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이는 고(故)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의 책 제목이다. 해당 문구는 한쪽 날개로만 날아갈 수 없다는 것으로, 좌파 자체를 범죄시하는 분위기를 지적하고자 나온 은유로 알려져 있다.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입에서 이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데 리영희 교수가 말한 취지와는 다소 다르게 해석된다. 

◇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왼쪽 날개는 뒤로”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자유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1주년 성과보고회 및 2기 출범식’에 참석해 “어떤 분들은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구를 뜻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라며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고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수는 자신의 운명과 삶, 가족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된다는 생각이 강하고, 진보는 우리 사회 현실을 감안해서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이 모두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를 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돼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자유로운 가운데 더 풍요롭고 더 높은 문화와 문명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인류와 평화롭고 번영되는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방향”이라며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런 사기적 이념에 굴복하거나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국민통합을 추진해나가는 분들이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좌우 날개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문구는 ‘좌는 절대악, 우는 절대선’이라는 이분법을 경계해야 하며, 우의 극단에 서면 모든 것이 좌로 보이고 좀 더 거리가 멀면 모든 것이 극좌로 보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로 알려져 있다. 이는 좌파를 범죄시했던 30여년 전의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세월이 지나 진영을 가리지 않고 인용되는 문구기도 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좌우의 날개’가 함께 날아가는 것보다 ‘어떤 방향’으로 날아가야 하는지에 중점을 뒀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제시한 방향은 보수와 진보가 이념 경쟁을 하되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같이 추구해야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의 발언을 해석해보면 ‘시대착오적인 투쟁과 혁명’ 그리고 ‘사기적 이념’은 ‘자유, 인권, 법치’의 가치를 추구하지 않는 이들이며, 이들을 제외해야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시대착오적’, ‘사기적’인 것의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판단하는 것인지는 제시돼 있지 않다. 그러니 윤 대통령의 발언은 리영희 교수가 새의 날개를 언급한 취지와는 다르며, 국민통합위원회의 취지에 맞는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초 인수위원회에서 국민통합위를 시작하면서 당시 당선인이 저에게 ‘거대 담론이나 학부적 접근으로 이야기하는 위원회가 아닌, 우리 사회 곳곳의 갈등에 대해 실천적인 위원회’를 주문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이 알아주든 말든 우리가 국민통합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품고 바쁘게 일해왔다”며 “앞으로는 국민들께 인정받고 국민들께도 칭찬받는 위원회가 돼야 되겠다고 다짐한다. 대통령께서 말씀했듯 국가의 성공과 국민통합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23년 8월 25일 오전 10시

장소 : 용산 대통령실 2층 자유홀

<모두발언>

   여러분, 반갑습니다. 작년 7월 이 자리에서 국민통합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간 국민통합을 위해서 다양한 활동을 해 오시고, 너무 많은 수고를 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또 출범하는 2기 위원회는 당연직 정부위원과 새로 합류하시는 위원님 13분이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국민통합이라는 이 어려운 과업을 수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동안 국민통합위원회는 국민통합 국가 전략을 확정하고, 갈등 현안별 특위를 가동해서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 왔습니다. 통합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방향성과 기재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기재는 어떤 단기적인 이해관계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겠습니다. 

   저는 국정운영과 국제 관계에 있어서 일관되게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제시해 왔습니다. 자유는 어떤 상태를 말하고, 자유의 법적 권리를 인권이라고 표현합니다. 또 자유와 인권이 구현되도록 하는 것이 바로 법치라는 틀입니다.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바로 국민통합의 기재이고,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고, 우리가 통합해야 되는 목적이자 방향이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재정 건전화를 추진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는 약자 복지를 실현해 나가고, 첨단 과학기술 혁신에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습니다. 약자 복지는 모두가 자유로운 사람, 자유인이 되기 위한 것이고, 첨단 과학기술 혁신은 자유의 확장 그리고 자유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고, 한 사람의 자유가 침해되고 훼손되는 것을 사회가 방치한다면 전체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것입니다. 모두가 자유인이 되어야 자유 사회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약자 복지와 첨단 과학기술 혁신은 궁극적으로 통합의 기재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위원님들께서 통합의 기재가 되는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가 우리 사회에 널리 확산되도록 많은 역할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보수와 진보라고 하는 두 가지의 방향이 좀 다릅니다마는, 그런 진영 간에 어떤 대립과 갈등, 또 건설적인 경쟁, 이런 것들이 벌써 한 200여 년 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어떤 분들은 새가 하늘을 날려면 왼쪽 날개와 오른쪽 날개가 다 필요하다라고 이것을 빗대어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날아가는 방향이 같아야 오른쪽 날개와 왼쪽 날개가 힘을 합쳐서 그 방향으로 날 수 있는 것이지, 어떤 새는 앞으로 가려고 하고 어떤 새는 뒤로 가려고 하는데, 오른쪽 날개는 앞으로 가려고 그러고 왼쪽 날개는 뒤로 가려고 그런다면 그 새는 날 수 없고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보수라고 하는 것은 제가 알기로 자신의 운명과 자신의 삶에 대해서, 자기와 가족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좀 강한 것이고, 진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 현실을 감안해서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에는 자유가 주어지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때에는 책임도 개인에게 더 많이 귀속이 되는 것이고, 공동체의 책임을 강조하다 보면 그를 위해서 개인의 자유는 조금씩 양보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어디나 자유와 책임이라는 것, 권리와 의무라고 하는 것은 늘 함께 다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두 어떤 쪽이든, 어떻게 조화를 하든 날아가는 방향, 우리가 가야 하는 방향은 일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더 자유롭고, 자유로운 가운데 더 풍요롭고 더 높은 문화와 문명 수준을 누리는 것이, 그리고 우리가 함께 이 지구에서 사는 모든 인류와 평화롭고 번영되는 그런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결국 우리의 방향인 것이지, 시대착오적인 그런 투쟁과 혁명과 그런 사기적 이념에 우리가 굴복하거나 거기에 휩쓸리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고, 한쪽의 날개가 될 수 없다는 점은 우리가 국민통합을 추진해 나가는 모든 분들이 함께 여기에 공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우리 김한길 위원장님을 비롯해서 모든 위원님들께서 너무 수고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자유, 평화, 번영 그리고 인권과 법치를 지향하는 그런 사회로서 우리 모두가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완벽한 자유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애쓰고 고민하는 그런 위원회가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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