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라인의 최고 책임자였던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29일 오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서 전 안보실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서 전 안보실장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다음 날 새벽 1시에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게 자진 월북 방침과 배치되는 첩보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안보실장은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첩보의 배포선을 조정하라고 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삭제 지시를 한 적은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앞서 서욱 전 장관이 검찰 조사에서 서 전 안보실장의 지시에 따라 배포선을 조정했다고 진술한 만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다면 구속 수사 과정에서 서 전 안보실장의 진술 번복이 있을지 주목된다.

서 전 안보실장은 지난 달 27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언론에 심경을 밝혔다. 당시 그는 “3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안보업무에 종사했다”며 “근거 없이 월북으로 몰아간 적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자료삭제 지시도 한 적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명예를 놓고 근거 없는 조작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 삭제 지시가 최대 쟁점

지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쟁점은 크게 우리 정부가 이씨를 월북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군사안보실에서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의 정보 삭제 지시와 국정원장이 내부 첩보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으로 정리할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서 전 안보실장은 새벽에 열린 관계장관회의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회의는 피살 정황 속보에 따라 이 첩보가 맞는지 아닌지에 모든 논의가 집중됐다. 월북 여부는 집중한 상황이 아니었다”며 “월북으로 몰았다는 말이 있는데 정부는 그럴 이유가 없다. 서욱 국방장관이 취임한지 사흘만이었고, 월북을 막지 못했다면 서 장관이 책임을 져야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월북으로 모는 게 이상하다”고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국가안보실의 지시에 따라 서욱 전 국방장관이 밈스에서 감청 정보 등 기밀을 삭제했다는 의혹에 대해 국회 국방위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초 그 의혹이 제기된 다음날 합동참모본부와 국방부에서 원본은 삭제된 것이 없고, 단지 배부선 조정이 있었다는 입장문이 나왔다”며 “밈스에 정보가 들어오면 분석 과정에서 불필요한 부서에 정부가 공유되지 않도록 배부선 조정을 한다. 군단급, 사단급으로 배부선을 조정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다. 정보처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반박했다.

박지원 당시 국정원장은 국정원 내부 첩보 보고서 등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 “대통령이나 청와대 안보실로부터 자료를 삭제하라는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없고 국정원 직원들에게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며 “국정원 군 공용 첩보는 국정원에서 삭제해도 원 생산부서인 국방부에 남는다. 국정원 생산보고서는 메인서버에서 지울 수 없다. ”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서욱 전 국방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으나, 이후 구속적부심을 거쳐 석방됐다. 만약 이번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다시 구속적부심으로 서 전 안보실장이 석방되면 수사 정당성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편파 수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의겸 의원, 김남국 의원, 박찬대 공동위원장, 김승원 의원, 유정주 의원, 이동주 의원./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편파 수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의겸 의원, 김남국 의원, 박찬대 공동위원장, 김승원 의원, 유정주 의원, 이동주 의원./뉴시스

◇ 민주당, ‘표적수사’ 질타

민주당 측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전 정부 탄압을 위한 마구잡이 영장청구라고 보고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른바 서해 피격사건과 관련해 ‘서훈도 공범’이라고 관련자들의 영장에 적시가 돼 있다. 하지만 정작 서욱 전 국방장관, 김홍희 전 해경청장은 구속적부심을 통해 이미 석방됐다”며 “억지와 모략으로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다. 그런데도 영장을 청구한 것은 어떻게 하든 구속을 시켜서 망신부터 주자는 심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영장의 필요성에 대해 “구속에 필요한 증거인멸, 도주의 우려는 있느냐”며 “관련 자료는 모조리 대통령 기록관과 국방부, 경찰청에 있다. 서훈 전 실장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관련자들도 수백 명이 이미 다 조사를 받은 상태다. 서 전 실장은 검찰의 피고발인 조사에도 성실하게 임해왔다. 서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통일, 외교, 안보 분야의 총 책임자였다. 어디로 숨겠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야당에 대한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창의 태도가 완전히 딴판이라며 근본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박찬대 공동위원장, 유정주, 김남국, 이동주, 김의겸, 김승원 의원 등 대책위원들은 29일 오후 검찰의 편파 수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정권하에서 벌어지는 검찰의 정치보복 수사가 무도하고 잔인한 이유는 비단 수사의 방식, 성격 때문만은 아니다. 국회 본청과 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하는 패기에 찬 검찰이 ‘김건희’ 이름 세 글자 앞에서는 순한 양처럼 온순해지는 모습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당과 전임 정부에 대해선 거침없이 빠르게 수사 중인 검찰,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는 감감무소식이다. 대선 이후 단 한 건의 압수수색도 진행하지 않았다”며 “대장동 사건 관련해 검찰은 유동규, 남욱 등 주요 범죄혐의자들을 풀어주면서 이재명 대표와 주변 인사들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반면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주요 범죄혐의자들을 모두 잡아가두면서 김건희 여사에 대해선 소환 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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