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박 전 원장의 복당 소식이 공개되자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원장 복당 문제는 좀 더 논의하기로 했다. 오늘 최고위에서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최고위원들 간 견해차가 있어서 조금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며 “과거 이해찬 당 대표 시절 탈당과 복당에 대해 당헌·당규를 엄격하게 마련해 놓은 게 있어 그런 정신에 비춰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와, 지난 대선 때 폭넓게 당의 문호를 개방하고 대통합 차원에서 많은 분들을 받아들였는데 박 전 원장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두가지 견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장은 지난 달 복당을 신청했고,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지난 15일 복당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고위원들 간에 이견이 나왔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친명계에서는 박 전 원장의 복당을 허용해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한 반면, 일각에서 박 전 원장의 탈당 이력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장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한다.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에서 원내대표, 당대표를 지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합당하자 민주평화당, 민생당을 거친 그는 문재인 정부 때국정원장으로 지명됐다. 국정원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어 민생당에서 탈당 처리됐다. 국정원장 퇴임 후 박 전 원장은 민생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박 전 원장이 사실상 국민의당 대표 격으로 지내면서 꾸준히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판했던 점 때문에 당 내홍을 조장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끝까지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막기도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주당이 대선 승리를 위해 민주개혁 진영 대통합 차원에서 ‘당내 대사면’으로 일괄 복당을 허가했는데, 국정원장 신분으로 복당신청을 하지 못했다가 이제 신청한 박 전 원장의 복당만 막는 것은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에 대거 복당한 인물 중에는 2016년 ‘분당사태’ 때 민주당을 떠난 권노갑‧정대철‧주승용 전 의원 등도 포함됐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윤석열정권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및 흉악범죄자 추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문제는 사법리스크?

정동영 전 의원이 복당했다. 따라서 탈당과 복당에 대한 엄격한 당헌당규를 이유로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막기는 더 어렵다. 정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탈당해 국민의당 대표, 민주평화당 대표 등을 지냈고, 지난 1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돕겠다고 복당했고 현재는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박 전 원장은 현재 무소속임에도 유튜브, 라디오 인터뷰 활동을 활발하게 하면서 이재명 대표에 대해 호의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 오랜 정치경력으로 영향력이 있는 만큼 민주당에서는 복당을 받고 대여 스피커 역할을 맡기는 것이 유리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친명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탈당하고 다른 당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 민주당을 견제했다는 점을 돌아보면 우리 당에 들어와서 얼마나 다른 당을 잘 견제할 수 있다는 뜻이냐”며 “지금처럼 당이 위태로울 때는 박 전 원장 같은 든든한 인물이 필요하다. 당 대표에 대해서도 믿음이 굳건하고 여당 견제도 확실하게 되는 분 아니냐”고 옹호했다.

그럼에도 박 전 원장의 복당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은 사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이 대표도 사법리스크로 곤혹을 계속 겪고 있다. 여기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박 전 원장  때문에 사법리스크가 한층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대표에 당선된 후로 민주당의 ‘비명계’(비 이재명)는 구심점을 잃고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이 대표 측근의 연이은 구속과 본인의 사법리스크 때문에 당의 대응이 길어지면서 당내에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설명이 길어지자 ‘그걸 내가 왜 알아야 하느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민주당은 서해 사건과 얽힌 노영민 전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 전 국정원장의 기자회견을 주관하는 등 문재인 전 대통령 측근을 보호해왔다. 하지만 전 국정원장이었던 박 전 원장과 당에 복당하는 박 전 의원을 대하는 데는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박 전 원장이 복당할 수 있겠느냐’는 <시사위크>의 질문에 조심스럽게 “복당이 안 되기야 하겠느냐”면서도 “다만 시기가 아쉽다. 지금 예산안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당 대표도 이렇게 불안한데 또 다른 리스크를 안은 중진을 모실만한 시기가 아니다. 박 전 원장이 오시면 적어도 상임고문으로 위촉돼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같은 위기를 바라보는 친명계 의원과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주 전남지역을 순회하며 정치 재개를 위한 몸풀기에 들어갔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곡성과 광양, 여수, 순천 등 전남 동부권을 2박3일 일정으로 방문했다. 조만간 전북지역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6년만의 복당이 성사되면 본격적으로 호남 민심을 등에 업고 대여 스피커로서의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 전 의원의 복당 여부는 오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논의 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