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개발이익 높은 대규모 재건축 사업지 부담금↑… 부과 사례 없어 거센 반발 예상”
건설업계 “부담금 낮추기 위한 고급화 전략 시행으로 강남 및 비강남권 간 격차 증가”

지난달 말 정부가 부담금 부과와 관련된 재초환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사진은 목동 재건축 아파트/ 뉴시스
지난달 말 정부가 부담금 부과와 관련된 재초환법 수정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사진은 목동 재건축 아파트/ 뉴시스

시사위크=김필주 기자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시한 재초환법(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수정안에 따르면 누진 과세 체계가 적용돼 고가의 재건축 사업 단지일 경우 부과되는 부담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등에서 재초환법 수정안 시행시 현재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재건축‧재개발 사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리인상에 따른 부동산 경기 악화와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건설사 대부분이 수익성이 높은 정비사업을 선호하는데 고가단지일수록 수익성이 높아서다.

특히 건설업계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정부 수정안 시행시 초과이익 1억7,000만원부터 부담 증가 

재초환법은 지난 2006년 재건축 사업으로 얻는 과도한 초과이익을 환수해 주택가격의 안정성과 사회적 형평성을 도모하고자 도입됐다.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오른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금액을 초과이익으로 보고 이 중 일부(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한다. 이렇게 징수된 부담금은 국가 50%, 해당 광역단체 30%(세종·제주 50%), 기초 지자체에 20%씩 각각 귀속된다.

하지만 그간 집값이 폭등하자 부담금도 덩달아 급등하기 시작했다. 이에 정비사업 업계는 급증한 부담금으로 인해 재건축사업 지연과 이로 인한 주택 공급 저해, 1세대1주택 장기보유자의 과도한 부담금 부과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이 제기되자 작년 9월 정부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초환법을 손보기로 결정했다. 이후 정부·여당 의견을 종합한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부담금 면제금액을 종전 초과이익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조정하고 초과이익에 따라 부담금을 누진 적용하는 부과기준 구간을 현행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확대한 ‘재초환법 개정안(정부 초안)’을 대표 발의했다.

즉 정부 초안에서는 초과이익 1억원 이하는 부담금을 면제하고 △1억원∼1억7,000만원의 초과이익은 10% △1억7,000만원 초과∼2억4,000만원 20% △2억4,000만원 초과∼3억1,000만원은 30% △3억1,000만원 초과∼3억8,000만원 40% △3억8,000만원 초과 50% 등 7,000만원 구간마다 요율을 각각 적용해 부담금을 부과토록 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정부안의 감면폭이 과하다며 면제금액 요건을 1억원이 아닌 8,000만원으로 낮추고 요율을 적용하는 7,000만원 구간도 5,000만원으로 조정하라고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부담금 면제기준 1억원은 그대로 두고 부담금 부과 구간을 △1억∼1억7,000만원 10% △1억7,000만원 초과∼2억3,000만원 20% △2억3,000만원 초과∼2억8,000만원 30% △2억8,000만원 초과∼3억2,000만원 40% △3억2,000만원 초과 50%의 요율을 각각 적용하도록 변경했고 이같은 수정안을 지난 22일 국회에 제시했다.

만약 정부 수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초과이익이 1억7,000만원을 넘어갈 경우 부담금은 지난해 제시됐던 정부 초안 보다 더욱 늘어나게 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재건축 부담금 현실화를 위해 재초환법 개정에 나섰다. / 뉴시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재건축 부담금 현실화를 위해 재초환법 개정에 나섰다. / 뉴시스

◇ 전문가 “부과 사례 없어 시행시 반발 예상…지역‧단지별 요인 고려 필요”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명예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 수정안은 초과이익 1억7,000만원부터 누진 과세를 적용하는 것으로 이익이 많을수록 그만큼 부담금도 늘어나게 되는 구조”라며 “부동산 폭등시기 이익이 많이 발생한 단지 일수록 부담금에 대한 체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초환법은 재건축을 통한 투기 목적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라면서도 “부담금은 오직 현금으로만 납부해야 하는데 재건축 개발 시행 단지 내 집주인들은 거액의 현금이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교수는 “따라서 고령의 1주택 장기보유자에게는 부과되는 부담금이 다소 과다한 측면이 있다”며 “또 대규모 재건축 개발 이익이 발생하는 강남 등과 같은 지역은 과다한 부담금이 사업 지연 등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실제 부담금이 부과된 사례가 없어 추후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된다면 전국 각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반발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재초환 수정안의 주요 이슈는 종전 대비 부담금이 얼마나 더 줄어드는지 여부”라며 “정부가 재초환을 면제하거나 사실상 무력화한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담금 면제금액 상향(3,000만원→1억원) 등은 재건축 사업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부담금이 적게 부과되는 단지와 많이 부과되는 단지 간 입장이 같을 순 없다. 아무래도 재건축 요인이 큰 지역 대부분이 부과되는 부담금 규모도 크다. 즉 지방 보다는 수도권의 재건축이 활발한 만큼 이러한 요인은 고려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업계 “부담금 낮추기 위해 개발비용 증가… 강남‧비강남권 간 격차 커질 것”

수도권에서 정비사업을 주로 맡아온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초환법과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안은 부담금에 대한 저항이 너무 크다보니 조금 줄여 주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일단 현재 서울 압구정, 여의도, 목동 등에서 재건축 시동이 걸린 만큼 재초환 수정안으로 인해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뒤이어 “어차피 강남권은 초과이익이 3억2,000만원을 넘어설 것이고 이 정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아예 재건축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담금을 낮추기 위해선 ‘개발비용을 높여 이익을 낮추는 방법’을 주로 쓰는데 특히 강남3구(서초·송파·강남구)에서는 평형 늘리기, 마감 고급화, 커뮤니티 등 각종 부대시설 증설로 건축비를 올린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개발비용이 증가해 부담금은 낮아지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다”며 “우선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개발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여기에 강남권 아파트는 점점 더 고급화되고 그 외 비강남권 아파트는 부담금 부과 구간에 맞추기 위해 공사비를 낮춰 일반 아파트로 전락하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해진다. 결국 이는 균형발전이라는 정책목표까지 뒤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지역 재건축 사업지에서 부담금에 따른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지연 및 해당 재건축 조합의 거센 반발 등이 우려 된다”면서도 “허나 아직 최종 결정된 사안이 아니고 수정안이 통과돼도 그 시점의 부동산 시장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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