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른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을 지원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이문열 작가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언급하며 “지금의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인가. 엄석대 측 핵심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인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를 통해 전당대회를 뒤흔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원 여러분의 투표로 이 소설의 결말을 바꿀 수 있다”며 “천하람‧김용태‧허은아‧이기인 이 네 사람이 소설상 나약한 한병태가 되지 않도록 모두 투표에 나서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 과정을 보면서 참 의아했다. 헌정사에 한 번도 없었던 일들이 일어났다”며 “누군가가 자유롭게 출마를 결정하려고 할 때마다 커다란 손이 나타나 큰 채찍으로 때리고, 그걸 보고 달려든 하이에나들이 연판장으로 물어뜯으며 피선거권을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인용한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시골 학급의 반장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엄석대와 서울에서 전학온 한병태의 갈등 국면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는 형식적으로 나름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는데 이 학급이 운영되는 방식은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는 이상해 보였다”며 “한병태는 그런 엄석대에게 저항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 총질러’로 찍어서 괴롭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석대가 구축해 놓은 왕국은 새로운 담임 선생님이 오고 반장선거에서 61명 중 59명의 표를 받으며 엄석대가 다시 선출되는 순간 무너졌다”며 “담임선생님은 엄석대도 나쁘다며 꾸짖지만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였던 아이들도 다섯 대씩 때린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엄석대의 전횡을 막은 것은 ‘담임선생님’이라고 언급하며 “한 가지 명확한 것은 담임선생님은 바로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담임선생님은 항상 바뀐다. 이미 우리의 선생님인 국민은 우리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등 네 후보가 소설 속 ‘한병태’의 위치에 있다고 강조한 이 전 대표는 당원들을 향해 이들에 대한 적극적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달라”며 “이들이 힘을 얻지 못하면 나중에 결국 총선에서 국민이 담임선생님의 역할을 하며 교정할 수밖에 없다.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으로 손에 묻힌 비민주와 비이성의 오명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시작된 이 전당대회가 무엇으로 결말이 날지는 모르겠다”며 “적어도 그 결말이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차라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덧붙였다. 부끄러움을 알고도 ‘체통’을 지키기에 급급한 것이 아닌 모자를 벗고 성군이 되는 결말을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저는 책 이야기를 했다. 사람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며 “엄석대를 누구와 매칭해서 생각할지는 여러분의 자유이고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 이야기를 듣고 엄석대가 똑같은 한 사람을 연상시킨다면 다들 공감하고 계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를 윤석열 대통령을 연상했다고 기사를 낸다면 그건 국민의 시각을 대변하는 언론인의 시각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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