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입장을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전당대회 출마를 두고 장고를 거듭해 온 나경원 전 의원이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의 출마가 당내 불화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만큼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정신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당권 구도는 사실상 김기현-안철수의 ‘양강구도’로 좁혀지는 모양새다. 두 당권 주자들은 나 전 의원의 ‘결단’에 상반된 평가를 내리면서도 ‘주인 잃은 표심’을 빠르게 끌어안는 데 집중하고 나섰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20여일 과연 내게 주어진 소명이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또 물었다”며 “국민의힘이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영원한 당원’의 사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당내에서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가 다분했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줄곧 ‘당권 주자’와 같은 행보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은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대통령을 ‘제대로’ 지원할 수 있는 당 대표가 선출돼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통해 출마 의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 본의’ 발언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대통령실이 해당 발언에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데 이어 당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무능한 지도자’로 평가한 것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이는 곧장 지지율로도 이어졌다. YTN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이 16.9%로 집계됐다. 김기현 의원(25.4%), 안철수 의원(22.3%)의 뒤를 이은 것이다.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2.1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사실상 자신의 ‘최대 무기’였던 지지율마저 놓치면서 운신의 폭도 좁아졌다. 물론 나 전 의원은 이에 대해 “전당대회 출마할 때도 마찬가지고, 접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지지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 나경원 불출마에 엇갈린 김기현·안철수 

그는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 순전히 ‘애당심’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결국 저의 출마가 분열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있고 극도로 혼란스럽고 국민들에게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진짜 엄마 같은 심정으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변수’로 여겨졌던 나 전 의원의 출마가 사실상 ‘무위’로 돌아가면서 당권 구도의 불확실성도 상당히 줄어드는 모습이다. 김기현-안철수-나경원으로 이어지는 ‘삼자 대결’ 구도 속에서 친윤계가 우려했던 ‘표 분산 리스크’가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나 전 의원의 경우 전통적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높은데 그 사람들은 안 의원보다는 김 의원 쪽에 더 유리할 것”이라며 “두 사람 밖에 없기 때문에 (김 의원이) 과반 표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리스크’가 사라진 김기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나 전 의원을 치켜세웠다. “그 진정성에 모든 당원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반면 오히려 다자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했던 안 의원은 이날 여의도 캠프에서 열린 ‘2030 청년특보단 정책 미팅’에서 “정말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처음부터 목표가 1차 선거에서 1등을 하는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의 불출마가 판세에 불리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에 선을 그었다.

동시에 경쟁 후보들은 나 전 의원의 ‘표심’을 끌어안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정치를 내세운 김 의원은 이날도 “지난 20년간 당을 지키고 함께 동고동락해온 나 전 대표와 함께 손에 손잡고 멋진 화합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 역시 그간 힘을 주어왔던 ‘수도권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나 전 의원은)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만나 뵙고 말씀 나누고 싶다”고도 부연했다. 

물론 나 전 의원이 이러한 ‘구애’에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영원한 당원”을 강조하며 모든 연대와 거리를 뒀다. 그는 “앞으로 전당대회에 있어 제가 어떤 역할을 할 공간은 없다”며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은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근거자료 및 출처
국민의힘 차기 대표...金 25.4%·安 22.3%·羅 16.9
2023.01.25.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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