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 매각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뉴시스
언론노조가 지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 매각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유진그룹이 보도전문채널 YTN 새 주인에 가까워진 가운데, 한편으론 거센 반발이 제기되며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공영방송의 민영화 및 정권 차원의 언론장악이란 민감한 정치적 사안일 뿐 아니라, 절차적 문제와 유진그룹을 둘러싼 적정성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YTN 민영화 박차… 유진그룹 낙찰자 선정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진그룹은 지난 23일 YTN 매각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 주재로 진행된 개찰에서 한세예스24그룹, 글로벌피스재단(통일교) 등을 제치고 낙찰자로 선정됐다. 유진그룹은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 중인 YTN 지분 30.95%를 인수하는데 3,199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YTN은 1995년 케이블TV 출범과 함께 설립됐으며, 당시엔 연합뉴스가 대주주였다. 하지만 이후 설립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난에 봉착하면서 지분이 공기업으로 이전됐다. 민간기업이지만 한전KDN, 한국마사회, 한국인삼공사 등 공기업이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영방송으로 분류돼왔다.

즉, 이번 지분 매각은 사실상 YTN의 민영화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왔다. 정부가 공공기관 자산효율화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공공기관 혁신가이드라인’에 따라 YTN 지분 처분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낙찰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재계 78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주요 계열사로는 유진기업과 동양, 유진투자증권 등이 있고, 레미콘·건자재·금융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영위 중이다.

기존에도 사업다각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온 유진그룹은 YTN 인수를 통해 방송·콘텐츠 사업에 재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유진그룹은 과거에도 종합유선방송사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하며 서울·수도권 지역 케이블TV 사업을 영위한 바 있으며, 2006년 대우건설 인수 과정에서 이를 정리했다. YTN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17년 만에 방송·콘텐츠 사업에 재진출하게 된다.

언론노조는 YTN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낙찰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언론노조는 YTN 지분 매각과 관련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낙찰자로 선정된 유진그룹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 뉴시스

◇ 노조탄압·검사뇌물… 유진그룹 향한 물음표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와 반발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앞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민영화 추진에 대해 우려를 표해왔던 YTN 측은 향후 방송통신위원회 승인과정에서 공정성과 공영성을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최대주주 변경으로 지배구조가 변하더라도 대한민국 대표 보도전문채널로서 방송의 신뢰성과 독립성을 지켜나갈 것이고, 부당한 외부의 간섭과 압력을 막고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YTN 구성원들과 함께 오랜 세월 쌓아온 제도와 시스템도 흔들리지 않도록 더 굳건히 다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는 더욱 강경한 입장이다. 성명을 통해 “30년 간 YTN의 공공성을 담보해온 공적 지배구조가 무너졌다”며 “윤석열 정권은 지분 매각의 명분으로 ‘공공기관 자산 효율화’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신뢰도 1위의 보도전문채널 YTN의 공공성을 흔들어 정권 편향적 언론을 만들겠다는 권력의 야욕”이라고 규정했다.

나아가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4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YTN 매각 전 과정이 온통 의혹투성이”라며 “민주당은 YTN 매각을 둘러싼 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 나가겠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필요하면 국회 국정조사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YTN 지분 매각은 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의 이해충돌 문제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은 바 있다. 언론노조는 성명을 통해서도 “애당초 한전KDN의 매각 주관사였던 삼일회계법인은 이해충돌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전KDN의 사전 동의도 없이 한국마사회의 매각 주관사까지 꿰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며 “지분을 통매각할 경우 한전KDN은 자사 지분만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매각하면 얻을 이익을 포기하게 되지만 이를 용인해 배임 혐의를 받는다. 30%가 넘는 지분을 한꺼번에 얻는 인수자만 YTN 경영권을 손쉽게 얻게 될 뿐”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유진그룹을 둘러싼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언론노조는 “노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지금도 ‘유진’하면 다들 레미콘운송노동자들에 대한 악랄한 노동탄압을 떠올린다”며 2000년대 초반 불거졌던 유진기업의 노조탄압 논란과 최근 불거졌던 부당노동행위 및 노사갈등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노동관, 언론관을 가진 기업이 공익적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할 자격이 있는가? 유진그룹의 행태를 볼 때 YTN이 노사 합의로 운영 중인 각종 공정방송제도와 장치들을 파괴하려는 책동이 본격화될 것이고, 이에 저항하는 노조와 구성원들은 탄압의 대상이 될 것이다. 철저히 사용자의 이익에 복속하는 미디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 부당행위를 자행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기업에 YTN의 운명과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YTN 지부 역시 성명을 통해 “유진그룹은 혁신보다 자본의 힘으로 기업을 샀다 팔았다 하며 몸집을 키웠다”며 “혹시 상암동 사옥과 남산 서울타워, 1,400억원에 이르는 유보금 등 YTN의 알짜 자산을 노리고 특기인 M&A를 시도한 것인가. 만약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콩고물을 약속받고 YTN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이라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언론장악의 하청업체라는 오명과 막대한 손실만 입고 결국엔 YTN 지분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대주주로 발표된 유진그룹도 충격적이다. 유진그룹 회장은 과거 특수부 검사에게 내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로 인해 10년간 운영해 온 나눔로또 복권사업의 수탁사업자 선정에도 탈락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유진그룹의 YTN 지분 인수는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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