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했다. / 뉴시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메리츠자산운용을 인수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현상을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주주가 스스로 권리를 찾고, 확대시켜 나가는 ‘주주행동주의’가 확산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주주행동주의를 기치로 내건 사모펀드 및 자산운용사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큰 성과를 내는 사례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주행동주의의 원조’ KCGI가 한층 덩치를 키우고 나서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 ‘운용자산 3조’ 품에 안다

지난 6일, ‘강성부 펀드’로 널리 알려진 KCGI를 중심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메리츠금융지주가 보유 중이던 메리츠자산운용 보통주 100%(264만600주)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잔금을 납부하고,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KCGI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1세대이자 대표주자로 평가된다. KCGI를 이끄는 강성부 대표는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2015년 LK투자파트너스를 통해 사모투자펀드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특히 그는 ‘지배구조’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주주행동주의를 전개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KCGI를 대표하는 이력으로는 역시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을 꼽을 수 있다. KCGI는 2018년과 2019년 한진칼과 한진의 2대주주로 뛰어오르며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적극 요구하고 나섰고, 이후 한진그룹과 치열한 대립각을 형성했다.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급작스럽게 별세한 이후 불거진 오너일가 3세 경영권 분쟁 국면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과 ‘연합군’을 형성하기도 했다.

메리츠자산운용 역시 금융투자업계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자랑해왔다. 미국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존리 전 대표가 2014년 무렵부터 이끌기 시작하면서 ‘가치투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존리 전 대표가 다수의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세간의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으면서 그가 몸담고 있던 메리츠자산운용의 위상도 높아졌다. 현재 메리츠자산운용의 운용자산 규모는 약 3조원에 달한다.

다만, 메리츠자산운용은 존리 전 대표가 차명투자 의혹에 휩싸여 지난해 6월 물러나는 악재를 겪은 상태였다. 이후 그룹 차원에서 메리츠자산운용을 정리하기로 결정하면서 매물로 나왔고, 유력 후보로 거론된 KCGI 품에 안기게 됐다.

강성부 대표는 2021년 6월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인 목대균 대표와 함께 K글로벌자산운용을 설립한 바 있다. 이어 메리츠자산운용까지 손에 넣으면서 투자업계 전반에서 그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이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확산 측면에서도 상당한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여러모로 영향력이 더 커진 KCGI가 또 다른 성과를 도출하게 되면, 그 파급 효과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KCGI는 최근 횡령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 오스템임플란트를 정조준하고 있기도 하다.

KCGI 측은 이번 메리츠자산운용 인수와 관련해 “메리츠금융그룹의 주주친화적 관점에서의 기업 지배구조 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투자자 및 투자대상들과 공유하고자 한다”면서 “KCGI는 메리츠자산운용의 투자 철학을 투자자들과 함께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어느 누구보다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고객의 입장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금융상품에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백마디 말보다 안정적인 수익률로 노후자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래서 고객이 먼저 찾아오는 매력적인 자산운용사가 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인수 절차가 최종 마무리된 이후 공모를 통한 사명 변경과 공개채용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존재감을 더욱 키운 국내 주주행동주의 대표주자가 향후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될지, 그 행보가 시장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