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진 랩장 “전세가 하락 및 낮아진 대출금리로 보증금 마련 금융부담 감소… 역전세난 가능성은 커”

서울 등 수도권 빌라 전세거래 비중이 올해 초부터 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 뉴시스
서울 등 수도권 빌라 전세거래 비중이 올해 초부터 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전세사기’ 여파로 한 때 월세거래 비중과 1대1 수준까지 떨어졌던 서울‧수도권의 빌라(다세대‧연립)의 전세거래 비중이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된 전세가격 하락과 상대적으로 낮아진 전세자금대출금리로 인해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금융비용이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직방’이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빌라의 실거래가격(계약일 및 5월 8일 데이터 기준)을 분석한 결과 작년 12월 수도권 전월세 전체 거래 중 50% 비중을 차지했던 빌라 전세거래는 올해 4월 60.1%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금리인상이 본격화된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낮아지기 시작했다. 같은 해 7월 62,9%였던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8월 61.4%로 낮아졌고 11월에는 57.0%를 기록하면서 60%대가 무너졌다. 급기야 작년 12월에는 전월세 거래비중이 각각 50%씩 동률을 이루게 됐다.

하지만 올해 2월(52.3%)부터 소폭 늘기 시작한 수도권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3월 55.4%에 이어 4월에는 60.1%까지 확대됐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인천‧경기 등은 작년 11월을 기해 빌라 전세거래 비중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작년 10월 61.9%였던 서울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11월 58.0%로 축소됐고 같은 해 12월에는 월세거래 비중이 50.3%로 집계되면서 전세거래 비중(49.7%)을 넘어섰다. 이후 올해 2월 52.9%까지 회복한 서울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지난달 60.2%를 기록했다.

인천은 지난해 10월 64.1%에서 11월 62.0%로 빌라 전세거래 비중이 줄기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53.1%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55.9%를 기록하면서 전세거래 비중이 조금 늘다가 2월에 53.6%로 다시 낮아졌지만 이내 회복세로 전환돼 3월과 4월 각각 62.2%, 68.0%로 집계됐다. 

경기 역시 작년 10월부터 11월 사이 57.0%에서 53.6%로 빌라 전세거래 비중이 축소됐고 올해 1월에는 전세거래 비중이 49.0%로 월세거래 비중 보다 적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이내 회복세로 돌아선 전세거래 비중은 지난달 57.1%까지 올랐다.

수도권 내 빌라 전세거래 비중은 늘고 있지만 ‘역전세난’ 위험 가능성은 여전했다. 수도권 지역 전체적으로 전용면적 3.3㎡당 평균 전세가격을 2년 전 동일 시점의 평균 전세가격과 비교했을 때 두 가격간의 가격차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1월 서울 빌라의 전세가격(3.3㎡당 563만원)은 2년 전인 2019년 가격(3.3㎡당 452만원)에 비해 3.3㎡당 111만원이 높았는데 2022년 10월(3.3㎡당 560만원)에는 2년 전이었던 2020년 가격(3.3㎡당 539만원)에 비해 3.3㎡당 21만원 올랐다. 

인천은 2021년 1월 빌라 전세가격이 2년 전 가격에 비해 59만원(3.3㎡당) 높았으나 2022년 10월에는 평균 230만원(3.3㎡당)으로 2년 전 거래가격인 221만원보다 9만원 정도만 비쌌다. 

경기는 2021년 1월 2년 전 평균가격보다 3.3㎡당 75만원이 높았지만 2022년 10월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해 3.3㎡당 22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1월에는 인천 빌라 전세가격이 평균 224만원으로 2년 전 평균 가격인 232만원보다 3.3㎡당 8만원 더 낮은 금액으로 거래됐다. 이어 2022년 12월에는 경기 지역 평균 빌라 전세가격이 313만원으로 기록되면서 2년 전 평균 가격(3.3㎡당 321만원)보다 8만원 더 싼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은 올해 2월 평균 550만원에 빌라 전세거래가 이뤄지면서 2년 전 대비 4만원 떨어진 가격을 기록한 바 있다. 

전세계약의 경우 통상 2년에 걸쳐 계약하기에 2년 전 거래가격을 비교해 역전세 가능성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2년여간 수도권 빌라 전월세 거래 비중 현황 / 자료:국토부 실거래가, 그래픽:직방
최근 2년여간 수도권 빌라 전월세 거래 비중 현황 / 자료:국토부 실거래가, 그래픽:직방

이처럼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내 빌라 전세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임대차 계약 2년차 갱신을 앞둔 주택은 역전세 가능성이 커졌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와 전국적인 전세사기 이슈 등으로 작년 말부터 수도권 빌라의 전세거래가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거래량이 느는 추세”라며 “특히 올해 4월 들어서 거래량이 다소 주춤하나 신고기간이 남은 만큼 수치는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4분기에는 빌라 전세거래보다는 월세거래가 늘면서 전·월세 거래비중이 1대1 수준까지 갔다가 올해부터 다시 전세 비중이 커지는 중”이라며 “이는 계속된 전세가격 하락과 함께 금리인상기에 비해 낮아진 대출금리 등으로 전세보증금 마련을 위한 금융부담이 비교적 줄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은 수도권의 빌라 전세거래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역전세난’ 가능성은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도권 지역의 평균 빌라 전세거래가격이 2년 전에 비해 낮아지고 있어 역전세난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계약 만료 시점 전세보증금 반환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갈등 상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전세사기·역전세난’으로 인해 전세거래의 우려가 큰 상황 속에서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도 적지 않아 당분간 빌라의 전세가격 약세는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