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이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로 돌아왔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로 돌아왔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를 통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 배우 이선균은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했다”며 웃었다. 틀에 갇히지 않아 오히려 더 즐거웠다는 그는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나도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킬링 로맨스’는 섬나라 재벌 조나단(이선균 분)과 운명적 사랑에 빠져 돌연 은퇴를 선언한 톱스타 여래(이하늬 분)가 팬클럽 3기 출신 사수생 범우(공명 분)를 만나 기상천외한 컴백 작전을 모의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남자사용설명서’를 통해 기발한 연출력을 선보였던 이원석 감독과 영화 ‘뷰티 인사이드’로 탄탄한 필력을 인정받은 박정예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기존의 공식과 틀을 완전히 깨부순, 세상에 없던 영화로 관객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선균도 세상에 없던 ‘얼굴’을 보여준다. 장르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해 온 그는 ‘킬링 로맨스’에서 남태평양 ‘콸라섬’에서 자수성가한 재벌 조나단 나(영문명: JOHN NA)로 분해 데뷔 이래 가장 파격적인 변신으로 새로운 얼굴을 매력을 선보인다. ‘나의 아저씨’ 동훈, ‘기생충’ 동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자신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한 이선균이다. 

이선균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킬링 로맨스’를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비하인드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특히 “호불호가 갈릴 작품”이라며 “마음을 열고 편히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나단 나로 분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 이선균. / 롯데엔터테인먼트
조나단 나로 분해 파격 변신을 선보인 이선균. / 롯데엔터테인먼트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어땠나. 

“독특하지만 재밌었다. 이걸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 궁금증도 컸다. 이원석 감독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텁지 않았는데,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다. 사적으로 지나칠 때 봐도 독특하고 재밌는 사람이었다. 이 시나리오를 이원석 감독이 연출하면 독특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더라. 다만 내가 이 캐릭터를 하는 게 잘 그려지지 않아서 처음에는 부정적인 마음이 컸다. 거절하려는 마음도 있었고, 나한테 왜 이 역할을 줬는지 궁금함에 감독을 만났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가기 전에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미국에 가서 이하늬를 만났다. 인연을 믿는 편인데 하늬를 만난 것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또 워낙 하늬가 잘 하잖나. 코미디도 잘 하고 현장에서 태도나 중심을 잘 잡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있어서 믿고 결정했다.” 

-그야말로 ‘파격’ 변신이었다. 부담은 없었나.  

“이왕 하는 거면 어정쩡하게 하지 말고 확실하게 하자고 생각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원석 감독과 너무 잘 맞더라. 친해져서 둘도 없는 절친이 됐다. 친구처럼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상대였다. 막힘없이 의견을 나누다 보니 시나리오에 없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많이 나왔다. 치밀하고 디테일하게 설명하기보다 친구랑 농담하듯 다 던지고 의견 내고 고민하면서 만들어진 캐릭터라 더 즐거웠다. 감독과 관계가 좋으니 현장에서 낯가림의 시간이 줄었다고 해야 할까. 편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 ”

이선균이 조나단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 조나단 캐릭터 구축 과정을 떠올렸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구체적으로 어떤 아이디어가 반영됐나. 새롭게 추가된 것들은 무엇인가.  

“일단 대본대로 한 게 별로 없다. 다른 작품들에서는 서사를 끌고 가는 역할이었다면 이번에는 캐릭터만 보고 갔다. 상황만 보고 연기했다. 애드리브가 많았는데, ‘잇츠 굿’이라는 대사도 대본에 없던 거다. 그냥 ‘좋아’ 이렇게 돼 있었다. 내가 그 당시 담이 자주 걸려서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유학파였다. 자꾸 ‘굿~’ 이러는 데 그게 너무 웃긴 거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얻어 의견을 냈는데 감독님이 과하게 좋아해 줬다. 현장에서도 유행어가 됐다. 캐릭터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콧수염을 붙였다 떼는 것도 내가 의견을 냈다. 어차피 가짜인 거 티 나는데, 아예 수염을 넣은 케이스를 갖고 다니자, 그래서 상황에 맞는 수염을 붙이는 설정을 넣자고 했다. 연극적이고 만화적이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할 때 촬영을 해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찍어야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대사를 만들거나 애드리브가 많다보니 리액션이 더 잘나온 것 같다. 그래서 ‘잇츠 굿’이라는 대사도 나온 거다. 그런 게 더 집중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조나단은 심상치 않은 캐릭터였다. 어떻게 구축해나갔나.

