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로운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치열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2022년 새로운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각 구단들이 치열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프로야구 KBO리그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다. 또한 국내 단 10개뿐인 프로야구단 앞에 이름을 내건 굴지의 기업들이 자존심을 걸고 경쟁을 펼치는 장이기도 하다. 특히 ‘구단의 시간’이라 할 수 있는 겨울 스토브리그엔 기업들의 ‘쩐의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곤 한다. 이 역시 냉철한 승부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승자와 패자의 희비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새 시즌을 앞두고 각 기업들의 엇갈린 표정을 조명해본다.

◇ 화끈하게 지갑 연 구단들… 트럭시위 마주한 구단도

2022시즌을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스토브리그가 최근 FA계약이 모두 마무리되며 가장 중요한 현안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위 ‘대어급’이라 불리는 선수들을 비롯해 총 15명이 나선 이번 FA시장은 총액 989억원이란 신기록을 수립했다. 총액 100억원을 넘긴 계약만 5명이 나오고, 다소 충격적인 이적도 이어지는 등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장이었다. 물론 이번 스토브리그 역시 냉철한 승부 및 자본논리 아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먼저,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남긴 ‘막내 구단’ KT 위즈다. 10개 구단 중 역사가 가장 짧은 KT 위즈는 지난해 ‘최종결정전’까지 치르는 치열한 접전 끝에 정규리그 1위를 거머쥔데 이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하며 정상에 올랐다.

스토브리그에서도 KT 위즈는 존재감이 빛났다. 내부FA인 장성우와 황재균을 모두 붙잡았고, 과감한 투자로 외부FA 박병호까지 품에 안았다. 또한 우승의 원동력이었던 외국인 투수 2명과 모두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멜 로하스 주니어와의 이별 이후 아쉬움이 남았던 외국인 타자도 헨리 라모스를 새로 영입했다. 베테랑 유한준이 은퇴하긴 했지만, 우승에 이른 전력을 유지 또는 한층 더 강화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우승을 향한 열망과 투자 의지를 팬들에게 적극 어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T 위즈와 달리 지난 시즌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기아 타이거즈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했다. 나성범이란 리그정상급 타자를 품었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팀의 상징적 존재 양현종도 다시 품에 안았다. 두 선수에게만 무려 총액 253억원을 쏟아내며 화끈하게 지갑을 연 기아 타이거즈다. 이로써 지난해 구단 역사상 첫 9위에 머물렀던 기아 타이거즈는 단숨에 우승권 전력을 갖추게 됐다.

최근 상위권으로 도약한 LG 트윈스 역시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며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LG 트윈스는 외부FA 박해민을 영입하고 내부FA 김현수는 붙잡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백업 포수가 유출되자 베테랑 허도환도 FA로 영입하며 실리를 챙겼다. 이로써 LG 트윈스 역시 전력이 한층 강화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해 일부 선수들의 ‘술판 파문’으로 홍역을 치렀던 NC 다이노스는 핵심선수 나성범을 빼앗기는 뜻밖의 상황을 맞았지만, 박건우와 손아섭 영입하며 그 아쉬움을 달랬다. 또한 실리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부족한 전력을 메우기도 했다. 지난해 ‘술판 파문’ 사태로 대표이사와 단장 등이 모두 사퇴하고, 대대적인 세대교체까지 단행한 뒤숭숭한 상황 속에서도 모기업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한동안 희미해졌던 존재감을 지난해 정규리그 2위로 만회한 삼성 라이온즈도 무난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박해민을 놓치긴 했지만 강민호를 지켜냈고, 든든한 백업포수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데려오며 한층 탄탄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과거와 달리 지나친 ‘오버페이’를 경계하는 기조를 지키면서도 필요한 전력 강화는 이뤄낸 모습이다.

지난해 새롭게 프로야구 무대에 합류한 신세계그룹의 SSG 랜더스도 마찬가지다. 화끈한 외부FA 영입은 물론 FA계약 자체가 없었지만, 내부 핵심선수들과 잇따라 다년계약을 체결하는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끌었다. 향후 ‘대어급’ 내부FA가 될 수 있었던 선수들을 일찌감치 붙잡으면서 향후 외부FA 영입 여력을 키웠다는 점이 주목된다.

NC 다이노스 소속의 리그정상급 선수였던 나성범은 이번 FA시장에서 계약규모가 가장 큰 6년 총액 150억원에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기아 타이거즈
NC 다이노스 소속의 리그정상급 선수였던 나성범은 이번 FA시장에서 계약규모가 가장 큰 6년 총액 150억원에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했다. /기아 타이거즈

반면, 한화 이글스와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등 오랜 역사와 열렬한 팬층을 자랑하는 구단과 키움 히어로즈는 아쉬움이 남는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내부FA 최재훈에게 ‘1호 FA계약’을 선물하며 FA시장 과열양상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를 받는 한화 이글스는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문 성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전력 강화에 나서지 않아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리빌딩을 진행 중이라고는 하지만, 적절한 투자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일부 팬들은 을지로 한화그룹 본사와 63빌딩 등에서 트럭시위를 진행하며 불만을 적극 표출하기도 했다. 이에 한화 이글스 측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팬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올해 전력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팬들이 트럭시위에 나선 구단은 또 있다. 지난 시즌에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두산 베어스다. 두산 베어스는 그동안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특히 지난해에는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도 한국시리즈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문제는 매년 거듭돼온 선수유출이 올해도 반복됐다는 점이다. 두산 베어스는 내부FA 김재환을 잔류시키는 것은 성공했지만, 박건우를 붙잡는 데에는 실패했다. 앞서 민병헌, 양의지, 오재일, 최주환, 이용찬 등을 FA로 놓아준 바 있는 두산 베어스가 또 한 명의 ‘황금세대’ 멤버를 잃은 것이다. 이에 두산 베어스 팬들은 두산그룹의 재정상황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하며 심지어 구단을 매각하라고 요구하기까지 했다.

그룹 차원의 감사를 받으며 10개 구단 중 가장 뒤숭숭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역시 팬심이 예사롭지 않다. 전력 강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음은 물론, 프랜차이즈 스타인 손아섭을 라이벌 NC 다이노스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유통업계 경쟁사 SSG 랜더스가 프로야구에 가세하면서 라이벌이 추가된 가운데,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는 더 큰 우려와 불만을 낳고 있다.

모기업 없이 구단을 운영하며 숱한 잡음과 논란을 일으켜온 키움 히어로즈 역시 스토브리그를 거치며 팬들의 싸늘한 원성을 피하지 못했다. 팀의 상징적 존재인 박병호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키움 히어로즈 역시 ‘황금세대’ 멤버들이 줄줄이 팀을 이탈하는 씁쓸한 역사를 반복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도중 서건창을 트레이드로 떠나보낸데 이어 박병호까지 지켜내지 못하면서 팬들은 물론 어린선수들까지 동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뜩이나 메인스폰서 계약 체결 이후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는 키움증권 입장에선 또 다시 불편한 논란에 이름을 올리게 된 모습이다.

이처럼 스토브리그에서부터 희비가 엇갈린 10개 구단 기업들이 2022시즌엔 또 어떤 결과를 마주하며 울고 웃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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