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근 등 건설자재 대부분의 가격이 올라 너무 힘들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시멘트 가격까지 오른다는데 이는 건설사들 보고 죽으란 소리나 마찬가지다.”

“공사비 부담으로 원가율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극히 저조해 졌다. 이제는 웬만큼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사업 자체를 진행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한 중형 건설사 관계자와 대형건설사 관계자가 각각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말한 하소연 중 하나다. 그만큼 최근 국내 건설현장에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급증한 공사비 부담으로 인해 사업을 진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일부 건설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늘어난 건자재 가격 부담으로 지난해 매출원가율이 전년 대비 급증한 반면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저조해졌다. 특히 국내 주택사업에 치중한 건설사일수록 원가율 증가폭과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때문에 올해 들어 공사비 부담으로 공사를 중단하거나 추진하려던 사업을 재검토하는 건설사도 늘고 있다. 

실제 최근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2022년 기준) 10위권 안에 속하는 A사의 경우 늘어난 공사비로 인해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입찰 단계 이전에 손을 떼기도 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B사도 이달 초 서울 강남구 대치동 재건축사업을 진행하다 공사비 증액 협의과정에서 조합과 의견 차이를 보이다가 결국 사업을 중단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에는 이른바 ‘단군 이래 최대 재개발사업’으로 불렸던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가 공사비 증액 문제로 한 때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아파트는 수개월 뒤 다시 공사가 재개돼 최근 분양이 완료됐으나 공사비 증액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검증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전체 공사비 증액분 1조1,385억원 중 1,621억원에 대해서만 검증 가능하다고 한 뒤 이달 16일 377억원을 감액 결정했기 때문이다. 즉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9,000억여원은 추후 분쟁 소지가 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공사비는 앞으로 더욱 오를 전망이다. 대형 시멘트 제조업체인 쌍용시멘트가 내달 1일자로 시멘트 단가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해서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마저 오르다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비용절감 등 활로를 찾고 있는 건설사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지방 주택사업에 집중된 중견 건설사의 피해가 증폭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분양 적체가 심한 지방의 경우 공사비 증액으로 분양가마저 오른다면 미분양 해소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또 지속적인 공사비 증가로 고(高) 분양가 현상이 지속된다면 부동산 경기 악화, 고금리·고물가 현상에 직면한 실수요층이 주택 구매를 포기하면서 침체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건설업계의 공사비 이슈 전반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정부가 그동안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꾸준히 여러 대책을 마련한 만큼 지금까지 ‘먼발치서 불 보듯’하던 소극적인 태도는 벗어나야 한다. 

정부가 민간 시장에 개입한다는 비판이 우려된다면 적어도 양측이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협상의 장을 만들어 주는 중간자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공사비 증액시 참고할 만한 구체적인 가이드 라인 제정, 시공사와 시행사·조합간 공사비 증액 분쟁시 정부 중재, 정부·건설사·제조사 간 건자재 가격 조정 논의 기구 창설 등 여러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건설사들도 정부가 중간에서 교통정리를 해주길 바라는 모양새다. 건설사 C사 관계자는 “매번 정부가 나서달라는 게 아니다. 현 부동산 경기가 심각한 만큼 한시적으로나마 나서달라는 것”이라며 “강제적인 규정까지는 아니어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시행사와 협의할 때 참고할 만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중견 건설사 D사 관계자는 “시멘트 등 건자재 가격 인상이 건설사들의 중요 이슈”라며 “사기업의 가격 인상을 정부가 강제로 조정할 수 없는 만큼 제조사와 함께 모여 의논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만이라도 정부가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정부는 집값 하락에 따른 미분양 적체를 해소하고자 올 1월 초부터 각종 규제 완화를 실시해왔다. 이어 부동산 PF 리스크 해소를 위한 만기 연장 등 금융 대책도 수차례 발표했다.

다만 원자재·건자재 가격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관련 이슈에는 유독 소홀한 측면이 있다. 기업, 국민 등 각 경제 주체들이 빠른 시장 회복을 원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공사비 이슈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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