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해 31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해 31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를 규제하는 ‘게임산업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확률형 아이템은 일정 확률로 희귀 아이템을 얻는 것으로 게임업계 수익 모델 중 하나다.

◇ ‘확률형 아이템 정보 표시 의무화’ 법제화 성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내용으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 5건을 병합해 31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 △확률정보 표시 의무화 △ 시정명령 미이행 시 형사처벌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개정안은 게임을 제작·배급·제공하는 업체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게임 화면과 광고 등에 표시하게 했다.

이전 유정주·하태경·유동수·전용기·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있던 형사처벌은 수위가 낮아졌고, 회사별 게임이용자위원회를 두는 것과 컴플리트 가챠 방식을 금지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컴플리트 가챠는 확률형 아이템을 조합해 새로운 게임아이템을 얻는 방식이다.

기존 안은 시정명령 절차 없이 확률정보 미표시·거짓 표시가 확인되면 바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법안소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정 절차를 통해 시정 명령 미이행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지도록 했다. 31일 문체부는 게임이용자 보호와 산업진흥 간 균형적 접근을 원칙으로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를 도입해 게임 내 화면에 확률정보를 표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30일 법안소위에서 문체부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 자료를 바탕으로 자율규제가 실효성이 없다고 밝혔다.

GSOK는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를 공표해오고 있다. 자율규제는 공표에서 끝나고 처벌은 없다. GSOK에 따르면 △에이펙스 레전드(미국) △도타 2(미국) △퍼즐 오브 Z(중국) △라이즈 오브 킹덤즈(중국) △Age Of Z(중국) △라스트 쉘터: 서바이벌(중국) △라이즈 오브 엠파이어(중국) 등의 게임은 미준수 공표가 누적 11회에 달한다.

GSOK가 지난 25일 발표한 ‘자율규제 2022년 12월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준수 게임물 개발사 국적은 △중국 37%(10개) △홍콩 26%(7개) △한국 11%(3개) △미국 11%(3개) △국적불명 7%(2개) △핀란드 4%(1개) △싱가포르 4%(1개) 순으로 나타났다. 미준수 게임물 비중이 해외 89%로 집계됐다. 중화권(중국, 홍콩) 비중은 63%를 차지했다.

◇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컴플리트 가챠 금지 제외

5건의 개정안 병합 과정에서 하태경 의원이 주장한 게임 회사별 ‘게임물이용자위원회’ 설치와, 유동수 의원이 주장한 컴플리트 가챠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는 내용은 제외됐다.

하 의원이 발의안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게임사별로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소비자 권익보호 분야 전문성을 갖춘 사람을 이용자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해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정보 관련 조사 또는 시정요구 △이용자 권리구제 관련 업무 △이용자의 게임접근성 향상 관련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 등의 권한을 부여했다. 하 의원은 게임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21년 6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게임물 이용자 위원회에 대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문체부는 “이용자위원회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위반 시 처벌하는 것은 게임사에게 부담된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로 공정위가 조사할 수 있는데 별도로 회사별 위원회를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전과 특별한 입장 변경은 없다. 이용자 위원회를 구성해본 선례가 없고, 이용자 위원회 요구를 위반하면 형사처벌한다는 것은 쉽게 규정할 수 없다. 신중 검토가 필요하다고 (국회에) 전했다”고 말했다.

하태경 의원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2021년 개정안이 당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컸었고 처벌 강화 이야기가 이뤄지다 보니까 처벌이 강한 법안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공정위는 넥슨과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3사가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허위표시했다며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하 의원실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정안은 형사처벌을 하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밝혔다.

하태경 의원은 27일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여기에는 법인 성격의 ‘게임위원회’를 만들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임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30일 법안소위에서 회사별 이용자위원회 내용이 제외됐음에도 다시 수정해 발의했다. 하 의원실 관계자는 “게임사마다 게임위원회에 이용자 보호 업무를 위탁하도록 했다. 자율 등급 분류 사업자처럼 운영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 “확률형 아이템은 해외게임사가 문제”

유동수 의원의 게임산업법 개정안은 ‘컴플리트 가챠’ 방식의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유 의원은 컴플리트 가챠 방식이 발견되면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3배 이내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2021년 4월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문체부는 유 의원 개정안에 대해 “정확한 정보제공을 통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 유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고, 게임사의 사업모델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는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컴플리트 가챠에 대한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는 컴플리트 가챠를 확률형 아이템에 포함해 정보 공개 대상으로 했다. 이 수익 모델을 금지하는 것을 신중 검토한다는 의미다. 규제에서 제외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확률정보표시 의무화 내용을 중심으로 개정안이 만들어지자 업계에서는 전보다는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해외업체가 법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현재 이용자에게 공개할 수 있는 확률은 국내 게임사들이 대부분 공개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게임사들은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외게임사들은 법망을 피해가서 확률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회사별 게임물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향이 있어야 한다. 이용자 위원회의 요구가 무조건 강제되게 하면 유의미한 이야기가 나오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이 법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그 사이 업체들이 많이 준비를 할 수 있어 실무진이 혼란스러운 상황은 아니다”라며 “법으로 강제한다는 데에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해외 게임사들이 법을 회피하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 C씨는 “스팀같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하면 국내법을 벗어날 수가 있다. 해외망을 통해 서비스하는 게임을 국내법으로 강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역차별이 발생할 수가 있다.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시행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물이용자위원회에 대해 C씨는 “특별한 기구가 아니어도 요즘에는 이용자분들이 목소리를 들려주시고 회사는 여론을 살피기 때문에 이용자위원회는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근거자료 및 출처

[2109093]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하태경 의원 등 19인)

2021. 03. 24 국회의안정보시스템

[2108564]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유동수 의원 등11인)

2021. 03. 05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자율규제 2022년 12월 모니터링 결과

2023. 01. 25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넷마블게임즈(주) 등 3개사의 전자상거래법 위반행위에 대한 건

2018. 03. 30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자료

2022년 12월 확률형 콘텐츠 확률공개 미준수 게임물 리스트 공표

2023. 01. 25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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