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주상복합 개발 사업 손 뗀 뒤 논란 발생

대우건설이 최근 울산 한 주상복합 단지 시공권을 포기했다. /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최근 울산 한 주상복합 단지 시공권을 포기했다. / 대우건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대우건설이 울산광역시 내 주상복합 단지인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의 시공권을 포기하고 대출보증 400억여원을 자체 상환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건설업계는 금리인상에 따른 집값 하락과 이로 인한 미분양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미래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은 초기에 정리할 수 밖에 없다며 대우건설의 조치를 두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이 책임준공을 약속했음에도 이를 도외시 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이외에도 증권가‧금융업계 등에선 대우건설의 이같은 행보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아직까지 자금경색을 겪고 있는 부동산 PF 시장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 우려하고 있다.  

◇ 책임준공 위반‧고의 부도 의혹 등 제기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개발 사업은 총 480가구(아파트 416가구, 오피스텔 64가구)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사업을 추진 중인 시행사는 먼저 토지 매입 및 인허가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자금 100억원과 ‘브릿지론(Bridge Loan)’을 통해 증권사·캐피털사(선순위 460억원) 및 대우건설(후순위 보증 440억원)로부터 총 900억원을 조달했다.

‘브릿지론’은 특정 목적을 위해 빠른 시일 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이용하는 단기차입금의 한 종류로 만기는 주로 1년 미만(통상 6개월)이며 담보가 설정되고 이자율 및 수수료가 높다. 

부동산 사업 시행사는 사업 시행 전 제2금융기관 등에서 ‘브릿지론’으로 자금을 조달한 뒤 해당 사업이 인‧허가 승인 등으로 가치가 오르면 ‘브릿지론’을 상환한 후 이자가 더 싼 제1금융기관 등이 취급하는 ‘본PF’로 갈아타 자금을 조달한다.

이 과정에서 ‘브릿지론’은 ‘본PF’로 갈아타는데 다리(Bridge)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브릿지론’은 약정이자 외 선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또한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수의 금융회사들을 구성해 대출액을 분담하는데 이 때 주간사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 등이 발생한다.

아울러 ‘브릿지론’은 ‘본PF’가 나올 것이라는 의향만 가지고 우선 투입되므로 ‘본PF’가 발생하지 않으면 자금회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최근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개발 사업과정에서 연대보증한 후순위 브릿지론 440억원을 상환하고 시공사 자격을 포기했다. 

이를 두고 선순위 채권단 내 일부 금융회사 사이에선 대우건설이 사업 초기 약정한 책임준공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또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사업 철수로 인해 해당 사업이 부실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고의 부도설까지 제기됐다.

대우건설이 시공한 부산 해운대구 트럼프월드센터 주상복합 단지. / 대우건설
대우건설이 시공한 부산 해운대구 트럼프월드센터 주상복합 단지. / 대우건설

◇ 대우건설 “연대보증 의무 모두 완료 후 시공권 포기”

대우건설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개하긴 어렵지만 자체 추산한 미래 사업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사안은 단순히 시공사로 참여한 회사(대우건설)가 연대보증한 후 금융조건들이 악화되면서 더 이상 사업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연대보증 의무를 모두 마치고 시공자격을 포기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책임준공 의무 회피 의혹에 대해선 “어디서 자꾸 잘못된 얘기가 나오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회사가 책임준공 얘기를 꺼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본PF 단계라면 모를까 건설사가 브릿지론 단계에서 책임준공을 약정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의 부도설과 관련해서는 “고의 부도란 얘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순위 채권단은 이미 만기를 연장한 상태이고 후순위 채권은 대우건설이 갚았기에 채권단은 자금을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므로 향후 천천히 사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또 “시행자·채권단 등은 새 시공사를 찾아 사업을 진행하면 된다”면서 “브릿지론 단계에서 시공사가 교체되거나 빠져나오는 것은 가능하다. 시공사를 갈아치우는 시행사도 흔하다”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측은 여러모로 이번 사안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사안 때문에 브릿지론 등 국내 PF 시장이 악화됐다는 설은 확대 해석”이라며 “2021년말 사업 검토 후 2022년 초부터 브릿지론에 참여했다. 2022년 1분기에는 코스피3,000p 돌파 및 역대급 저금리 기조 등 상황이 좋았다. 그런데 불과 1년 새 금리가 예상치 못하게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자 금융사들은 리스크를 우려해 오히려 더 센 금리를 적용했고 이로 인해 사업성은 더 나빠져 갔다”며 “이에 회사는 시행사 및 채권단 등과도 수 차례 협의에 나섰지만 금리 조절은 결국 실패했고 계약에 따라 연대보증한 440억원을 자체 상환한 뒤 사업에서 철수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 말 아끼는 선순위 채권단 “여러 방안 검토 중”

한편 선순위 채권단에 속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선순위 채권단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결정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이번 사업과 관련해 전체적인 입장을 밝히기 어려운 점 양해 바란다”고 전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부동산 시장 악화로 인해 대부분 건설사들이 올 한해 동안 생존을 위해 구조조정 및 비용절감 등에 나선 상태”라며 “따라서 금번 ‘울산 동구 일산동 푸르지오’ 사안처럼 다른 건설사들도 앞으로 철저히 사업성을 따진 뒤 합리적인 사업만 추진하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A증권사 연구원은 “부동산 PF시장은 아파트 등 부동산 개발시 발생하는 수익성을 예상해 미리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라며 “실제 들어간 자기자금보다 여러 금융기관을 통해 빌린 자금으로 건물을 올려 수익을 확보하는데 유동성이 풍부한 저금리 상황에서는 PF시장이 활성화되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자부담이 늘고 미분양도 덩달아 증가하면서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고 밝혔다.  

뒤이어 “대우건설의 울산 주상복합 사업 포기는 회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나 PF시장 역시 심리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이 있는 만큼 일부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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