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 스텔란티스 코리아
지프를 비롯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판매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사진은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 스텔란티스 코리아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자동차 브랜드의 실적이 예전만 못하다. 주요 미국차 브랜드로는 쉐보레와 지프, 포드·링컨 등이 있다. 미국차 브랜드는 한때 연 1만대 판매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미국차 브랜드의 판매실적이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원인 진단이 필요해 보인다.

◇ 과도한 가격 인상… 소비자 외면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집계 기준 미국차 4개 브랜드의 올해 1∼2월 누적 판매실적은 △지프 843대 △포드 685대 △쉐보레(수입모델) 614대 △링컨 186대 등이다. 특히 지프와 포드, 쉐보레(수입모델)는 한때 연간 실적 1만대 이상을 기록한 바 있어 최근 연이은 부진이 아쉽게만 느껴진다.

우선 올해 실적이 저조한 미국차 브랜드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최근 신차 출시 △연식 변경을 거치면서 국내 판매 가격을 대폭 인상한 점 등이다.

지프는 지난해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을 거친 신형(마이너체인지) 컴패스를 내놓으면서 이전 모델 대비 750만원 가격을 인상했다. 이어 지난해 말 올 뉴 그랜드체로키를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2021년말 국내 데뷔를 알린 그랜드체로키의 롱바디 모델 ‘그랜드체로키L’의 가격을 약 1,900만∼2,000만원 정도 인상했다.

포드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최근 픽업트럭 레인저 와일드트랙과 랩터의 신형 모델을 선보였는데, 두 트림의 판매가격은 2021년 출시 모델보다 각각 △1,360만원 △1,600만원 인상됐다. 포드 익스페디션도 2021년형은 8,21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지만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8,990만원으로 인상됐고, 올해 판매되는 연식변경 모델은 지난해 판매된 모델과 큰 변화가 없음에도 가격은 1억1,110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급증했다.

포드의 인기 모델 익스플로러도 △2021년 6,020만원, 6,760만원 △2022년 6,150만원, 6,900만원 △올해 판매 모델 6,310만원, 7,160만원 등 꾸준히 가격이 인상됐다.

쉐보레도 대형 SUV 트래버스의 가격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당시에는 4,520만∼5,522만원으로 책정하고 2021년까지 동일하게 판매 했으나 2022년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5,470만∼6,430만원으로 약 1,000만원 가까이 인상했다. 올해도 트래버스 가격은 5,567만∼6,525만원으로 소폭 인상됐다.

미국차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신차 및 연식 변경 모델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지목된다. 사진은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미국차의 실적 부진 원인으로 신차 및 연식 변경 모델의 연이은 가격 인상이 지목된다. 사진은 포드 익스페디션.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 수입차 인기 모델, 여전히 세단… 美 브랜드, 세단 부재도 일부 영향

물론 부분변경이나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치면서 가격 인상은 이뤄질 수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가격 인상폭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섰다는 게 소비자들의 중론이다. 

여기에 미국차들은 대부분 SUV 모델로만 라인업을 꾸려 수입 세단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지 못하는 점도 일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수입차협회의 올해 수입차 1∼2월 누적 판매대수 및 연간 신차 등록자료를 살펴보면 수입차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차종은 ‘세단’이다.

올해 1∼2월 누적 판매 기준 수입차업계 인기 모델 톱10을 살펴보면 △BMW 5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벤츠 S클래스 △BMW X4 △렉서스 ES △BMW X3 △BMW 6시리즈 △포르쉐 카이엔 △벤츠 C클래스 순으로, 세단이 절반 이상(6종)에 달한다. 수입 세단의 인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수입차 베스트셀링 톱10 모델의 과반도 BMW·벤츠·아우디·렉서스 4개 브랜드 세단 모델들이 꿰찼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미국차 브랜드도 세단 모델을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공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제는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미국 세단’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세단 모델을 판매 중인 미국차 브랜드는 쉐보레와 캐딜락이 있는데, 월간 판매 대수가 20대 내외 수준인 상황이다. 사실상 미국 세단이 독일 세단이나 일본 세단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미국차 브랜드는 복합적으로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고객 이탈 현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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