”며 “11월 9일의 공소장 유출은 단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형법 제127조 ‘공무상 비밀누설죄’ 위반이자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는 헌법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모 의원은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검찰에서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지금 이미 엄청난 효과를 보고 있지 않냐”며 “김건희 여사도 이재명 대표도 수사가 개시되지 않았지만, 무차별적으로 공소사실이 공개되고 있는 이재명 대표는 손발이 꽁꽁 묶이고, 김건희 여사는 두고봐야한다는 식의 여론이 조성된다. 이건 검찰에서 하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라고 설명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장동 사업 구조 및 수익 배분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이 지난 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장동 사업 구조 및 수익 배분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 뒤숭숭한 민주당 분위기

하지만 민주당의 이번 검찰 고발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연말 내로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친명계’(친 이재명)가 검찰을 압박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는 분석이다. 특히 민주당의 대책위가 이 대표의 방탄을 위해 일하면서 당이 ‘사당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에 따라 ‘비명계’(비 이재명) 의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김종민‧이원욱 의원 등은 지난 달 29일 국회에서 ‘반성과 혁신 연속토론회’를 열고 연말 내 결단할 일이 생길 수 있음을 암시했다. 아직은 소수의 시선으로 보이지만 이 대표가 검찰에 소환된다면 집단적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싱크탱크 모임인 ‘연대와 공생’은 지난달 28일 심포지엄을 열고 사당화를 비판했다. 김철민 의원은 “민주당이 사당화돼서는 4년 반 후에 정권을 되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요즘 민주당 정신은 사라진 것 같고, 많은 국민들은 민주당이 사당화되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비명계에서도 검찰의 불공정 수사에 대한 대응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조응천 의원은 ‘YTN 뉴스라이더’ 인터뷰에서 “(당이) 단일대오를 이뤄서 싸우다가 (혐의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오면 당은 어떻게 되는거냐.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면서도 “불확실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당 대표라도 개인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당은 기소 전에 범죄자로 낙인찍는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 같은 검찰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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