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동료 의원 및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기 전 동료 의원 및 지지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이선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성남FC 사건 피의자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이 대표는 검찰 소환조사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도부가 총출동해 이 대표를 엄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들어가기 전 포토라인에 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 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 시계 등의 모략으로 고통 당했다”며 “이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리스크였느냐. 검찰리스크였고 검찰쿠데타였다”고 말했다.

이어 조봉암 사법 살인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등 검찰에 의해 사건이 조작된 전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이 그동안 정권의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정권 그 자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또 “(검찰이)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에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검찰은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다. ‘답정기소’다. 기소를 목표로 수사를 맞춰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진실은 법정에서 가릴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며 “이미 결론을 정해둔 검찰에 진실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충실하게 방어하고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 소환 조사 다음 날 바로 민생행보 

민주당 의원들도 이 대표와 함께 사법리스크 정면돌파에 힘을 모았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정청래·장경태 최고위원 등 30여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이 포토라인에 함께 섰다. 이 대표 혼자만의 사법리스크가 아닌 민주당을 향한 검찰의 야당 탄압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리는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 개악 보복수사라고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 참석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현장에 갈 때까지 누가 오는지도 몰랐는데 대부분의 지도부가 다 참석했더라”라며 "이심전심으로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고민정 최고위원 또한 본인의 SNS를 통해 “2년 전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정적제거용으로 다시 되살려낸 검찰.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선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는 검찰”이라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수사로 자신에 대한 비판세력들은 모조리 잡아가두면 세상을 다 얻을 것이라 생각하시는 거냐. 오늘의 무리수는 오히려 야당 민주당을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윤석열 정부에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후 바로 국민과 소통하는 일정을 줄줄이 잡았다. 다음 날인 11일 인천에서 ‘국민속으로, 경청투어’로 현장 일정을 재개한다. 본인 지역구가 있는 인천에서 주민들과의 만나 지지층의 결집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12일에는 신년 기자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취재진에게 “오는 12일 오전 10시30분에 신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라며 “장소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출석 이틀만에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수사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한동안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여 왔다. 회의 후 기자들의 질문도 대변인에게 넘겼고, 일정 뒤 간단한 질의응답도 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조금 달라졌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현장최고위원회 후 예정에 없던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가 하면, 기자들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을 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날 검찰 소환에 대해 ‘소환에 응하지도 말라’는 말부터 ‘포토라인에 서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있었지만, 이 대표는 공개 소환에 응하면서 카메라 앞에 서 9분간 준비한 원고를 읽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10일 오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시스
10일 오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앞 인도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시스

◇ 설 밥상민심 향배가 중요

이 대표는 검찰 조사를 받는 다음날부터 민생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설을 앞두고 민심을 살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도층이다. 중도층의 향배가 민주당 지지율 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도 결정할 수 있어서다. 민주당 측에서는 검찰의 무리한 소환 조사가 오히려 중도층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생, 외교, 안보 등 무능력한 정부의 모습을 부각시키고 검찰 수사의 문제를 지적해 국면전환을 시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설 연휴 밥상머리 민심 향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단일대오 지속여부도 결국 설 연휴 민심에 달려있다는 전망이다.

성남FC 의혹 사건뿐 아니라,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 등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이번 소환에서 그치지 않고 반복적인 소환을 시도하거나 구속영장 청구까지 시도할 수 있다. 자칫 이 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로 인해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럴 경우 개인의 사법리스크와 당의 대응을 분리해야한다는 ‘분리대응론’이 다시 힘을 얻고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오히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설밥상 이슈가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원래 민심은 예측이 어렵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진심을 전할 뿐”이라며 “이미 끝난 사건을 가지고 제1야당 대표를 소환하는 유례없는 사건을 만든 검찰에 대해 우리 국민들께서 잘 판단해 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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