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인터뷰를 통해 전환사채 처리 문제 등 몇 가지 조건을 달아 HMM 인수 의지를 천명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인터뷰를 통해 전환사채 처리 문제 등 몇 가지 조건을 달아 HMM 인수 의지를 천명했다. / 그래픽=권정두 기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HMM 매각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앞서도 지분 확대로 눈길을 끌었던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가격 등 몇 가지 조건을 달아 HMM 인수 의지를 천명했는데, 곧장 그 조건에 반하는 매각 방침이 발표된 것이다. 우오현 회장의 다소 이례적인 인수 의지 표명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 하루 만에 무색해진 인터뷰… SM그룹 향후 행보 주목

지난 20일, HMM의 최대주주인 KBD산업은행과 2대주주인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매각을 공고했다. 지난 3월 매각주관사 등을 선정하며 준비작업에 나선데 이어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과거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던 HMM(당시 현대상선)은 해운업계를 덮친 장기불황 여파로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2016년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면서 매각 추진이 화두로 떠오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행보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오현 회장이 이끄는 SM그룹은 지난해 6월 HMM 보유지분이 5% 넘겨 공시의무가 발생했으며, 이달 들어서는 6.56%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이 같은 지분 보유 및 확대는 우오현 회장이 M&A를 통해 사세를 키워온 데다 이미 SM상선·대한해운 등의 해운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인수 추진 가능성으로 연결됐다. 다만, 이전까지 SM그룹은 이를 부인해왔다.

그런데 매각 공고 하루 전인 지난 19일, 우오현 회장은 <한국경제>와의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전 참여 의지를 천명했다. 특히 그는 HMM의 적정매각가가 4조원~4조5,000억원이라고 주장하며 그 이상은 1원도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HMM 매각의 쟁점사안으로 꼽히는 전환사채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도 주식으로 전환 시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으며, HMM 인수 불발 시 기존 해운계열사를 매각해 해운업에서 아예 손을 떼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우오현 회장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상당히 이례적이었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오현 회장의 ‘작심 인터뷰’는 곧장 힘이 빠지고 말았다. 인터뷰 보도 다음날 이뤄진 HMM 매각 공고에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영구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가량을 주식으로 전환·매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우오현 회장의 공언대로라면 SM그룹의 HMM 인수 추진이 공식 발표 하루 만에 무산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HMM 매각은 이제 막 절차에 돌입한 단계에 불과해 여러 변수가 존재하며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일각에선 SM그룹이 입장을 바꿔 인수전 참여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적극적인 M&A로 SM그룹을 재계 30위권까지 키워내 ‘M&A의 귀재’라 불리는 우오현 회장인 만큼, 여러 상황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두었을 것이고 언론 인터뷰에도 여러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시선이다. 앞서 HMM 매각과 관련해 1조원 규모의 영구채 전환설이 제기됐던 데다 HMM 지분 확보에 상당한 자금이 투입된 점, 우오현 회장의 장남까지 가세한 점 등도 이러한 시선에 힘을 보탠다.

다른 한편으론 SM그룹의 HMM 인수 추진을 향한 물음표도 존재한다. 우오현 회장이 직접 언급한 자금의 실제 동원이 가능할지,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굵직한 대기업과 경쟁구도가 형성될 경우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HMM 인수 불발 시 실제 해운계열사 매각에 나설지 등이다.

“국내 해운업계를 살리고 아시아 최대 해운사로 만들어보고 싶다.” 우오현 회장의 HMM 인수 의지 천명이 ‘M&A 귀재’의 또 다른 신화로 이어지게 될지, 허풍으로 전락하게 될지 향후 본격화할 HMM 인수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근거자료 및 출처
한국경제 ‘“HMM에 최대 4.5조”…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마지막 베팅’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3071984401
2023. 7. 19.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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