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론. 각 세대의 특징 상위를 강조해 사회발전 원동력과 세대 간 소통의 길을 찾는데 활용되는 이론이다. 최근 몇년 간 가장 뜨거운 세대론은 ‘MZ세대’ 혹은 ‘Z세대’다. 우리 사회가 ‘세대론’에 집중하는 사이, ‘진짜 나’는 길을 잃었다. 요즘 세대가 그렇다는데 나도 그렇다고? ‘어쩌다 Z세대’가 된 나는 새로운 관점에서 소통의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요새 MZ세대는 ‘조용한 사직’을 긍정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기업은 ‘조용한 해고’를 꺼내들었고요. 최근 미디어에서 슬슬 등장하고 있는 대립구도입니다. 이렇게 단정지어도 될까요? 저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요새 MZ세대는 ‘조용한 사직’을 긍정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기업은 ‘조용한 해고’를 꺼내들었고요. 최근 미디어에서 슬슬 등장하고 있는 대립구도입니다. 이렇게 단정지어도 될까요? 저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연미선 기자  ‘조용한 사직’과 ‘조용한 해고’,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작년 하반기 갑자기 떠오른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는 미디어를 통해 마치 MZ세대의 일반적인 특징인 것처럼 다뤄지고 있습니다.

관련된 설문조사도 등장했죠. 지난달 알바천국이 MZ세대 1,4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8명은 ‘조용한 사직’에 대해 긍정적(79.7%)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젊은 세대가 조용한 사직을 말하자 다음엔 기업이 움직였습니다. 마치 조용한 사직에 대항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용한 해고’를 꺼내든 겁니다.

◇ 왜 주목받았을까?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9년 경제학 심포지엄에서지만, 실제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작년 7월부터입니다. 당시 미국의 20대 엔지니어가 숏폼(short-form) 영상을 틱톡에 게시하면서부터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을 하던 팬데믹 초기, 미국에선 다수의 노동자들이 해고됐었습니다. 이들 중에는 완전히 은퇴해버린 사람들도 많았고 높은 실업수당으로 고용시장에 되돌아오지 않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전과 똑같은 노동량을 요구합니다. 결국 남은 직원들이 다른 이들의 빈자리까지 채워가며 초과 근무를 하게 됩니다. 조용한 사직을 다룬 다수의 연구보고서에서는 ‘조용한 사직’이 유행하게 된 배경을 여기에서 찾았습니다.

조용한 사직은 대체로 ‘실제로 직장을 그만두진 않지만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안에서만 일을 하고 초과근무를 거부하는 노동방식’이라고 정의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부당한 업무지시와 초과근무에 원인이 있으므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권리 중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오래전부터 존재해온 게으름‧업무태만을 미화한 새로운 이름일 뿐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죠.

그런데 저는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만을 하는 것이 조용한 사직이라면, 주어진 업무를 성실하게 열심히 하는 사람도 ‘조용한 사직’을 한 사람인가요? 만약 아니라면 조용한 사직의 의미는 그저 소극적이고 태만한 사람을 일컫는 것인가요? 어디까지를 조용한 사직이라고 부르고 어디까지를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걸까요.

◇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조용한 사직?’

‘조용한 사직’의 문제점은 단어 자체에서 오는 문제와 실제 현상이 가진 문제,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조용한 사직’은 정의가 모호합니다. ‘주어진 업무’만 한다고 했을 때 ‘업무’는 직종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릅니다. 게다가 흑과 백처럼 딱 떨어지게 ‘주어진 업무’와 ‘추가업무’로 구분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와 관련된 한국공공관리학회의 보고서에서는 2021년 공직실태조사에서 제시된 조용한 사직과 관련된 문항을 언급합니다. 해당 문항에는 △나는 결근한 동료의 업무를 자발적으로 돕는다 △업무상 불합리한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 △조직에 남기 위해 어떤 직무라도 수행할 용의가 있다 등이 있습니다. 그럼 이에 ‘아니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들은 모두 조용한 사직을 하려는 사람들인가요?

