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로, 공평할 공(公)에 보일 시(示)를 씁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알아야 할 정보라는 의미죠.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 개씩 발표되는 공시를 보면 낯설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할 뿐 아니라 어떠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공시가 보다 공평한 정보가 될 수 있도록 시사위크가 나서봅니다.

상장 절차에 돌입한 와인 수입·유통업체 나라셀라는 지난 10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습니다. / 나라셀라
상장 절차에 돌입한 와인 수입·유통업체 나라셀라는 지난 10일 증권신고서를 정정했습니다. / 나라셀라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달 23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계 최초로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던 나라셀라는 지난 10일 증권신고서를 정정공시했습니다. 증권신고서엔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물론, 세부적인 상장 계획이 담겨있는데요. 이러한 증권신고서의 각종 내용을 수정, 삭제, 추가, 보강하는 정정공시는 흔한 일입니다.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 가장 최신 신고서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나라셀라는 어떤 내용을 정정했을까요?

나라셀라가 이번 정정공시를 통해 추가 또는 정정한 부분은 총 24곳입니다. 이 중 22곳이 투자위험요소에 해당하는데요. 대부분 투자를 결정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차원의 보강입니다.

눈길을 끄는 건 공모가격 산정방식과 관련된 부분의 정정인데요. 공모가격 산정은 상장 추진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자, 상장 흥행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부분에서 달라진 핵심 내용은 공모가격 산정 과정에서 반영한 ‘유사기업’입니다. 공모가격을 산정할 때에는 업종과 사업, 재무 등이 유사하고 일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상장기업들을 선정해 그 평균치를 적용하는데요. 

다만, 나라셀라의 경우 국내 와인 수입·유통업체 최초의 상장 추진이라는 점에서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유사기업을 선정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에 국내에서는 나라셀라가 속한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음료 및 담배 도매업’에 상장사가 없는 만큼 그나마 비슷한 ‘음료제조업’을 1차 기준으로 삼았고, 대신 와인 유통사업이 비교적 성숙한 해외 상장기업으로 유사회사 선정을 확장했습니다.

그렇게 나라셀라는 당초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 페르노리카,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 로랑-페리에, 브랑켄 폼메리 모노폴, 아드비니, 마시 아그리콜라, 덕혼 포트폴리오 등 9개사를 유사기업으로 선정해 공모가격을 산정했죠.

하지만 이는 이후 적정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거품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요. 먼저 국내기업인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는 전체 매출에서 주류 및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그보다 더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입니다.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 역시 전체 사업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인데다 주된 사업영역이 명품과 화장품인 만큼, 유사기업 선정에 커다란 물음표가 붙었습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와 하이트진로와 달리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은 유사기업 중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은 축에 속했습니다. 29.3배로 당초 평균치였던 23배보다 높았죠. 이에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의 유사기업 선정은 거품 논란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거품 논란은 상장 흥행 및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나라셀라는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논란에 휩싸였던 유사기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나라셀라는 유사기업 선정 기준부터 바꿨습니다. 국내에서는 우선 ‘음료제조업’ 외에도 ‘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을 1차 기준으로 삼았고요. ‘음료제조업’의 경우 ‘50% 이상의 주류 관련 매출’을, ‘기타 가공식품 도매업’의 경우 ‘50% 이상의 식품 유통 사업 관련 매출’을 2차 기준으로 적용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하이트진로만 유사기업에 포함됐죠.

해외에서도 업종 기준을 확대하는 한편, ‘와인 관련 매출이 존재하고, 주류 관련 매출이 50% 이상인 회사’를 2차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은 2차 기준에서 제외됐고, 대신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가 새롭게 포함됐습니다.

최종적으로 확정된 유사기업은 하이트진로, 페르노리카, 로랑-페리에, 브랑켄 폼메리 모노폴, 아드비니, 마시 아그리콜라, 덕혼 포트폴리오,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 등 8개사입니다.

그렇다면, 나라셀라의 공모가격도 달라졌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모가격 산정에 반영한 유사기업은 달라졌지만, 나라셀라가 제시한 희망공모가 밴드는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우선, 유사기업이 바뀌면서 평균 PER은 23배에서 23.22배로 소폭 올랐는데요. 이는 PER이 가장 낮았던 롯데칠성음료가 빠진 영향이 컸습니다. PER이 29.3배였던 LVMH 모에 헤네시 루이비통이 제외되고 19.93배인 이탈리안 와인 브랜즈가 포함됐지만, 11.88배의 롯데칠성음료 역시 제외되면서 평균 PER이 올라간 겁니다. 이를 통해 산출하는 나라셀라의 주당 평가가액 역시 당초 3만1,883원이었던 것이 3만2,188원으로 올라갔죠. 

거품 논란을 의식해 이뤄진 듯한 유사기업 변경이 오히려 나라셀라의 기업가치 산정을 더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대신 나라셀라는 할인율을 소폭 높여 적용했는데요. 당초 18.45%~31%였던 것을 19.23%~31.65%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따라 희망공모가 밴드가 기존과 똑같이 유지된 겁니다.

이제는 시장의 판단을 받을 시간입니다. 나라셀라는 오는 14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합니다. 상장 성패 및 흥행 여부를 가를 중요한 절차인데요. 나라셀라가 어떤 결과를 받아들게 될지 주목됩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나라셀라 ‘증권신고서’ 공시
2023. 4. 10.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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