“처음에는 (이원석 감독과) 외형적인 레퍼런스 교환을 많이 했다. 이원석 감독의 작품이 미술적으로 독특하기 때문에 (캐릭터 외형도) 더 과하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머리도 촬영 들어가기 한 달 전부터 붙이고 다녔다. 가발을 착용하면 너무 뜰 것 같다고 해서 한 달 전부터 머리를 붙여서 촬영 기간까지 네 달 동안 그렇게 하고 다녔다. 현실적인 인물이 아니다 보니, 나르시시즘적인 것을 생각을 많이 했다. 공간도 조나단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굉장히 튀잖나. 광대 같으면서도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이는 모습들을 생각했다. 독특하고 재밌는 영상을 굉장히 많이 봤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들은 다 감독과 주고받으면서 참고했다.” 

‘파스타’ 이후 ‘킬링 로맨스’로 재회한 이선균(왼쪽)과 이하늬. / 롯데엔터테인먼트​
‘파스타’ 이후 ‘킬링 로맨스’로 재회한 이선균(왼쪽)과 이하늬. / 롯데엔터테인먼트​

-전작들과는 전혀 다른 결의 캐릭터라 어려움은 없었나. 

“리얼한 캐릭터를 할 때는 주변에 있는 인물을 가져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정말 만화적인 상상력을 갖고 했다.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지만 또 그 안에 가진 귀여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말이 안 되는 캐릭터니까 오히려 뭘 해도 말이 되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연기할 때 개연성을 많이 따지는 편인데, 이건 그냥 이 캐릭터가 개연성이 된 것 같다. 뭘 해도 되는, 열려 있는 캐릭터다 보니 더 즐겁게, 아이디어도 많이  낼 수 있었다.”  

-도저히 못하겠다 싶은 장면도 있었나. 

“사실 첫 신이 바뀌었다. 원래 조나단의 등장은 삼각팬티만 입고 해변에서 청국장을 먹는 거였다. 감독에게 그건 도저히 못하겠다고 했다.(웃음) 너무 더러울 것 같다고 했다. 하하. 관객들도 거부감이 들 것 같은 거다. 그 복장만 입고는 못하겠더라. 받아들이지 못한 장면은 그거 하나였다.”

-이하늬와 ‘파스타’(2010)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다. 어땠나.  

“이하늬가 그때도 진짜 열심히 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진짜 좋은 배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쌓아가고 있는 필모를 보면 정말 너무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정말 좋은 에너지를 준다. 배우들에게도 스태프들에게도. 너무 고마웠다. (이하늬가) 정말 해야 할 게 많았다. 서사를 만들고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인데다 노래도 해야 하고 코믹적인 부분도 그렇고. 중심을 정말 잘 잡고 갔다. 캐릭터로서 더 놀기를 바랐는데 가끔 너무 딥하게 가는 게 아닌가, 이게 맞나 싶은 장면도 있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니 왜 그렇게 했는지 보이더라. (이하늬가) 다 계획이 있구나 생각했다.(웃음)”  

이선균이 관객들에게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선균이 관객들에게 당부 메시지를 전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의 큰 성공 이후 택한 작품이 ‘킬링 로맨스’라는 점도 의외였다. 

“‘기생충’ 때문에 어떤 고민이 되는 것은 없다. 큰 기쁨이었다. 그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게 너무 큰 영광이었다. 연기적인 것의 선택에 있어 ‘기생충’은 없었다. 다만 소소하고 작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검사외전’도 했고. 그런 점에서 이 작품도 내게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운명처럼 느껴졌다.” 

-또 도전하고 싶은 영역이 있나.

“어떤 도전을 하겠다 하는 정의는 없다. 주어진 것 중 전작과 비교해서 어떻게 운용할까 고민하게 되는 거다. 다르게 보이고 싶어서 작품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전작과 너무 다른 것을 보여줬는데, 다음에는 또 어떻게 변주할까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 이 정도까지 파격적인 캐릭터는 못 만날 것 같다. 이것보다 이상한 것은 아마도 이원석 감독의 차기작이 아닐까? 하하.”  

-워낙 독특한 감성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분명 처음에는 엉뚱한 전개방식과 과장된 캐릭터가 주입하듯 나오니 갸우뚱 할 거다. 그런데 그 자체를 오픈마인드로 보면 재밌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킬링 로맨스’는 정의 내리지 못한 영화다. 이원석 감독과 닮아있다. 독특하고 재밌는 형이다. 귀엽고. 그런 점이 많이 닮아있다. ‘이원석표’ 코미디를 좋아하는 분들이 보기에는 진화된 버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더 화려해지고 미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신경을 더 쓰지 않았나 싶다. 이원석 감독이 가진 색감, 세계관이 전작보다 더 잘 녹아든 것 같다. 이원석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것보다 잘 열거해놓는 사람이다. 희한한 루트로 가는, 자기만의 독특한 방법이 있다. 일반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영화인데, 그 안에 감독만의 유머가 녹아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닫힌 마음으로 보기 시작하면 몰입이 방해될 것 같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영화를 시작하면 몰입하고 더 재밌게 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호불호가 분명한 영화일 거다. 나도 궁금하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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