지난번에 정확한 시간에 일을 시작하고 끝마치는 출퇴근시간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칼같이 정시에 출근해서 퇴근시간만 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사람이 일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일한다면 이것도 ‘조용한 사직’인가요?

칼퇴를 하는 사람은 ‘조용한 사직’을 추구하는 사람인가요? ‘조용한 사직’이라는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호한 단어로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닐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칼퇴를 하는 사람은 ‘조용한 사직’을 추구하는 사람인가요? ‘조용한 사직’이라는 정의와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호한 단어로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면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게 되는 것 아닐까요. /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면 부당한 추가업무만을 거부하고 정해진 업무시간 동안에는 성심성의를 다하는 사람을 ‘조용한 사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가정해봅시다. 이렇게 되면 ‘조용한 사직’이 가진 어감이 문제가 됩니다. 이 단어가 가진 뉘앙스는 ‘이미 마음속으로는 사직서를 낸 사람’ ‘회사에 정을 뗀 사람’에 더 가깝습니다.

사실 질문을 던지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조용한 사직’의 의미는 불명확합니다. 이렇게 모호한 정의를 가진 단어로 비슷해 보이는 현상들을 하나로 묶어 지칭할 수 있나요? 설령 의미가 명확하더라도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에 대해서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는 자칫하면 프레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조용한 사직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Z세대나 관심이 없는 Z세대까지도 ‘너는 Z세대라서’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낙인효과로 인해 결과적으로 업무에 소극적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그저 무기력한 스스로의 태도를 ‘조용한 사직’이라고 부르며 정당화할 수도 있겠죠. 이것은 자칫하면 새로운 형태의 노사갈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프레임이 될까, 변화의 시작점이 될까

그렇다면 우리는 ‘조용한 사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우선 상태에 대한 명확한 진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주어진 업무에서도 영혼 없게 일을 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부당한 추가업무를 거부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부당한 추가업무는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등처럼 말이죠. 어떤 의미이든지 명확하지 않은데 두루뭉술한 현상들에 ‘조용한 사직’이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은 ‘Z세대라서 그렇다’라는 프레임만 강화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조용한 사직’이라는 이름을 떼어내 봅시다. 만약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등으로 조직구성원 내 결속력이 실제로 약해졌고 부당한 업무 및 잘못된 관행에 대한 저항이 앞당겨진 것이라면, 기업도 ‘조용한 해고’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그에 발맞춰 업무환경에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회사도 결국 사람으로 돌아가는 ‘조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소극적임은 조직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의 업무형태로 소극적인 태도가 자리 잡게 되면 이들은 조직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체념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노동의 방법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올해를 설명할 10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오피스 빅뱅’을 꼽았습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저연차 이직률이 올라가고, 회사 혹은 조직 자체를 거부하는 긱노동자의 수가 증가하는 등 개인‧조직‧시스템 차원에서의 변화가 매우 폭발적이라는 의미입니다.

김난도 교수는 이에 대해 “코로나 팬데믹 동안 많은 노동자들이 새로운 업무방식에 적응했을 뿐만 아니라 자산가격의 상승으로 임금노동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조용한 사직’이라는 단어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진 명확한 해석이 없습니다. 이는 실제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일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MZ세대가 조용한 사직을 긍정한다’고 일반화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조용한 사직’이라고 이름 붙이고 프레임화하기 전에 조금 더 신중하게 현상을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근거자료 및 출처
김정인(2022), 조용한 사직에 관한 시론적 연구: 현상과 형성 원인을 중심으로
2022 한국공공관리학회
전종희(2022),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Quiet Quitting’(조용한 사직)의 특징과 개선 방안 연구
2022. 12. 인문사회21 제13권6호
김난도 외, 트렌드 코리아 2023
2022. 10. 미래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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