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 동안 매년 ‘회의비’로 100억 이상 지출
회사 측 “콘퍼런스, 학술비 비용 등 모두 포함”… 업계 대비 10배 규모

제일약품이 최근 5년 동안 매년 ‘회의비’로만 1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제일약품
제일약품이 최근 5년 동안 매년 ‘회의비’로만 1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 제일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일약품이 최근 5년 동안 매년 ‘회의비’로만 100억원 이상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의비는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에 포함되는 계정 과목인데, 제일약품의 경우 연간 회의비 지출 규모가 국내 주요 제약사들과 비교하면 많게는 10배 이상 많기도 해 논란이 예상된다.

◇ 주요 제약사, 회의비 연 10억원 내외… 제일약품 10배 이상 차이

12일 제일약품의 2018년∼2021년 사업보고서 및 2022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재무제표 기준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중 회의비로 △2018년 109억원 △2019년 130억원 △2020년 105억원 △2021년 126억원 △2022년(1∼9월) 115억원 등을 지출해 5년간 회의비로만 총 584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기간 주요 제약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제일약품과 매출 규모가 비슷한 HK이노엔이 5년 동안 회의비로 약 60억8,000만원을 지출했으며, 업계 매출 1위인 유한양행은 5년간 회의비용으로 지출한 누적 비용은 약 46억원으로 나타났다. 제약업계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대웅제약은 5년간 회의비로 29억1,000만원을 지출했고, 한미약품은 약 5억6,000만원으로 상대적으로 회의비 규모가 적은 편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자회사와 계열사의 매출 등을 포함하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회의비를 집계하더라도 △2018년 92억원 △2019년 59억원 △2020년 21억원 △2021년 31억원 △2022년 19억원으로, 제일약품에 비해 적은 규모다.

단순 비교를 하면, 별도 기준 제일약품의 최근 5년간 회의비 지출 규모는 동기간 유한양행의 10배 이상에 달하며, 한미약품의 별도 기준에 비해서는 100배가 더 많다. 제일약품의 회의비 지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는 점이다.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사진)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 시사위크
성석제 제일약품 대표이사(사진)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 시사위크

◇ 제일약품, 수익성 저조에 ‘회의비’ 한몫… ‘판관비 9% 이상’ 차지

제일약품의 이러한 회의비 지출 규모는 내부적으로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인다.

제일약품은 자체 개발 제품(의약품·의약외품) 비중이 적고 타사의 제품을 가져다 파는 상품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구조다. 이러한 수익구조로 인해 제일약품의 수익성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제일약품의 올해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실적은 △매출 5,518억원 △영업이익 19억원 △당기순손실 10억원 △영업이익률 0.34% 등으로, 수익성이 국내 10대 제약사 중 최하위권이다.

영업이익은 매출 총 이익 중 판관비를 제외한 수익인데, 회의비가 판관비에 포함되는 만큼 결국 수익률이 저조한 배경에는 회의비 규모가 큰 점도 일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제일약품의 회의비 지출 비중은 매년 매출의 1.5∼2%, 판관비의 7.35∼8.57%에 달했는데, 올해 1∼9월 지출한 회의비 115억원은 매출 대비 2.08% 수준이며, 판관비(1,192억원)의 9.63%에 달한다.

결국 내부에서 회의비 등으로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는 점 때문에 수익성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제일약품이 연간 회의비로 지출되는 비용만 줄이더라도 부실한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제일약품 측에서는 “회의비와 같은 세부적인 회계 계정에 대해서는 회사별로 포함하는 내역이나 회계처리 방식이 다르기도 하다”면서 “우리는 팀별 회의나 부서간 회의, 콘퍼런스, 심포지엄, 학술비, 세미나 비용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포지엄이나 학술 모임 등이 있는 경우 장소 대관비와 식대 등도 모두 포함돼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 것 같다”며 “또 우리는 상품 비중이 높은데, 오리지널 의약품을 많이 판매하다보니 이러한 약과 관련한 심포지엄이나 학술 세미나 등을 많이 하고 있어서 일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회의비로 연간 100억원 이상의 지출을 하는 것은 이해가 잘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회사별로 회의비에 포함하는 게 다르기도 하지만 업무추진비와 학술비 등을 포함하더라도 연간 회의비는 10억원 내외 수준이 보통”이라며 “회의비로 100억원 이상을 지출하는 제약사는 왜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웅제약 측에서도 자사 회의비 계정 내에는 콘퍼런스나 심포지엄 등 학술 세미나 활동 비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제일약품 회의비가 총 매출의 2%를 넘는 수준이라면 적지 않은데, 회의비 계정에 접대비가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접대비와 회의비는 엄연히 다른 항목이며 건전성 판단을 위해 구분할 필요가 있긴하지만, 포함했다고 해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강남권의 한 5성 호텔 측 관계자에 따르면 “기업체에서 호텔의 미팅 룸·비즈니스 홀 등을 대관해 100여명이 모이는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 1인 기준 식대는 10만∼20만원 수준”이라며 “홀 대관 비용은 시간대와 비수기·성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명확히 얘기는 못하지만 50여명 정도가 모여 1∼2시간 행사를 진행할 때 대관비가 약 500만원 정도인데, 100여명인 경우 대략적으로 1,000만∼2,0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식대와 대관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4,000만원 내외의 비용이 책정된다. 여기에 참석자들에게 5성 호텔 투숙을 제공하더라도 1객실 1박 기준 50만원을 기준으로 잡으면 100객실 기준 5,000만원으로, 결국 1회 행사에 1억원 미만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1회 행사에 1억원의 비용을 지출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회의 행사를 진행해야 100억원의 지출이 가능한데,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이나 행사가 제한됐던 것을 감안하면 제일약품의 연간 100억원대의 회의비 지출은 선뜻 납득이 어려워보인다.

 

근거자료 및 출처
제일약품 등 제약업계 2018년~2021년 사업보고서 및 2022년 3분기 분기보고서 별도 재무제표
2022.12.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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