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의 자체 IP '스톤에이지(사진)'를 활용한 2종의 게임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중국 판호를 발급 받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넷마블
넷마블의 자체 IP '스톤에이지(사진)'를 활용한 2종의 게임이 지난해 11월과 지난 4월 중국 판호를 발급 받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넷마블

시사위크=조윤찬 기자  최근 중국의 판호발급이 결정되면서 모처럼 훈풍이 기대됐던 게임업계가 ’워싱턴 선언’이라는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한미 양국 정상이 합의한 ‘워싱턴 선언문’은 북핵 위협에 대응해 확장억제를 강화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발끈하고 나선 것은 중국이다. 사실상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윤 대통령과 우리 정부를 향해 연일 날선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과거 사드 배치 당시와 유사한 형태의 경제적인 조치들이 이뤄지지 않을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워싱턴 선언發 불똥 우려

지난달 26일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워싱턴 선언’에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신설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핵잠수함 정례적인 가시성 등이 담겼다. NCG에서 양국은 확장억제 관련 사항을 논의한다. 미국은 동맹국에 대한 핵위협이 있을 때 동맹국에게 핵전략 자산을 제공하는 확장억제 전략을 약속하고 있다.

당시 ‘워싱턴 선언문’이 발표되자, 중국은 즉각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미국의 확장억제 전략이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지정학적 사리사욕을 위해 지역의 안보를 고려하지 않고 한반도 문제에서 문제를 확대하고, 긴장을 조성했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에 배치되는 것으로, 중국은 결연히 반대한다”고도 했다.

중국의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압도적 친미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미국의 핵 무기를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것은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위다. 이로 인해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차원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날선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할 일이 아니”라며 일축했다. 오히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통령실 앞 야외 공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위반한 것에 대해 (중국이)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가.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중국의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은 워싱턴 선언 이후 최근까지도 비판의 강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쯤되면서 각계에서는 급속하게 얼어붙고 있는 한중관계가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 초미의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긴장감이 감도는 곳은 산업계다. 앞서 중국의 보복으로 수출에 제약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다. 앞서 2016년 국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해 중국은 한한령(한류 콘텐츠 금지령)을 발표했다. 이후 게임·음악·방송·영화 분야의 중국 시장 수출이 정체됐다. 그 외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대(對)중 수출에 타격을 받으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바 있다.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계로서는 한중관계 악화에 따른 여파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인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한한령 등 경제보복 명분으로 삼은 사드는 ‘방어체계’에 불과했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미국의 핵잠수함(추진 동력이 핵에너지)이 우리 항구에 정기적으로 방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더 강력한 수준의 경제보복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이르면 이달 중 핵잠수함이 부산 기지에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 중국 판호 발급 영향 받나

게임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특히 게임업계는 최근 중국 당국이 다수의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해 중국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중국의 PC·모바일 게임 시장규모는 세계 1위이기 때문에 게임업계로선 중국 수출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국판호를 발급 받은 한국 게임은 △‘메이플스토리M’(넥슨) △‘블루 아카이브’(넥슨게임즈)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A3: 스틸얼라이브’, ‘샵 타이탄’, ‘신석기시대’, ‘석기시대:각성’(이상 넷마블) △‘로스트 아크’, ‘에픽세븐’(이상 스마일게이트) △‘쿠키런:킹덤’(데브시스터즈) △ ‘그랑사가’(엔픽셀) △‘뮤레전드’(밸로프) 등 12종이다. ‘한한령’ 이후 대규모 판호 발급이 이뤄진 것은 5년 만이다.

게임업계는 일단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판호를 발급 받은 게임의 중국 출시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식 출시에 앞서 넷마블, 넥슨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데브시스터즈 등의 게임사들은 현재 중국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예약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판호가 발급될 수 있을지 여부다. 또한 지난 2020년 8월 넥슨 ‘던파 모바일’ 게임의 중국 출시가 연기된 것처럼 변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던파 모바일은 중국에서 사전예약자 6,000만명을 모을 정도로 출시가 기대됐던 게임이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여러 변수들과 대외적인 이슈를 걱정하기 보다는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호 획득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최근 경쟁력을 갖춘 현지 게임사들이 조명 받고 있다. 게임사들은 고도화된 현지화 등을 통해 자체 경쟁력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2일 미래에셋증권의 임희석 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갈등 확대 시나리오로 전개돼도 게임 부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사드배치 문제로 양국 갈등이 극에 달했던 2016~2018년에도 판호 획득 게임은 무리 없이 출시됐다”고 밝혔다.

중국시장에 대해 업계 다른 관계자는 “판호가 발급돼도 어떤 변수든지 생길 수 있다”며 “외부상황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현지 퍼블리셔와 협의해 차질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오는 7일 기시다 일본 총리가 방한하는 데 이어, 이달 하순에는 한미일 정상들이 만날 열릴 예정으로 알려진다. 한미일 연맹 강화를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중국이 과연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근거자료 및 출처

미래에셋증권, 넥슨게임즈 국경 없는 미소녀들

2023. 05. 02 미래에셋증권

‘워싱턴 선언’ 발표자료

2023. 04. 26 대통령실 홈페이지

워싱턴 선언에 대한 미 인도 태평양 사령부 입장문

2023. 04. 27 미 인도 태평양 사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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