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로 돌아온 고현정. /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돌아온 고현정. /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배우로 쓰인 부분이 원 웨이(one way) 같거든요. 다방면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싶어요.”

드라마 ‘모래시계’ ‘선덕여왕’ ‘대물’ ‘여왕의 교실’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셀 수 없는 명작으로 가득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독보적인 스타 고현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연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라며 “아직 현역 뒤편으로 보내지 말아달라”며 웃었다. 농담처럼 뱉은 말이었지만, 그 속엔 ‘배우’ 고현정의 열정, 진심이 담겨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마스크걸’은 고현정에게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미스코리아 출신, 우아하고 청순한 이미지 등으로 인해 다양한 배역을 맡지 못해 갈증이 컸다는 그에게 ‘마스크걸’이라는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인 제안은 배우로서 새로운 길을 열 소중한 기회였다.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기뻤어요. 장르물을 하자고 한 게 처음이거든요. 너무 기뻤죠. 또 하나의 배역을 세 명의 배우가 한다는 게 새로운 구성이잖아요. 잘 오지 않는 기회기 때문에 정말 반가웠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제가 다 끌고 가는 것에 대한 부담도 컸거든요. 잘 되면 본전이고 잘 안되면 ‘고현정도 이제 뭐’ 하는 말들이 부담스러웠어요. 도움도 받고 일원이 돼 협력하고 같이 해냈다는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마스크걸’의 제안이 더 기뻤죠.” 

고현정의 말처럼, ‘마스크걸’은 3인 1역 캐스팅으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신예 이한별과 나나, 그리고 고현정이 각자 다른 얼굴로 인터넷 방송 BJ, 쇼걸, 교도소 수감자라는 다른 신분의 김모미를 시간대에 따라 연기했다. 

세 번째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 스틸. / 넷플릭스
세 번째 김모미를 연기한 고현정 스틸. / 넷플릭스

고현정이 연기한 김모미는 죄수번호 1047로 불리는 것에 익숙해진 중년으로, 힘든 수감생활에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평온한 나날을 보내다 어느 날 교도소 밖에서 온 편지 한 통에 결국 탈옥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고현정은 3인 1역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모미’, 현재의 ‘모미’에 집중했다고 했다. 

“앞서 한 배우들의 연기를 거의 보지 않았어요. 10년간 교도소에 있던 사람이라는 것에 집중했죠. 모미는 교도소 안에서 힐링한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나나가 연기한 부분을 보면 교도소 안에서 바보같이 있었을 것 같지 않거든요. 그리고 정해진 장소에서 10년 이상 있다 보면 루틴이 생기잖아요. 그것대로 흐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상태. 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멈춰있는 상태에서 모미의 텐션은 어떨까 고민했죠.” 

결과는 성공이다. 고현정은 등장만으로도 압도하는 존재감과 묵직한 열연으로 이야기의 마지막을 꽉 채우며, 끝까지 몰입을 뗄 수 없게 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초연한 눈빛과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려 나가는 모미의 결말을 단단한 내공으로 완성한다. 고현정은 쏟아지는 호평에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실감이 안 나요. 그런데 주변 지인들이 연락을 많이 해줘서 ‘진짜 그런가?’ 하고 있는 상태예요. 퍼즐 한 조각처럼 이 작품에 참여한 것인데,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하고 이런 경험이 난생처음이라 재밌어하고 있어요. (만족도는) 굉장히 좋아요. 배려도 많이 받고 아름다운 촬영 현장이었어요. 평화롭고 좋았기 때문에 결과물이 나오기 전에도 만족도가 좋았는데, 공개 후 많은 화제가 되는 것 같아 또 좋아요. 역시 현장이 좋으면 결과물도 좋구나 싶어요.(웃음)”  

고현정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고현정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 넷플릭스

이한별, 나나를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한별은 데뷔작이고 어려운 연기인데, 굉장히 관록 있는 배우처럼 오버페이스 없이 해내더라고요. 아주 침착하게 잘 해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만났을 때도 내공 있는 배우로 성장하겠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나는 인사성이 정말 밝아요. 그런 배우가 오랜만이라 정말 반가웠어요. 모미로 예열한 나나가 인사를 해 줄 때마다 저도 도움을 받았죠. 연기를 보니 역시 잘하더라고요. 어떻게 그렇게 세련되게 잘하는지 정말 좋았어요.”

주오남 역으로 파격 변신을 선보인 안재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뭐 이렇게까지 할 일이야?’ 싶더라고요. 하하. 보다가 ‘아이시떼루’ 하는 장면에서 아주 뒤로 넘어갔어요. 그건 너무 진짜 아닌가요? 그 장면에서 잠깐 멈추고 한참 웃다가 이어서 봤어요. 저도 그런 장면 하나 갖고 싶더라고요. 보는 이로 하여금 깔깔 웃게 만들 수 있는 장면. 아주 반했어요. 안재홍을 실제로 만났을 때 정말 너무 잘 생겼더라고요. 처음에는 못 알아봤어요. 그때 위기감을 느꼈어요. 나도 뭔가 했어야 했는데. ‘아 졌다’ 싶었죠.(웃음)” 

실제로 만난 고현정은 화면 속 그대로, 아니 더 빛나는 아름다움의 소유자였다. 그의 미모에 감탄하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 그로 인해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모미를 고현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얼마나 공감했을까. 

“되죠. 그럼요. 됩니다.(웃음) 저도 저보다 더 예쁘고 그런 사람들에게 치여도 보고 밀려도 봤고, 주체 못하는 덩치와 살 때문에 직접적으로 느낀 적도 많고요. 그것 때문에 삶에 지장을 받고 심각하게 경험한 분들이 느꼈을 법한 세세한 것까지는 모를 수 있겠죠. 하지만 제 나름대로 겪어 본 감정이에요. 사실 저는 1등을 한 사실이 없어요. 미스코리아도 2등이었잖아요. 

물론 외모 덕을 보긴 했죠. 안 봤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외모 덕만 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부단히 채우려고 노력해 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모미의 심정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모미는 참 안타까운 인물이에요. 그래서 주인공이겠죠. 엔딩이 참 좋더라고요. 딸 미모가 엄마 모미의 어린 시절 영상을 보잖아요. 모두에게 박수 받고 찬란했던 모미가 그때 그 시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 자체가 ‘마스크걸’의 엔딩이자, 메시지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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