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의원 “작년 PF 대출 연체 잔액 1조원대 돌파… 증권사 연체율 심각”
전문가 “PF 시장 악화 주 원인 미분양… 시행사, 손실 감수한 채 분양가 낮춰야”

최근 불어닥친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인해 금융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뉴시스
최근 불어닥친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인해 금융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지난해 8월말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국내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의 위기감이 해를 넘어서도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계속된 금리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부동산 PF를 취급하는 금융사들의 대출 연체 잔액 및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심각성은 더 커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동산 PF 시장 부실이 현실화될 경우 증권사 등 금융권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 1조원대 돌파… 증권사 연체율 8.2%

부동산 PF는 말 그대로 부동산 프로젝트(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보고 금융권이 대출을 실행하는 것으로 일반 대출과 다른 점은 미래에 들어서는 건물(담보물)과 이 건물을 분양해 얻게 되는 수익을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국내 부동산 PF 시장에 대한 경고음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작년 12월 말 한국기업평가는 2023년 국내 증권사들의 사업환경과 등급전망을 각각 ‘비우호적·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한국기업평가는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 지속, 부동산 PF 위험 확대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올해 초 한국신용평가도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증권사들의 산업·신용전망을 ‘비우호적·부정적’으로 내다봤다. 한국신용평가는 금리인상, 유동성, 건전성(부동산) 등이 올 한 해 증권사 및 캐피탈 회사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이 1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9월말 기준 카드사를 제외한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증권사‧보험사‧캐피탈 등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총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증권사는 작년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연체율 8.2%를 기록하면서 금융권 중 가장 높은 연체율을 보였다.

같은 시기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4조4,601억원이다. 이 중 연체 잔액은 3,638억원으로 8.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8년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액은 ‘1,551억원(연체율 3.7%)’를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9년말에는 ‘788억원(1.3%)’까지 내려갔지만 2020년말 ‘1,757억원(3.4%)’까지 증가했고 2021년말에는 ‘1,690억원(3.7%)’를 기록하면서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금리인상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지난해 9월말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3,638억원(8.2%)’까지 치솟았다.

사업 추진 중 발생한 PF 리스크를 HUG 보증으로 해소한 둔촌주공재건축 사업 / 뉴시스
사업 추진 중 발생한 PF 리스크를 HUG 보증으로 해소한 둔촌주공재건축 사업 / 뉴시스

◇ 전문가 “미분양 증가가 주 원인… 시행사 등 손실 감안해 분양가 낮춰야”

전문가들은 현 부동산 PF 시장 악화의 주 원인으로 미분양 증가를 꼽았다. 또한 미분양 해소를 위해선 건설사‧시행사가 분양가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과거 레고랜드 때문에 일어난 부동산 PF 시장 이슈는 만기연장에 따른 것이었고 현재는 미분양 때문”이라며 “만기연장은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지만 미분양은 디폴트(채무불이행)이기에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분양 원인은 분양가격이 너무 높아서 인데 이 부분은 정부가 어떻게 나설 수 없으므로 건설사나 시행사가 나서야 한다”며 “건설사‧시행사는 망할 것인지 손실을 보고 미분양을 처리할지 선택해야 한다. 근본적 원인이 미분양인데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의 미분양 해소에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현재 6~7만 가구 수준인 미분양 주택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이를 정부가 다 사줄 수는 없고 근본적 문제해결이 될 수도 없다. 근본적 해결방안은 건설사‧시행사가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건설사들은 부동산 PF 대출 취급 금융사들이 선이자 및 수수료 등에 너무 높은 금리를 적용한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광수 수석연구위원은 “이는 금융의 속성으로 주변 환경이 어려우면 위험성(리스크)을 고려해 금리를 당연히 높인다”면서 “흔히 금융에 대해 ‘맑은 날 우산 빌려주고 비오면 뺏는다’라고 하는데 자금 마련이 급한 것은 건설사‧시행사이기에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올백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비용적‧수익적 측면에서 분양가가 낮아야 하는데 원자재가격 및 금리인상으로 공사비‧이자부담이 높아 시장에 부합하는 가격을 책정하기 어렵다”면서 “때문에 여러 담보가 요구되고 사업주체마저 적어 부동산 PF 시장이 어려워졌다. 아마 올 상반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 부동산 PF 시장 악화는 레고랜드 사태도 관련은 있지만 절대적 원인은 아니다”라며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 환경 전체가 안좋아지면서 여러 거시적 요인이 영향을 끼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김효선 수석위원 역시 PF 시장이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려면 건설사‧시행사 등이 분양가를 인하해 미분양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분양을 줄이려면 건설사‧시행사 입장에서 수익적 측면(분양가격)을 줄이고 상품을 구조화 시켜야 한다”며 “일부 사업성이 좋은 곳은 사업이 빨리 진행돼야 할 필요가 있는데 사업이 좌절되면 향후 공급적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올 상반기 세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봄직하다”고 제시했다.

뒤이어 “부동산 PF 시장 악화로 금융권이 무너지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피해가 초래된다”면서 “현재 상황에서 미분양을 없애 시장을 선순환하려면 일단 분양가를 낮게 형성하는게 가장 중요한데 건설사‧시행사는 손실을 보더라도 분양가를 낮추고 정부는 이들의 손실을 다른 부문에서 차감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센터 부동산 팀장은 “자금경색이 특히 주택 공급 차질로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가 부분적으로 필요해 보인다”면서 “이러한 지원은 가급적 대형건설사나 시행자보다는 중소형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대한 기금 운영을 연장하고 기금 규모를 확대하는 형태가 돼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이 과정에서 건설사 등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할 필요도 있다”며 “경기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 지원이 자칫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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