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당권 도전을 두고 장고(長考)를 이어가는 나경원 전 의원이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적극적 구애’에 나선 반면, ‘윤핵관’들과는 진흙탕 싸움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나름의 차별성을 갖겠다는 전략이었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더욱이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이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나 전 의원의 입지도 좁아지는 모습이다.

나 전 의원은 17일 대구 동화사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음의 결심이 거의 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어떤 결심을 말씀드릴 수 있을지 구체적 말씀을 드릴 때가 아니다”라며 “과연 총선 승리에 제가 어떤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종희 전 의원은 전날(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의) 귀국 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보수의 원류'라고 자신을 설명한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선공후사, 선당후사 정신으로 정치해 온 나경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당심’을 강조하며 당원들에 대한 ‘구애’에 나선 셈이다.

나 전 의원의 ‘구애’는 윤 대통령을 향해선 더 적극적이다. 그는 앞서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300억 달러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는 사실에 대해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그는 “이번 투자 결정은 정권교체와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이끌어낸 성과”라며 “큰 성과를 이끌어 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일정을 무탈하게 소화하고 오시라는 ‘덕담’도 건넸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부위원장직 해임 과정에서의 ‘잡음’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섰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나 전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방식이 아닌 ‘해임’을 결정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윤 대통령을 감싸는 모양새를 취했다.

◇ ‘윤심’ 당겼지만 반응은 냉랭

윤 대통령을 옹호한 그의 총구는 ‘측근’들을 겨냥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그와 같은 결정을 내리시기까지 저의 부족도 있었겠지만 전달 과정의 왜곡도 있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을 에워싸서 눈과 귀를 가리는 여당 지도부는, 결국 대통령과 대통령 지지 세력을 서로 멀어지게 할 것”이라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당 대표가 선출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러한 발언은 나 전 의원이 앞서 윤핵관과 ‘설전’을 주고받았던 것과 결을 같이한다. 그는 지난 13일 자신의 출마를 반대한 당내 친윤계 인사들을 겨냥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자신을 공개 비판한 장제원 의원에게 “제2의 진박감별사”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당내에서 ‘친윤‧반장(친윤석열 반장제원)’이라는 말까지 나올 만큼 나 전 의원의 전략이 뚜렷한 데는 이번 전당대회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대전제 속에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원투표 100%’를 반영하는 전당대회에서 윤심과 어긋날 경우 당원들의 지지를 확보할 수 없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의 갈등 보도를 경계하고 이후 대통령과의 ‘관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미 ‘친윤 후보’까지 낙점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윤심과 윤핵관을 별개로 구분 지어 ‘차별성’을 갖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러한 전략의 효과가 비단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만약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머무르고, 윤핵관 정치가 당 안팎의 ‘리스크’로 여겨질 경우 이에 대한 쇄신의 목소리가 분출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오히려 ‘윤심’을 강조하면서도 ‘반윤’과는 선을 그은 나 전 의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을 둘러싼 분위기는 밝지 않은 모습이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단 공지를 통해 “나 전 의원의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 파악에 따른 결정”이라며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내 비판도 상당하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자꾸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에서 보면 뭔가를 협상하려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리더로서 상당히 우유부단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초선의원 43명은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공식 사과를 촉구한다”며 “더 이상 당과 대통령을 분열시키는 잘못된 길로 가지 마라”고 나 전 의원을 겨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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