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고액 의견서’ 논란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권 후보자는 이 사안이 ‘영리 행위’라는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야권에서는 대형 로펌과의 ‘관계성’이 향후 대법관으로서의 업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 나왔다.

여야는 11일 국회에서 권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고 검증에 나섰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조재연‧박정화 대법관 후임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권 후보자와 서경환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인 만큼 후보자의 ‘적격성’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은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후보자 개인의 ‘도덕성’에 방점을 찍었다. 대형 로펌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의견서를 작성해 준 사실은 야권 질의의 핵심이었다. 민주당은 서울대 법대 교수였던 권 후보자가 ‘고액 의견서’를 작성하게 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7개 대형 로펌에게 총 63건의 의견서를 작성해 주고 약 1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로펌 입장에선 후보자의 ‘의견서’가 재판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의견서 작성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교수님의 의견서가 재판에 유리하게 작용한 과거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의뢰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활동 자체가 ‘영리 행위’인 만큼 국립대 교수로서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서울대학교 법 등에 따르면 후보자는 영리활동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후보자의 ‘도덕성’을 따져 묻는 이면에는 해당 사안이 법조계의 만연한 전관예우‧후관예우 등과 연결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숨겨져 있다. 그간 관행처럼 여겨진 이 문제들이 사법부의 신뢰성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자료요구를 하면서 “선후배 간‧사제 간 등 인간관계가 재판부의 유무형의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언급했다.

◇ ‘영리 활동’ 지적엔 손사래

이에 대해 권 후보자는 대법관직을 수행함에 있어서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신에게 의견서를 요청했던 로펌과 관련된 재판에 대해 ‘회피 신청’을 하겠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에 정한 바에 따라 제가 관여하지 않은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최근 2년여 제가 어떤 관계를 맺었던 로펌 사건에 대해서는 모두 신고하고 회피 신청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견서를 작성해 준 대가로 고액을 받은 데 대해선 국민 눈높이에서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 때 고액의 소득을 얻게 된 점에 대해선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며 “송구스러움만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이러한 의견서 작성이 ‘영리 활동’이었다는 점 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학자로서의 일종의 ‘연구 용역’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권 후보자는 “학자로서 자신의 소신에 기초해 학자적 견해를 밝힌 것”이라며 “의견서 형태가 아니더라도 법대 교수들이 법률문서를 많이 작성하고 대가를 지급받는 경우가 있고 국내에서 매우 널리 알려져 있다”고 했다.

야당의 ‘고액 의견서’ 질의 속에 국민의힘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에 대한 부분을 권 후보자에게 질의했다. 그간 김명수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 공세를 이어 온 만큼, 이 같은 주장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20년 김 대법원장이 임성근 전 부장판사에 대해 탄핵 소추를 이유로 ‘사표 수리’를 거부한 뒤 거짓말을 한 사례를 꺼내 들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적 이유로 사표 수리를 안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땅콩 회항’ 사건 선고 직후 김 대법원장이 한진 법무팀과 공관 만찬을 가진 의혹도 공세의 명분으로 삼았다. 

이와 관련해 권 후보자는 “법관의 윤리 의식이 높아야 한다는 점, 거짓말은 결코 권장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씀드릴 수 있다”며 에둘러 이를 비판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을 지적하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대해선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적 중립성 논란인지는 조금 더 생각해 보겠다”고 답했다. 

권 후보자는 본인 스스로에 대해선 ‘사법부의 중립성’을 지키는 데 힘을 싣겠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자는 이날 선서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며 “획일성과 편견의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보수와 진보의 구도를 벗어나 미래로 세계로 향하는 사법부의 일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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