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행동주의는 올해 뚜렷한 성과를 여럿 남기며 존재감을 한층 높였다. / 픽사베이
주주 행동주의는 올해 뚜렷한 성과를 여럿 남기며 존재감을 한층 높였다. / 픽사베이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최대주주는 물론, 단 1주의 주식을 가진 주주도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다른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등 주주의 권리가 침해당하는 일도 적지 않게 벌어진다. 주주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과거엔 이러한 일이 더욱 횡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엔 주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주주 행동주의’가 확산하면서 세태가 확 달라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주주 행동주의가 굵직한 성과를 여럿 남기며 존재감을 한껏 높였다. 이처럼 기세를 높이고 있는 주주 행동주의는 앞으로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 주주 행동주의 성과 한층 뚜렷… 고삐 더 죈다

지난 10월,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세월 프로듀싱 용역 거래를 맺어온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올해 말을 기해 조기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라이크기획은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주이자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산증인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설립한 개인회사로, 해당 거래는 그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이 같은 결과를 이끌어낸 주역은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제기하며 공세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주주가치 훼손 소지가 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정관 변경 추진을 철회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하는 데에도 성공한 것이다.

이후에도 얼라인파트너스는 라이크기획과의 거래 문제를 해결하라며 공세를 멈추지 않았고, 결국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라는 성과까지 도출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얼라인파트너스가 보유 중인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0.21%에 불과하다. 특별관계자를 포함해도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최대주주의 지분이 비교적 적은 편인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여기엔 의결권 위임 절차를 한층 간편하게 해주는 스마트폰 앱 활용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얼라인파트너스 뿐 아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도 BYC를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 행동을 전개하며 이사회 의사록을 열람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고, 이를 통해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트러스톤은 20일 투자부동산을 공모 리츠화해 수익률을 제고하고 운영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서한을 BYC에 발송했다.

DB하이텍과 풍산의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분할 추진을 저지하기도 했다. 최근엔 태광산업 역시 흥국생명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가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했다. 태광산업을 향한 주주 행동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트러스톤이다.

이처럼 더욱 뚜렷한 성과를 남기고 있는 주주 행동은 앞으로 더욱 매서워질 전망이다. 우선, 제도적인 측면에서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한 조치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20일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한 물적분할 시 반대 주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추진이 대표적이다.

가시적 성과를 낸 주주 행동주의 주체들이 더욱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둔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해외에서 5,0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 유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재차 주주제안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사회의 과반을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설치할 것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트러스톤 역시 태광산업에 대한 주주 행동에 한층 더 고삐를 죄고 있다. 태광산업 지분 5.8%를 보유 중인 가운데, 최근 보유목적을 ‘일반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트러스톤은 2020년 태광산업에 대한 투자 결정 이후 기업가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영진과 대화를 시도해왔으나 묵살돼왔다며 향후 보다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주 행동주의의 원조격인 ‘강성부 펀드’ KCGI는 최근 메리츠자산운용의 인수를 추진하고 나선 상태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운용규모가 현재 약 3조원에 달하는 만큼, 인수가 성사될 경우 국내 주주 행동주의는 더욱 존재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근거자료 및 출처
SM엔터테인먼트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
2022. 10. 14.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트러스톤자산운용 BYC 관련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 보고서’ 공시
2022. 12. 2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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