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 후 첫 7,000억원 매출 달성, 이면엔 상품 의존도 80%
10년 전 이익률 7%, 이후 상품비중↑·수익성↓… 최근 5년 수익률 0.5%
제일약품, 신약 15종 개발 중… “지난해 적자는 R&D 투자 증대로 인한 것”
경쟁사, 6,000억원대 매출에 R&D 투자 더 많은데도 흑자 실적

제일약품이 지난해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약품
제일약품이 지난해 국내 10대 제약사들 중 유일하게 적자 실적을 기록했다. / 제일약품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제일약품이 국내 10대 제약사들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적자 실적을 기록한 제약사로 이름을 올렸다. 제일약품의 수익성이 좋지 않은 원인으로는 타 제약사의 제품을 가져다 되파는 ‘상품’의 비중이 높은 점이 지적된다.

제일약품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7,007억원 △영업손실 105억원 △당기순손실 150억원 등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 소폭 증가해 2017년 제일파마홀딩스와 인적 분할 후 처음으로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섰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적자를 기록했다.

제일약품은 다른 제약사의 제품을 가져다 팔면서 매출을 꾸준히 끌어올려 매년 연간 매출 기준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매출의 상당 부분은 다른 제약사의 제품인 ‘상품’이 차지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의 비중은 상당히 저조한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제일약품의 매출 7,007억원 중 상품 비중은 79.88%(5,597억원)에 달한다. 제일약품이 판매한 10개의 의약품 중 8개는 다른 제약사의 제품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제일약품에는 ‘도매상’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제일약품이 수익성을 개선하고, 도매상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는 제품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지만, 이는 수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제일약품도 처음부터 상품에 의존하지는 않았다. 과거에는 준수한 수익성과 제품 라인업을 바탕으로 건실한 제약기업 중 하나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10년 전 제일약품은 자체 개발 제품과 타 제약사의 상품 비중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준수한 수익성을 기록한 바 있다. 2011년 제일약품의 매출은 4,629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률은 7%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영업이익률 7%는 적은 수준이 아니다. 현재 상위 10대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10%를 넘는 제약사는 한미약품 외에 찾아보기 힘들며, 지난해 영업이익률 7% 내외를 기록한 10대 제약사는 대웅제약(7.71%)과 종근당(7.06%), HK이노엔(6.53%) 정도다.

2011년 제일약품(제일파마홀딩스)의 수익률이 준수했던 배경에는 제품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1년 제일약품의 매출 4,629억원 중 제품 비중은 44.68%(2,068억원)를 차지했다. 상품 비중은 55.05%(2,548억원)로 균형을 이룬 모습이다.

그러나 2012년부터 제품 매출은 줄어들고 상품 매출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고, 2014년부터 상품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 이러한 높은 상품 의존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인적분할 직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제일약품의 매출 가운데 상품 비중은 △2017년 74.49% △2018년 77.99% △2019년 77.07% △2020년 77.67% △2021년 79.88%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제품이 차지하는 수준은 1,382억원으로, 10년 전 대비 약 700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뿐만 아니라 제일약품의 최근 5년간 수익률은 처참한 수준이다. 2017년∼2021년 누적 매출은 3조621억원이며, 동기간 누적 영업이익금은 150억원에 불과하다. 영업이익률로 환산하면 0.49%로, 지난 5년간 매출 1,000원당 약 5원의 수익이 발생한 셈이다.

현재 제일약품은 이러한 기형적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자 신약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제일약품의 신약 연구개발(R&D) 포트폴리오는 신약과제로 △역류성식도염 치료제(JP-1366) △뇌졸중 치료제(JPI-289) △당뇨병 치료제(JP-2266) 등이 있으며, 합성원료 개량신약으로 △당뇨 치료제(JLP-2008) △과민성방광염 치료제(JLP-2002, 해외 신약 도입)  △항혈소판제(JLP-1920) 등이 있다.

제일약품 측에서도 지난해 적자 실적을 기록한 것과 관련해 “연결대상으로 포함된 자회사 온코닉 테라퓨틱스의 경상연구개발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일약품이 R&D에 투자한 비용은 390억원 수준이며, 그 이전 3년 동안에는 매년 약 250억원 내외 수준의 투자를 지속했다. 그간 R&D 부문 투자에 비해 지난해 지출이 소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대 제약사 중 6,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한 보령과 JW중외제약은 R&D 부문에 각각 391억원, 513억원을 투자했음에도 보령은 414억원, JW중외제약은 3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동아ST도 지난해 5,932억원 매출을 올리고 R&D에 988억원을 투자, 15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경쟁사와 비교하면 제일약품의 적자 실적은 단순히 R&D 투자로 인한 것이라고만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간 상품 의존도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 곪아 터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를 개선하지 못한다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제일약품 오너3세인 한상철 부사장이 지난 2016년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전면에 나섰음에도 상품 의존도에 대한 개선은 미진한 모습이다. 실적은 한상철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와 무관치 않다. 이는 경영승계와도 맥이 닿아있다. 높은 상품 비중의 해결이 한상철 부사장의 과제로 지적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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