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정부, 집주인 국세 체납 정보 등기부등본 기재 및 인터넷 열람 허용 등 제도 개선해야”

올해 4월부터 세입자가 집주인의 국세 체납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말 국토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세사기 피해자들 / 뉴시스
올해 4월부터 세입자가 집주인의 국세 체납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지난해말 국토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전세사기 피해자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올해 4월부터 세입자는 전국 일선 세무서를 방문해 집주인이 미납한 종합부동산세 등의 국세를 확인할 수 있다.

전세 세입자가 거주하던 집이 집주인의 파산 등으로 경·공매로 넘어갈 경우에는 집주인이 미납한 세금이 우선 변제된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의 보증금은 뒤로 밀리게 된다.

그동안은 집주인이 동의를 해야만 집주인의 국세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때문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특히 세입자 수백여명이 전세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한 ‘빌라왕’ 사건 당시 숨진 집주인 김모 씨가 종부세 약 62억원을 미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주인의 국세체납 정보 등 세입자의 정보공개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이에 지난해 12월 말 국회는 집주인 동의없이 국세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국세징수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 4월 1일 이후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는 계약서를 들고 전국 세무서 중 한 곳을 방문하면 집주인의 국세체납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을 약 3개월 앞둔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은 해당 제도가 전세사기 피해 방지 등 실효성을 보일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하고 있다. 

◇ 박효주 참여연대 간사 “집주인 국세 체납 정보 외 임대사업자 등록요건 강화 등 필요”

박효주 민생희망본부 참여연대 간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뒤늦은 감이 있지만 당연히 시행됐어야 하는 제도”라면서도 “단 집주인에 대한 국세체납 정보 확인은 안전장치 중 하나에 불과하며 전세사기를 막으려면 이와 함께 여러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매매가격이 전세가격보다 낮은 상황에서 일반 집주인 뿐만아니라 임대사업자 대다수가 그간 갭투기를 통해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보증금을 돌려 줄 수 없는 ‘깡통전세’ 위험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갭투기를 예방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임대사업자 자격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며 “현재는 부채가 80% 수준을 넘거나 자기자본이 단 한푼도 없는 임대인들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박효주 간사는 “전세보증반환 보증보험 가입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의무가입자인 임대사업자들의 보증보험 가입률은 부채비율로 인해 가입되지 않은 사례를 고려하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가입요건에 막힌 일반 세입자들까지 더하면 보증보험 가입률은 더욱 낮다”고 문제삼았다.

지난해 12월 22일 전세사기 피해자 설명회에서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우측)/ 뉴시스
지난해 12월 22일 전세사기 피해자 설명회에서 피해자 지원 방안 등을 발표 중인 원희룡 국토부 장관(우측)/ 뉴시스

◇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임대차계약시 집주인이 국세 체납 관련 증빙자료 제출해야”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이후 집주인의 국세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미 계약을 체결한 마당에 세입자가 집주인의 국세체납 사실을 인지해도 계약을 되돌리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뒤이어 “일각에서는 계약 전 특약 등을 설정하면 된다고 하는데 국세를 체납한 집주인이 특약을 해줄지도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최은영 소장은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에 인터넷 열람을 허용하지 않고 세입자가 직접 계약서를 들고 세무서를 찾도록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또한 이때 세입자는 집주인 체납 정보를 단순 확인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민간연구기관도 용역을 수주할 때 국세 체납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증빙자료를 정부 등에 제출한다. 반면 세입자의 전재산이 걸린 임대차계약에서는 세입자가 직접 집주인의 체납 정보를 확인해야 한다”며 “정부는 임대차계약 과정에서 집주인이 국세 체납 정보와 관련된 증빙서류를 의무 제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정부가 세입자와 집주인간 균형을 어중간하게 맞추려고 하다보니 제도가 이상해졌다”며 “앞으로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주목적으로 인지하고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은주 경실련 간사 “집주인 국세 체납 정보 등기부등본에 기재해야”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간사는 “과거 집주인 동의가 필요한 부분에서 동의 없이 국세 체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인터넷 열람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세입자를 편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정부가 등기부등본에 집주인의 국세 체납 정보도 함께 기재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이는 그동안 문제가 됐던 세입자와 집주인간 정보 비대칭성을 바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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