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동대문구 갑을 당협 합동 당원대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뉴시스
국민의힘 안철수(왼쪽), 김기현 당 대표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열린 동대문구 갑을 당협 합동 당원대회에 참석해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6일 공개 일정을 중단했다.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소위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있지 않은 주자가 떠오르면 대통령실이 나서서 주저앉히는 모양새가 반복되는 중이다. 안 후보에 앞서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경우가 그랬다. 

◇ 대통령실, 안철수에 직접적으로 불쾌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5일) 국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안 후보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전당대회)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있다. 비대위와 선관위에서 엄중 경고를 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서 비대위원장을 만나보러 왔다”면서 “안윤연대(안철수·윤석열 연대)라는 표현은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고 안 후보를 비판했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당대표) 후보가 동격인가”라며 “대통령을 당대표 선거에 끌어들이려는 안 후보의 의도가 아니냐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같은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수행에 매진 중인 대통령을 후보 자신과 동일에 세워놓고 캠페인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안 후보 또한 잘 알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정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에서 안 의원에게 경고성 지적을 한 것이 맞다"면서 “어떤 경우든지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는 의도적인 시도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일부 후보는 간신배니, 윤핵관이니 악의적 프레임을 자꾸 들먹이며 선거 분위기를 혼탁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일부 언론에서는 윤 대통령이 안 의원의 이러한 발언에 ‘분노’하고 있다는 전언도 이어졌다. 대통령이 ‘측근’에 둘러싸여 휘둘리는 것으로 비춰진 데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급기야 안 후보를 두고 ‘방해꾼’, ‘적(敵)’이라는 표현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이 안 후보를 ‘국정 동반자’로 보고 있지 않음을 드러낸 셈이다. 

이는 앞서 안 후보가 대선 후보 단일화와 인수위원장 경력을 언급하며 ‘윤안’(윤석열·안철수) 연대를 내세우고, 친윤계(親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의 지휘자'로 지칭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 유승민-나경원 불출마 과정과 ‘대동소이’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윤심’이 아닌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현재 안 후보에 대한 ‘십자포화’가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과정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김기현 당대표 후보보다 높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우선 당 밖 ‘민심’의 지지가 높은 유승민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당원투표 100%’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서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전당대회에 개입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결국 유 전 의원은 전당대회 출마를 포기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당심’의 지지가 가장 높았다. 그러자 친윤계 인사를 중심으로 나 전 의원에 대한 불출마 압박이 거세졌고, 대통령실도 나서서 ‘출산 시 대출 원금 탕감’을 언급한 나 전 의원에게 불쾌감을 표했다. 나 전 의원은 사표를 냈지만 대통령실은 그를 해임했다. 나 전 의원 역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같은 모습에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당권주자인 윤상현 후보는 이날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통령실이 자꾸 전당대회 전면에 나오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당 분열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병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다니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가. 이건 윤 대통령을 욕보이는 짓”이라고 따졌다. 

‘안철수 때리기’가 친윤 후보 당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이날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실패한 전당대회가 됐다. 지금의 진흙탕 싸움이 다음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역풍을 우려했다. 

대통령실은 ‘당무개입’이라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은 당무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힘의) 1호 당원”이라며 “공직선거법에 따라 실시되는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 선거개입이고, 전당대회는 선관위 주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전날 KBS1 ‘일요진단’ 인터뷰에서 ‘윤안연대’ 표현에 대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셨으면 저는 당연히 거기에 따라야 한다”면서 몸을 낮춘 모양새다. 또 이날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페이스북에는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대통령실의 선거 개입이라는 정당민주주의의 근본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적었다. 대통령실 참모진에 각을 세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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