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가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민생은 파탄 지경인데 전 정권 털기에만 올인하는 윤석열 대통령께 국민은 엄중히 경고한다”고 했다.

정치탄압 대책위원장 박범계 의원과 전해철 의원 등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번 보도자료 사건을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대감게이트’ 시즌2로 규정한다”며 “전면적인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국민 명령에 귀를 막고 거짓과 위선, 무능과 탄압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과 살아있는 권력의 사냥개로 전락한 감사원에 맞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검찰과 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정치 탄압에 당장 손을 떼라. 대통령이 집중할 것은 경제고 민생”이라며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실과 내통하더니 결론이 180도 달라진 감사 결과를 내놨다. 위법과 탈법을 저지르고도 덮어줄 든든한 윗선이, 뒷배가 있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감사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라며 “이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당장 서해 공무원 사건 관련 국회 국방위 비공개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 사건의 진상을 원한다면 국민의힘이야말로 즉각 협조하라. 대감게이트 시즌 1, 2의 거짓말쟁이가 누구인지는 분명하다. 민주당은 반드시 대감게이트의 총체적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규정한 감사원법, 감사 사무처리 규칙을 모두 어겼다. 공소장을 방불케 한 보도자료 배포는 황당하기까지 하다”며 “감사원이 수사기관이라면 형법상 피의사실공표라는 위중한 범죄에 해당할 정도다.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 공소장 방불케 하는 이례적 보도자료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보도자료 사건’은 감사원이 지난 13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말한다. 감사원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특별조사국 인력 등 18명을 투입해 57일 동안 감사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가정보원, 해양경찰청 등 5개 기관 관계자 20명을 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수사 대상자에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수사요청서의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국민들께 알려드린다”며 “감사결과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감사위원회의의 의결 등을 거쳐 관련 공무원에 대한 엄중문책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8쪽 분량의 해당 보도자료에는 △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주요 사건 경과 △ 초동 대처에서 위기관리 관련 매뉴얼에 따른 조치 미이행 내용 △ 안보실의 사실 은폐 정황 △ 월북 여부 판단 및 시신소각 판단과정 내 의구점 △ 해경 수사 및 결과 발표 과정의 왜곡 정황 등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한 감사원의 이번 보도자료 발표가 법을 위반한 점이라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통상적으로 증거인멸 등을 막기 위해 비공개로 수사요청을 해온 것과 달리 이번에는 중간 발표를 하면서 수사 요청 사실까지 언론에 공개했고, 서훈 전 안보실장이나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구체적인 인물의 핵심 발언과 혐의가 적시됐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공소장을 방불케 하는 보도자료’라며 △ 국정조사 △ 최재해 감사원장 등 고발 △ 감사원법 개정안 발의 등 모든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 민주당 내부서 ‘촛불’ 이야기도 솔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감사원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에 참석하는 민주당 의원도 등장했다. 김용민 의원은 지난 8일 집회에 참석해 “처음부터 자격이 없었던 사람이 대통령을 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엉망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5년을 채우지 못하게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빨리 퇴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해 퇴진을 주장했다.

김 의원의 퇴진 주장에 민주당에서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지만, 같은 당 의원 상당수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감사원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고, 감사원의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면서 공개적으로 김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도 등장했다.

안민석 의원은 지난 14일 본인의 SNS에 ‘김용민 의원의 용기를 지지하며’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농단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정권이 출범한 지 겨우 6개월만에 권력의 사유화가 자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내세운 공정과 상식을 믿는 국민은 거의 없다. 국민들은 하루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살리는 일보다 정치보복과 야당 탄압에만 혈안이 되어 민생은 실종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절망적인 현실에 좌절하고 분노한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다. 이 자리에 김용민 의원이 용기를 내어 마이크를 잡고 대통령이 대통령답게 하라고 외쳤다. 그런데 민주당 일각에서 김용민 의원의 용기를 폄하하며 잘못됐다고 한다”며 “저는 진정 이것이 잘못된 태도라고 지적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옳은 일에 용기를 내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라고 김 의원의 편을 들었다.

이어 “비정상의 정상화, 불공정의 공정화, 몰상식의 상식화를 위해 국민이 저항하는 자리에 함께 선 김용민 의원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라”며 “저부터 그를 외롭지 않게 하겠다. 비난을 멈추고 광장으로 나가 국민과 함께 촛불을 들고 국민들의 외침을 들어야 한다. 국감이 끝나면 저도 광장으로 나가겠다”고 동참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탄핵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은 “김 의원이 대통령을 빨리 퇴진시키자고 주장한 건 명백히 내란을 선동한 것”이라며 내란 선동·예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즉각 당의 공식 입장인지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고작 5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그럼에도 민주당이 대선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은 끝도 없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국민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전행위”라고 지적했다.

<시사위크>가 접촉한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은 아직 촛불은 시기상조이지만,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을 손 놓고 두고 보지는 않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지금 광장에 나가 계시는 분들의 심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며 “탄핵은 정말 마지막 카드다. 우리 당대표께서도 누차 ‘윤석열 정부가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하셨다. 우리 모두 그에 내포된 의미를 알지 않냐. 민주당이 다양한 방법으로 민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