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CUV 인기에 세단 정리한 포드링컨, 쉐보레도 동참… 남은 건 캐딜락
韓 수입 세단 시장 꿰찬 독일차… 獨 3사 세단, 수입차 판매 35% 차지

포드링컨은 한국 시장에서 세단 라인업을 모두 정리하고 SUV 및 픽업 트럭 모델만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는 전략적으로 세단 모델을 여전히 판매 중이다. 사진은 링컨의 준대형 세단 제퍼(Z). / 링컨 중국 공식 홈페이지
포드링컨은 한국 시장에서 세단 라인업을 모두 정리하고 SUV 및 픽업 트럭 모델만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에는 전략적으로 세단 모델을 여전히 판매 중이다. 사진은 링컨의 준대형 세단 제퍼(Z). / 링컨 중국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국내 시장에 진출한 미국 자동차 브랜드가 대부분 세단 모델을 정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으로 라인업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SUV·CUV 모델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수입차 시장을 살펴보면 여전히 세단 모델이 판매량 최상위권을 꿰차고 있어 미국차 브랜드의 이러한 행보 배경에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 적지 않다.

현재 국내 시장에 진출해 영업을 이어오고 있는 미국차 브랜드는 △쉐보레 △캐딜락 △포드 △링컨 △지프 등이다.

이 중 지프는 지난 2017년 말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국내 시장 철수 이후 2018년부터 지프 브랜드의 SUV 차종만으로 라인업을 꾸렸음에도 △2019년 1만251대 △2020년 8,753대 △2021년 1만449대를 판매하는 등 준수한 실적을 연이어 기록 중이다. 지프는 자동차 시장이 SUV 중심으로 흘러감에 따라 가장 큰 수혜를 본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 분위기에 미국차 브랜드는 하나씩 세단 모델을 정리하고 라인업을 SUV 중심으로 재편하고 나섰다. 포드링컨이 가장 대표적이다.

링컨코리아는 링컨 컨티넨탈을 부활 5년 만인 2020년 다시 단종하고 SUV 전문 브랜드로 전환을 알렸다.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링컨코리아는 링컨 컨티넨탈을 부활 5년 만인 2020년 다시 단종하고 SUV 전문 브랜드로 전환을 알렸다. /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특히 링컨은 컨티넨탈을 지난 2016년, 단종 14년 만에 부활시켰지만 단 5년 만인 2020년 다시 단종한다고 선언한 후 앞으로는 럭셔리 SUV 전문 브랜드로 거듭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포드 역시 포커스와 몬데오, 퓨전, 토러스 등 세단 모델을 하나씩 라인업에서 지우고 SUV와 픽업 트럭, 그리고 포드의 상징과도 같은 스포츠카 머스탱 및 슈퍼카 포드 GT만 남겼다.

양사의 이러한 행보는 미국 본토의 포드·링컨에서 판매량이 저조하고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세단 모델을 단종하고 소비가 늘어난 SUV 모델 중심의 라인업 재편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의 쉐보레도 세단 모델을 정리하고 라인업을 SUV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나섰다. 2018년 GM은 쉐보레 크루즈를 생산하던 한국지엠 군산공장의 폐쇄에 따라 국내 시장에서 크루즈의 단종을 선언했고 이듬해인 2019년에는 미국 시장에서도 크루즈를 단종시켰다. 이어 2020년에는 쉐보레와 함께 성장해 온 임팔라 모델까지 단종했고, 올해는 말리부까지 단종 수준에 돌입했다.

쉐보레 말리부가 올해를 끝으로 단종되면 한국지엠의 라인업은 △볼트 EV·EUV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콜로라도 등 8종으로 단출해진다. 사실상 세단 모델이 전무한 셈이다.

캐딜락은 국내 시장에서 플래그십 세단 CT6를 단종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 캐딜락 중국 공식 홈페이지
캐딜락은 국내 시장에서 플래그십 세단 CT6를 단종했지만 중국 시장에서는 여전히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 캐딜락 중국 공식 홈페이지

그나마 캐딜락이 미국 세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캐딜락은 현재 CT4와 CT5 세단 2종 및 고성능 세단 CT5-V 모델과 SUV 모델 XT4·XT5·XT6, 그리고 에스컬레이드를 판매 중이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한때 국내 시장에서 브랜드의 판매량을 책임지던 플래그십 모델인 CT6가 단종된 점이다. 캐딜락 CT6의 연간 판매량은 △2018년 951대 △2019년 525대 △2020년 731대 등으로 캐딜락 브랜드의 성장세를 리드했지만 2021년 상반기 돌연 한국 시장 판매를 중단한 후 캐딜락 코리아는 연간 판매량이 1,000대 미만에서 머물고 있다.

세단 모델의 단종 배경에는 대체로 판매량이 저조해 수익성이 낮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짐 해켓(Jim Hackett) 전 포드 최고경영책임자(CEO)도 지난 2018년 포드의 승용 라인업 정리에 대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수익성 저조로 인해 세단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했음에도 세단의 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에는 승용 모델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중국 시장이 대표적이다. 많은 자동차 브랜드는 중국 시장 전략 모델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한다. 포드는 중형 세단 몬데오를 비롯한 승용 모델 3종을 중국 시장에서 여전히 판매 중이며, 링컨은 중국 시장에 준대형 세단 MKZ의 후속 모델격인 링컨 제퍼(Z)를 판매 중이다. 캐딜락 역시 국내에는 단종한 CT6를 중국 전용 모델로 판매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세단의 수요가 높음에도 이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연간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판매 톱 10에는 여전히 세단 모델이 절반 이상 존재하며, 최상위권인 판매 1∼3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그리고 벤츠 S클래스가 차례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 수입차 톱 10에 이름을 올린 세단 모델 5종의 판매량만을 보더라도 올해 1∼10월 국내 수입차 판매의 27%(6만1,855대)를 차지하고 있다. 또 동기간 독일 자동차 브랜드인 벤츠와 BMW, 아우디 3사의 세단 모델 판매량을 모두 합산하면 7만9,000여대로 올해 수입차 판매량의 35%에 육박한다. 이는 프리미엄 수입 세단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미국 자동차 브랜드는 한국의 프리미엄 세단 시장을 포기한 모습인데, 이는 국내 시장 상황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차 브랜드가 세단을 단종한 배경에는 수익성도 존재하지만 이 외에도 수입 프리미엄 세단을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독일 3사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한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E세그먼트(준대형)나 F세그먼트(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독일차와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인데 이러한 시장에 굳이 판매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단 모델을 출시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폭스바겐이나 볼보, 렉서스 등 일부 수입차 브랜드가 세단 라인업을 꾸준히 도입해 판매를 이어오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며 독일 3사를 견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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