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키움증권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5년 더 연장한 키움 히어로즈는 현재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 뉴시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키움증권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5년 더 연장한 키움 히어로즈는 현재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키움증권의 ‘히어로즈 마케팅’이 예사롭지 않다. 줄곧 상위권의 성적을 내오던 키움 히어로즈가 올해는 하위권을 맴돌며 가을야구를 포기한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계약 연장에 사인한 키움증권의 결정이 섣부른 악수(惡手)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된다.

◇ 계약 연장 사인했는데… 최악 성적 임박

2023 프로야구 KBO리그가 8부 능선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 7일 기준 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것도 10위 삼성 라이온즈와 승차가 없어 사실상의 꼴찌나 다름없다. 

낯선 위치다. 키움 히어로즈는 창단 초기인 2008년~2011년을 제외하면 줄곧 상위권을 차지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2017년만 제외하면 모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4년과 2019년, 그리고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돔구장 영향으로 경기를 가장 많이 치른 점, 최근 8연패를 이어가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시즌을 꼴찌로 마감할 가능성도 상당해 보인다. 심지어 키움 히어로즈는 지난달 말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사실상 이번 시즌 백기를 들었다.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에 핵심 선발투수 자원을 내주고, 유망주 2명과 향후 신인 지명권을 받은 것이다. 만약 키움 히어로즈가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다면, 2011년 이후 12년 만이자,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수모가 될 전망이다.

키움 히어로즈의 이러한 올 시즌 행보로 누구보다 속이 타는 건 메인 스폰서로서 연간 100억원을 지불하고 있는 키움증권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키움증권은 올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와 일찌감치 계약연장에 사인한 바 있다. 당초 계약기간이 올해 만료되는 가운데,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더 동행하기로 한 것이다. 연간 100억원 수준이었던 계약규모도 한층 커졌다. 최소 연간 110억원,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최대 695억원에 달한다.

키움증권이 계약연장에 사인할 당시만 해도 히어로즈는 올 시즌 유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혔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저력을 보여준 데다,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는 간판스타 이정후의 마지막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좀처럼 외부영입에 나서지 않던 키움 히어로즈가 3명(2명은 퓨처스리그)의 FA를 영입한 것도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차원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시즌 초반부터 중하위권을 맴돌았고, 6월말~7월초 잠시 중위권에 안착하기도 했으나 이내 최하위권으로 내려앉았다. 이 과정에서 이정후가 부상을 당해 시즌을 일찍 마치기까지 했다.

물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야구를 통한 마케팅 효과는 일정 수준 볼 수 있지만, 성적에 따른 차이가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꼴찌 수준의 저조한 성적은 메인 스폰서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 더욱이 키움 히어로즈는 관중 동원력이 약하고 팬층이 얇은 대신 성적만큼은 상위권을 유지해온 구단이었는데, 그 장점마저 잃게 된 모습이다.

관건은 키움 히어로즈가 다음 시즌 곧장 제 궤도를 되찾을 수 있느냐다. 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교차한다. 젊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키움 히어로즈가 그동안 핵심 전력을 내주면서도 유망주를 꾸준히 확보해온 점, 몇몇 젊은 선수들이 실제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점 등은 기대를 품게 한다. 반면, 이정후의 이탈 가능성과 영입선수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 선수단 전반의 무게감 등은 키움 히어로즈의 전력 약화 및 성적 부진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힘을 싣는다.

만약 올 시즌 저조한 성적이 향후 지속될 경우 2028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키움증권의 결정은 ‘섣부른 악수’로 전락하게 될 전망이다. 올해 사상 최악의 성과를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이는 키움증권의 ‘히어로즈 마케팅’이 두 번째 계약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다시 반전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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