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송봉섭 선관위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뉴시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송봉섭 선관위 사무차장이 자녀 특혜채용 의혹으로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 들어갔다.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을 받은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이 동반 자진 사퇴를 결정했지만, 국민의힘은 노태악 선거관리위원장도 이에 책임을 지고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공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관위 내부의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를 길들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다분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보다 전문적이고 객관성이 담보될 수 있는 외부감사를 수용하는 것이 국민의 눈높이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고위직 자제들에 대한 특혜 채용은 물론 허술한 보안 관리 등의 책임이 있는 선관위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사태가 엄중하다는 것이다.

그간 국민의힘은 선관위 내 고위직 자녀들의 특혜 채용 논란을 비판해 왔다. 기존 4건의 특혜 채용 논란이 불거진 뒤 선관위 자체 조사를 거쳐 두 건의 부정 채용이 더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화력은 더 강해졌다. 친인척 채용 자체를 기관장에게 신고하지 않은 것이 ‘공무원 행동강령’을 무시한 것이란 점은 주된 맹공의 대상이 됐다. 아울러 해당 입사자들의 최종 결재권자가 당사자들의 ‘부모’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세금으로 고액 봉급을 주면서 선거관리 하라고 일을 시켰더니 선관위는 고위직 권력자 자녀의 일자리를 관리하고 있었던 셈”이라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책임 당사자들에 대한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결국 전날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아울러 선관위는 특별감사 및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전‧현직 자녀 채용 관련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만시지탄(晩時之歎)’, ‘꼬리 자르기 사퇴’라며 눈총을 거두지 않았다. 공정과 상식의 ‘표본’이 되어야 할 선관위에서 내부의 부정이 드러난 만큼 총체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선관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건‧사고들은 선관위의 ‘신뢰’와 헌법기관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며 “근본부터 몽땅 바꾸지 않으면 바로 세울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 ‘선관위 길들이기’ 비판도

국민의힘은 선관위가 그간 ‘헌법상 독립기관’임을 이유로 외부의 감시에서 자유로웠다는 점을 특히 문제삼고 있다. 실제로 선관위는 지난 2022년 3월 사전투표 부실 관리 책임이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에 당시 ‘독립성’을 근거로 감사원에 자료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 관련 보안 점검을 거부하다 뒤늦게 이를 수용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여당은 선관위의 ‘자정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다. 당장 이번 자녀 특혜 채용 문제에 대해 선관위는 외부 조사가 아닌 ‘자체 조사’를 택했지만 과연 진정성 있는 조사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런 감사에 대한 결과를 누가 공정하고 제대로 된 결과라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여당이 이번 사안을 ‘공정’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정부의 일관된 기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혜 채용 논란’의 경우 국민적 공분과 맞닿아 있다는 점도 여론 형성의 유의미한 지점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가 그간 노동조합의 갑질, 기관들의 기득권 세습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해왔다”며 “그 연장선에서 불공정에 기반 한 특혜 채용을 비판해 불공정을 바로잡으며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전날 기자들을 만나 ‘선관위 길들이기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 “그러면 선관위는 아빠 찬스를 악용해도 괜찮다는 건가”라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야권에서는 이러한 비판이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 길들이기’라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공정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칼끝이 노태악 선관위원장을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노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사라는 점에서 여권 내에서 내년 총선 관리를 맡길 수 없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관위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 시도와 관련 국가정보원과 인터넷진흥원(KISA)의 합동 보안 점검을 받기로 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이 즉각 비판에 나선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23일 논평에서 “선관위 자녀 특혜 채용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국정원이 헌법상 독립기관이 선관위의 보안시스템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칫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국회 행안위 의원들도 지난 4일 이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선관위의 정보를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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