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경기 포천 승진훈련장에서 '2023 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5개월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주문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의 지시가 알려지면서 해당 지시가 수능의 ‘난이도’를 조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전날 윤 대통령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개혁 추진 방향과 관련해 업무 보고를 받은 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수능은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라”고 지시했다.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을 수능에서 출제하는 것은 사교육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지시는 수능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교육계·수험생·학부모에게 또 하나의 혼란으로 다가왔다. 대통령은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도 수능을 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한 것이지만, 변별력을 위한 ‘킬러 문항’을 내지 말라거나 ‘쉬운 수능’을 예고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공교육서 다루지 않는 분야 배제

결국 대통령실이 추가 설명에 나섰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16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어제(15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공정한 변별력은 모든 시험의 본질이므로 변별력은 갖추되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는 수능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는 분야이지만 학교 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찾는 것은 선택의 자유로서 정부가 막을 수 없다”면서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아예 다루지 않는 비문학 국어문제라든지 학교에서 도저히 가르칠 수 없는 과목 융합형 문제 출제는 처음부터 교육당국이 사교육으로 내모는 것으로서 아주 불공정하고 부당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국민들은 이런 실태를 보면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통속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실 윤 대통령의 지시는 원론적인 얘기라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애초 수능은 ‘교육과정 내’에서만 나오는 것이 맞고, 최근 수능은 1~2 문항 가량은 변별력을 위해 대학에서 배울 만한 내용이 출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2015 교육과정 개편 후 수능은 이미 몇 차례 치러졌고, 몇 년간 쌓인 ‘기출문제’만 열심히 풀어 봐도 어느 정도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이같은 경향성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니 ‘킬러 문항’을 풀 수 있게 하려면 사교육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윤 대통령의 인식은 틀린 게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냉소적인 반응은 나온다. 대통령이 교육 현장을 전혀 모르는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에 재직하는 A씨는 “지금 수능 난이도가 중요한 것이 아닌데, 현장 상황도 모르고 대통령이 한 마디를 하고 거기에 휘둘려야 한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 종사하는 B씨는 “수능 난이도가 그렇게 걱정이면 탐구 과목 수를 더 늘려라”면서도 “솔직히 고3 수험생과 N수생 중 누가 수능 1등급을 받기 쉬울 것 같나. 수능이 애초 공정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