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는 24일 P2E게임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위메이드의 국회 출입기록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 뉴시스
국회 운영위원회는 24일 P2E게임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 입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위메이드의 국회 출입기록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최근 게임업계가 국내외 잇단 악재로 인해 고민에 빠졌다. 국내에선 P2E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대외적으로는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 P2E게임 국내 허용 논의 먹구름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게임코인 투자 논란으로 게임 산업 이미지가 타격 받고 있다.

P2E(Play to Earn: 플레이해 돈을 번다)게임은 게임 내에서 얻은 NFT(대체불가능 토큰)를 암호화폐로 교환할 수 있는 게임이다. 국내에선 ‘게임산업법’의 사행성 규제로 인해 게임에서 NFT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된다.

게임업계는 이러한 규제가 완화되길 원했지만 김남국 의원 사건으로 P2E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졌다. 규제 완화를 위해선 ‘게임산업법’ 개정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기는 어렵다.

설상가상 지난 10일 한국게임학회가 P2E게임사들이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국회에 로비를 시도한 것이 의심된다는 의혹 제기를 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엉망이다. 로비를 했다고 지목된 위메이드는 17일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과 해당 학회를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소 조치했다. 위메이드는 “악의적인 소문과 억측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산업 이미지가 타격 받자 한국게임산업협회도 17일 입장문을 내고 “게임업계가 국회에 입법 로비를 하고 있다는 근거 없는 낭설이 난무한다”며 “위정현 교수는 게임산업 전반에 대해 모욕적인 언사를 일삼고 있다. 8만여명에 달하는 전체 게임업계 종사자를 폄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가운데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P2E게임 규제 완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규제혁신추진단은 게임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개선 과제를 정리하고 있다. 조사대상에는 P2E규제도 포함된다. P2E게임에 대해 규제혁신추진단 관계자는 앞서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이슈 정도를 조사하고 종결 시킬 계획이다. 규제를 완화하거나 강화하는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선 국내 P2E게임 규제가 해외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 게임사들이 P2E게임 사업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앞서가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 (김 의원 논란이) 기세가 꺾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단 글로벌 사업을 하면서 국내 서비스도 이야기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중관계 악화 한한령 강해지나… “서비스 중인 게임도 내릴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일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확대세션에 참석했다. / 뉴시스

세계 게임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한국은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G7(민주주의 7개국)정상회의에 참여해 중국을 견제했다.

최근 G7정상회의는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책임을 강조했다. G7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이 중단되도록 중국이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대만해협 문제를 지적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한국이 G7과 가까워진 것은 성과이지만 한중관계는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지난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문제로 조치한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이 다시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G7직후인 지난 22일 중국 내에서 네이버 서비스가 차단되거나 접속 속도가 매우 느린 현상이 발생했다. 국내 포털이 차단된 것은 2019년 1월 다음이 차단되고 4년여만의 일이다. 24일에는 국내 가수 정용화(씨엔블루) 씨의 중국 예능프로그램 촬영이 취소된 것이 알려졌다.

중국에서 네이버 서비스가 제한된 가운데 게임분야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게임업계는 평소에도 중국을 변수가 많은 시장으로 인식해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치적인 문제는 업계에서 분석하는 것은 사실 의미가 없다. 주어진 상황에서 서비스가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은 한국 게임은 △‘메이플스토리M’(넥슨) △‘블루 아카이브’(넥슨게임즈)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A3: 스틸얼라이브’, ‘샵 타이탄’, ‘신석기시대’, ‘석기시대:각성’, ‘일곱개의 대죄’(이상 넷마블) △‘로스트 아크’, ‘에픽세븐’(이상 스마일게이트) △‘쿠키런:킹덤’(데브시스터즈) △ ‘그랑사가’(엔픽셀) △‘뮤레전드’(밸로프) 등 13종이다.

게임사들은 중국에서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진행하는 등 출시 준비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 판호 발급이 취소되고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도 중단될 수 있다는 전문가 전망이 나왔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게임 산업에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고 그 일환으로 외자 판호를 발급했던 것”이라며 “네이버와 같은 해외 서비스도 막는데 게임을 막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도 내릴 수 있다. 판호는 포털보다 아래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서 중국을 자극하는 구도가 지속돼, 중국이 경고성 메시지로 네이버를 막아버린 형국”이라며 “정치적으로 중국과 한국이 굉장히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의 워싱턴선언에는 미국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핵잠수함이 5월말에서 6월초에 부산기지에 방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이 한한령의 수위를 높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