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거수경례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를 통해 “광복 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동한 우리 군(軍)”이라며 국군의 뿌리를 1945년 해방 이후로 규정하는 메시지를 냈다. 국방경비대와 한국광복군 중 어느 것이 국군의 뿌리인지 논쟁이 있었는데, 이는 ‘건국절 논쟁’과 비슷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국군의 뿌리를 ‘광복 이후’로 언급한 것이다. 

◇ 건국절에 이은 ‘국군의 뿌리’ 논쟁 재점화?

윤 대통령은 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광복 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동한 우리 군은 이제는 적에게 두려움을 안겨 주고, 국민에게는 신뢰받는 세계 속의 강군으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을 향해서는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면서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라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발언 중 ‘광복 후 태동한 우리 군’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태동’(胎動)은 어떤 일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우리 군의 시작점을 1945년 광복 이후라고 보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운동”이라고 밝혀 ‘건국절을 지지하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국군의 시작을 언제부터인지는 정치권과 학계의 난제다. 우리 군은 해방 직후인 1946년 1월 15일 ‘국방경비대’가 국군의 모체이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건군이 이뤄졌다 보고 있다. 정부수립 초기 우리 육군 내 고위 지휘관과 장교 다수가 일본군, 만주군 출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광복군’을 국군의 뿌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진보진영은 국군의 뿌리를 1940년 9월 1일 창설된 ‘한국광복군’이라고 주장한다. 우리 정부의 정통성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뒀으니, 국군 역시 임시정부의 정식 군대인 ‘한국광복군’이라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원봉이 이끈 ‘조선의용대’를 거론하며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광복군을 우리 군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언급하거나, “육군사관학교의 역사적 뿌리는 100여년 전 신흥무관학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 있었던 상황에서 전임 정부의 역사관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메시지라는 해석이다. 윤석열 정부의 역사관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홍범도 장군이 공산당에 가입한 이력이 문제된다고 했던 것처럼, 한국광복군의 인사 중 홍 장군과 비슷한 사례가 존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큰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육군사관학교의 정신적 뿌리’를 묻는 질문에 “미군정 시절 (남조선)국방경비사관학교”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전날(25일) 이종찬 광복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국방부 장관이란 사람이 ‘군의 원조가 어디냐’하니까 일본놈 잔재들이 모여 만든 국방경비대라고 하고 이것 참 큰일“이라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홍 장군 흉상 이전을 반대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10년 만에 실시된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참석했다. 이날 시가행진은 육군 병력과 장비 전개 위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민들께서 여러분의 위풍당당한 개선행진을 보고, 여러분을 신뢰하고 우리 안보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지셨을 줄 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끝난 뒤 광화문광장 육조광장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장병들 구호제창에 파이팅하고 있다. /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끝난 뒤 광화문광장 육조광장에서 격려사를 마친 뒤 장병들 구호제창에 파이팅하고 있다. / 뉴시스

 

2023년 9월 26일 오전 10시 33분

장소 :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군 장병과 내외 귀빈 여러분.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의 땅과 바다, 하늘에서 국토방위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멀리 타국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파병 장병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그간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신 순국 장병과 창군 원로, 참전용사, 예비역 여러분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장병 여러분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며 곁에서 묵묵히 헌신해 온 군인 가족 여러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며 70년 한미동맹 역사를 함께 만들어 온 주한미군 장병과 가족 여러분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군 장병 여러분.

대한민국 국군은 건군 이래 지난 75년 동안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 국가방위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맡은 바 사명을 다해 왔습니다. 우리 군은 북한 공산 침략으로부터 피로써 나라를 지켜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는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국가안보를 지켜냄으로써 눈부신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광복 후 제대로 된 무기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태동한 우리 군은, 이제는 적에게는 두려움을 안겨 주고, 국민에게는 신뢰받는 세계 속의 강군으로 성장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최첨단 전투기를 개발하였고, 세계 최고 수준의 이지스함을 건조했으며, 뛰어난 성능의 전차, 자주포, 전투기를 사상 최대 규모로 수출하는 성과를 달성하였습니다.

6·25전쟁 당시, 자유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면,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곳곳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파견되어 있습니다. 세계 속 강군으로 성장한 우리 군을 바라보면, 국군통수권자로서 벅찬 자긍심을 느낍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북한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핵 사용 협박을 노골적으로 가해오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입니다.

북한 정권이 핵무기 개발에 집착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으며, 주민에 대한 북한 정권의 수탈과 억압, 인권 탄압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우리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입니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입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나아가 우방국들과 긴밀히 연대하여, 강력한 안보태세를 확립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입니다.

국군 장병 여러분,

우리 군은 한국형 3축 체계를 포함한 압도적인 대응능력과 응징태세를 갖추어 나가고 있으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할 전략사령부를 곧, 창설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북한의 드론 도발에 대한 대응 작전을 총괄하는 드론작전사령부를 창설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강력한 국방력의 원천은 여기 있는 국군 장병 여러분의 투철한 군인정신과 확고한 대적관입니다. 평소, 엄정한 군기를 통해 실전과 같은 교육훈련에 매진해 것을 당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고도화되고 있는 북핵 위협에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워싱턴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제 한미동맹은 핵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고도화되었습니다.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국의 핵 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한반도 역내에 수시 전개될 미 전략자산은 북핵 억지력을 강화시킬 것입니다.

아울러, 한미동맹의 협력 범위를 우주와 사이버 영역으로 확대하고 연합연습과 훈련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협력체계는 북핵 억지력을 한층 더 강화할 것입니다. 우리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안보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첨단 과학기술에 기반한 국방 혁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우주와 사이버, 전자기 등 미래의 전장을 주도할 역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장병들을 위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고서는 강군을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 장병들의 복무 여건과 병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최고 수준의 전투역량을 이끌어내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장병의 보수, 보급, 급식, 주거, 의료, 모든 부분에 있어 전투 역량 증진을 위한 지원을 확실히 하겠습니다.

우리 방위산업은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은 우리 무기의 우수성에 찬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미래의 성장 동력이자 첨단산업을 견인하는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경제발전의 선도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랑스러운 국군 장병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우리는 역사를 통해 강한 군대만이 진정한 평화를 보장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강한 군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합니다. 저는 국군통수권자로서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다시 한번,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위대한 국민과 함께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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