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공시 일타강사’로 나서봅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 뉴시스
오스템임플란트가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직면하게 됐습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 6일 오전,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오스템임플란트와 관련해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제기‧소송허가 신청’을 공시했습니다. 또한 ‘주권매매 거래정지’ 공시와 함께 30분간 주식거래가 중단되기도 했죠. 흔치 않은 공시인데요. 오스템임플란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뒤숭숭하게 새해를 시작하게 된 모습입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이란 무엇일까요?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이 제도는 2005년부터 시행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요. 증권신고서‧사업설명서‧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 등의 허위 기재나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 조작, 감사인의 부실감사로 주주들의 집단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장사의 주가가 미공개정보 이용과 관련된 문제로 크게 들썩여 주주들이 피해를 본 경우 증권관련 집단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습니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승소할 경우,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까지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때 피해 대상자를 특정해야 합니다. 그만큼 소송의 의미는 물론, 결과에 따른 여파도 클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증권관련 집단소송은 다른 소송과 달리 중요한 절차를 거쳐야 시작할 수 있는데요. 법원의 허가를 거쳐야하는 겁니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 및 이익 보호에 적합하고 효율적인 수단인지 여부 등 법에서 정한 요건을 꼼꼼히 따져 허가 또는 불허를 결정합니다. 때문에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실제 개시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제도가 시행된 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10건이 채 되지 않죠. 청구에서 허가, 그리고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소송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오스템임플란트를 향해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제기됐을까요?

먼저, 소송을 제기한 A씨는 청구원인의 요지에 대해 2020년 사업보고서 및 이에 첨부된 내부회계 관리제도 관련 서류에 중요한 허위기재나 표시가 있었고, 이로 인해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피해 대상자는 ‘2021년 3월 18일부터 2022년 1월 3일까지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매수했다가 그 주식을 2022년 1월 3일부터 2022년 9월 5일 사이에 손해를 보고 매도한 사람들’로 특정됐습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오스템임플란트가 새해 주식시장 개장일부터 일으켰던 파문과 연결됩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내부 직원이 2,000억원 규모의 횡령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큰 충격을 안겨줬고, 이후 거센 후폭풍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피해 대상자를 특정하는데 있어 기준점 중 하나가 된 2022년 1월 3일이 바로 횡령 사건이 터진 날이죠.

또 다른 기준점인 2021년 3월 18일은 2020년도 사업보고서가 최초 공시된 날입니다. 2022년 9월 5일은 횡령 사건에 따른 거래정지가 해제된 이후 거래정지 당시 주가를 회복한 날이고요.

즉, 허위 기재가 지적되는 2020년도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날부터 횡령 사건이 터진 날 사이에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산 주주 중 횡령 사건 이후 주가가 회복되기 전까지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판 주주들이 피해 대상자인 겁니다. 어림짐작해도 소송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죠.

결국 이번 소송은 지난해 발생한 횡령 사건이 낳은 또 하나의 후폭풍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말에도 ‘기타 경영사항’ 공시를 통해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경영개선계획 이행 현황을 발표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해 애쓰고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뒤숭숭한 가운데 새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번 증권관련 집단소송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는 더 있습니다. 우선, 소송을 대리하는 ‘한누리’는 이 분야가 전문인 법무법인으로 꼽힙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최근 주주행동주의의 대표주자와도 마주하고 있는데요. ‘강성부 펀드’, 그리고 한진그룹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널리 알려진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늘리고 나선 겁니다. KCGI 측은 지난해 12월 20일 보유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이 5%를 넘겨 보고의무가 발생했다고 공시했고, 여기서 지분 보유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더욱 주목을 끄는 건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KCGI를 대리했던 것이 바로 법무법인 한누리였다는 것입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오스템임플란트 관련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제기·소송 허가신청’ 공시
2023. 1. 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2023. 1. 9. 현재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증권관련 집단소송 공고
2023. 1. 9. 현재 법원
오스템임플란트 횡령·배임 혐의발생공시
2022. 1. 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에프리컷홀딩스, 오스템임플란트 관련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
2022. 12.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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